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낸 4대 금융지주…1분기에만 순이익 5조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올해 1분기에만 5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내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금리 하락 기조에 따라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린 반면 가계 대출 관리 등으로 대출금리 하락폭은 더뎌 예대금리차를 유지하면서 10조원이 넘는 이자 이익을 올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4조928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4조2215억원 보다 16.8%(7074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전 1분기 최대치였던 2023년 4조9015억원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분기 사상 최대 실적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3분기 4조9128억원이었다.
KB·신한·하나금융은 나란히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1조697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조420억원 대비 62.9%(6553억원) 급증했다.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내면서 금융지주 순이익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 역시 전년 1분기(1조3215억원) 보다 12.6%(1668억원) 늘어난 1조488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신한금융은 KB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15년 하나·외환 공식 통합 이후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조1277억원으로 1년전(1조340억원)보다 9.1%(937억원) 증가했다.
반면 우리금융의 1분기 실적은 홀로 뒷걸음질 쳤다.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615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8240억원 대비 25.3%(2084억원) 감소했다. 명예퇴직 비용과 증권사 출범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늘고 미래 투자를 위한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4대 금융의 1분기 최대 실적 기록은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부담 소멸에 따른 기저효과와 탄탄한 이자 이익이 뒷받침된 결과다.
지난해 KB금융은 8620억원의 홍콩 H지수 ELS 손실 배상 비용을 충당부채에 반영했다. 핵심 계열사 KB국민은행이 해당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했던 영향으로 이로 인해 순이익이 급감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2740억원, 1799억원 등 수천억대 손실 배상 비용을 실적에 반영한 바 있다.
이자 이익 또한 역대급 실적 기록에 힘을 보탰다. 4대 금융의 1분기 합산 이자 이익은 10조64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10조4046억 대비 2.3%(2373억원) 늘어난 것이다.
KB금융이 3조2622억원으로 가장 큰 이자 이익을 기록했고, 증가율도 2.9%도 가장 높았다. 신한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2조8549억원의 이자 이익을 올렸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이자 이익은 2.4%씩 증가하며 각각 2조2728억원, 2조2520억원을 기록했다.
견조한 이자 이익 기반은 꾸준히 늘어난 대출 자산과 저원가성 자금 조달 등에 따른 비용 감소가 꼽혔다.
이 기간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원화대출금은 1291조3974억원으로 전년 동기 1226조6213억원 보다 64조7661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 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에도 예대금리차를 유지한 덕분에 이자 이익을 방어했다.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 수익성이 나빠지는데 최근 은행들이 주요 수신상품 금리는 빠르게 내렸지만 대출금리는 유지해왔고 대출금 규모가 늘면서 이자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4대 금융지주가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가운데 올해 연간 실적 또한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6조420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1분기 전망에 부합하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손실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순익 증가율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다 이자 장사라는 비판과 함께 상생 압박 등이 더해질 수 있어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