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지 기자 입력 : 2025.04.25 16:12 ㅣ 수정 : 2025.04.25 17:18
유영상 SKT CEO 등 주요 임원 설명회 총출동 알뜰폰 고객 포함해 전 고객 '유심' 무료 교체 "해킹 알고도 이틀간 시간 허비"...늑장 대응 의혹
유영상 SKT CEO를 비롯한 주요 임원이 해킹 사건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임성지 기자] “SKT를 믿고 이용해 주신 고객들에게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SKT 이용자 대상으로 유심카드를 무료로 교체하는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
유영상 SKT CEO는 25일 11시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SK텔레콤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관련 언론설명회에서 최근 발생한 해킹 사건에 따른 후속 조치에 대해 언급했다.
SKT는 해킹 사건 관련 고객들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유영상 CEO를 비롯한 주요 임원이 참석한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를 진행했다.
회사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자사 고객에게 유심(eSIM 포함) 무료 교체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전국 T World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진행된다.
SKT는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19일~27일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하여, 고객들이 이미 납부한 비용에 대해 별도로 환급할 예정이다.
또 S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에게도 동일한 조치를 적용한다. 시행 시기 및 방법 등은 각 알뜰폰 업체에서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SKT는 이번 해킹 사건 발생 이후 불법 유심 복제를 막기 위해 비정상인증시도 차단 기준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해 운용하고 있으며, 실시간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5월 중 로밍 중에도 유심보호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도 고도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대응 나선 SKT...늑장 대응 의혹 불거져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는 4월 19일 오후 11시경, 악성코드로 인해 가입 고객의 유심 관련 일부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
SKT는 사고 인지 후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악성코드를 즉시 삭제했으며 관련 장비를 격리 조치했다.
이후 SKT는 △전체 시스템 전수 조사 △불법 유심 기변 및 비정상 인증 시도 차단 강화 △피해 의심 징후 발견 시 즉각적인 이용 정지 및 안내 조치 강화 등을 실시하고 있다.
SKT측은 “현재 정확한 유출 원인과 규모 및 항목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 중이며, 관련 법률에 따라 20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침해사고 사실을 즉시 신고했다”며 “22일 오전 10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개인정보 유출 정황을 신고하고 관련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상 SKT CEO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SKT의 발표와 달리 늑장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SK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SKT는 지난 18일 오후 6시 9분 의도치 않게 사내 시스템 데이터가 움직였다는 사실을 최초 인지했다.
이후 내부 분석으로 같은 날 오후 11시 20분에 악성코드를 발견하고 해킹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SKT는 19일 오후 1시 40분 이용자 유심과 관련한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SKT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사고 현황을 보고한 시점은 20일 오후 4시 46분이다. 해킹을 인지한 지 이틀 가량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법률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침해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된 때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침해사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등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나 KISA에 신고해야 한다.
이처럼 SKT의 늑장 대응이 일파만파 퍼지자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불만과 SKT를 질책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SKT 이용자는 <뉴스투데이>에 “SKT가 해킹 사건 이후 2300만 명의 고객을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하지만, 평소 광고성 문자는 어떻게 한 번에 전송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해킹 사실을 인지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은 평소 SKT의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업계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보통신(ICT)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SKT의 이번 해킹 사건 조사에만 1~2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이번 설명회 한 번으로 일단락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특히 SKT가 강조하는 차세대 주요 사업인 인공지능(AI) 사업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SKT가 국내 이동통신사업 1위를 고수하고 있었으나, 이번 해킹 사건으로 이용자 이탈뿐만 아니라 이미지 손상도 심해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