[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의류관리기(건조기)는 주부의 가사노동 시간을 줄여 이른바 '3대 이모님 가전’으로 불린다. 그런데 최근 음식물 처리기가 새로운 이모님 가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중에 1990년 처음 등장한 음식물처리기는 음식을 분쇄한 후 하수도로 배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환경오염과 하수도 악취 등 문제가 많아 판매가 중단됐다.
설상가상으로 음식물 분리배출에 대한 시민의식도 크지 않아 관련 제품 수요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음식물 처리기는 2012년 용도와 음식물 양에 제한이 붙어 일부 판매가 허용되면서 다시 주부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 관련 정부 정책이 강화되고 처리 방식도 다변화되면서 음식물 처리기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위생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생활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음식물처리기가 단순한 편의 가전을 넘어 '필수 생활가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며 "특히 신혼가구를 중심으로 필수 가전 리스트에 포함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부들이 사용하기에 간편하고 유지관리가 쉬운 제품이 시장을 이끄는 추세를 감안하면 음식물처리기는 위생, 환경, 생활 편의를 아우르는 핵심 가전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음식물 처리기 업계 내부 시장 추정치 및 전망치 [그래프 = 뉴스투데이]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는 시장 초반에 미생물이나 효소가 음식물 쓰레기를 자연 분해하는 ‘미생물분해’ 방식이 주류를 이뤘다.
그 이후 음식물 처리기는 음식물을 고온으로 건조한 후 분쇄해 부피를 축소하는 건조분쇄형 방식이 대세를 이뤘다. 건조분쇄 방식은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적고 처리 속도가 빨라 ‘효율성’을 중요시 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에도 적합하다.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 판매량은 최근 5년새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식물처리기 시장 규모는 2023년 1850억원에서 2024년 3300억원으로 78% 증가했으며 올해는 5800억원, 2026년 9400억원으로 성장해 2027년에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건조분쇄형 음식물 처리기 시장을 개척한 업체 스마트카라와 최근 급부상한 앳홈 실적을 보면 음식물 처리기 시장 성장세를 잘 알 수 있다.
건조분쇄형 제품 시장을 키운 스마트카라의 매출은 △2019년 194억원 △2020년 410억원 △2021년 56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후 스마트카라는 △2022년 452억원 △2023년 301억원 △2024년 326억원으로 등락을 거듭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와 시장 경쟁 심화 등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질세라 앳홈은 2023년 45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자사 가전 브랜드 '미닉스' 판매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2024년 연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닉스의 음식물 처리기 '더 플렌더'는 2023년 9월 출시 이후 1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 18만대를 돌파했다. 더 플렌더는 2025년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증가했으며 지난 3월 한 달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7%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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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음식물 처리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쿠쿠와 쿠첸 등 후발 주자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형 가전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가전 트렌드에 'AI(인공지능)'를 입히고 있어 AI가 접목된 기술 고도화, 제품간 연결성이 돋보인다. 이와 함께 기존 업체가 제공하기 힘든 탄탄한 애프터서비스(A/S) 인프라도 강점이다.
그러나 양사는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더 제로'라는 명칭의 음식물 처리기 상표를 출원하고 2022년 '비스포크 더 제로' 상표권을 등록했지만 아직 제품 출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경기도 안산시 공동주택 약 40세대를 대상으로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 시범사업을 실시해 일각에서는 이르면 올해 1분기 관련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 당장 뛰어드는 조짐은 없다"라며 "그러나 국내에서 음식물 처리기를 주력 제품으로 삼아 공정을 펼치는 기업이 거의 없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시장이 성숙되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경쟁력은 충분하다"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시장에 진출해도 기존 업체가 제품력, 가격 경쟁력, 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며 "중소가전기업 제품에 대해 우려하는 A/S도 이미 신속한 고객 서비스와 고객 피드백을 통한 업그레이드가 이뤄져 경쟁력이 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