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트럼프 장남, 방한해 정·관계 인사 아닌 주요 그룹 총수와 만나는 이유
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4.29 05:00 ㅣ 수정 : 2025.04.29 06:50
美 관세정책이 반도체·자동차·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 의견 나눌 듯 스마트폰·반도체, 세트 수요 감축이라는 간접 영향 피하기 쉽지 않아 현대차, '직접 영향권;...엔진·변속기·파워트레인 등 부품에도 관세 부과 북미지역, 현대차 최대 수출시장...미국 제조 확대와 수입차 규제 입장 밝힐 듯 LG, 배터리 핵심 소재 한국산 제품 사용해 이에 따른 피해 최소화 본격 나서 미국내 중국 ESS업체 시장점유율 감소...LG 등 국내업체 반사이익 기대할 만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가 30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 방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30일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주니어는 1박 2일의 짧은 일정동안 정·관계 인사들과 만나지 않고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연쇄 회동을 앞두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특히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4대 그룹 총수들과의 회동 여부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통해 한국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통상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4대 그룹 총수와 트럼프 주니어가 어떤 이야기가 오갈 지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의 이번 방한은 평소 친밀하게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이 미국 정부와 한국 재계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전자, 철강 등 미국 사업 비중이 큰 국내 10위권 안팎의 대기업 총수들이 트럼프 주니어와 단독 면담을 통해 최근 가장 큰 고민거리인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주고 받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사진 =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미국 관세 정책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산기지가 한국, 중국, 베트남 등에 자리잡고 있다. 즉, 미국으로 수출되는 스마트폰 제품 대부분이 3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가는 구조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상호 관세’는 미국 내에서 제조되는 제품 외 국가별 차등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수입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결국 스마트폰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최종 소비자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 판매 감소로 이어진다.
반도체는 반도체 자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적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수출금액 기준 한국의 미국 직수출 반도체 비중은 7.5%로 전체 반도체 매출 중 직접 관세 부과 대상은 많지 않다.
특히 미국에 직수출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센터 유지보수나 성능 향상을 위한 서버용 제품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미국 빅테크(주요 IT(정보기술)업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들이 AI(인공지능) 산업을 선도하려면 메모리 반도체 수입이 필수"라며 "이에 따라 미국 관세 부담이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축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처럼 세트(제품) 수요 감축이라는 간접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IT 제품의 약 80%가 수입 방식으로 들여온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로 IT제품 가격이 오르면 판매가 줄어 제품 생산량 조정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계열사가 주축인 SK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시장이며 SK하이닉스의 DRAM(D램)과 NAND(낸드) 제품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D램은 모바일과 전자제품 비중이, 낸드는 스마트폰·자동차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관세 부과에 따른 세트 가격 상승 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세 영향이 비교적 자유롭다고 평가되는 AI용 메모리, 즉 HBM(고(高)대역폭메모리) 매출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 매출의 80%가 D램에서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44%가 HBM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삼성·SK와 트럼프 주니어 간 만남에서는 아직 방향성이 명확해지지 않은 반도체 관세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현대차는 이미 관세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달 3일(한국 시간) 모든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추후 엔진·변속기·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등 주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도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은 한국 완성차 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특히 현대차는 2023년 미국 판매량이 2022년에 비해 11% 상승한 데 이어 2024년에도 2023년 대비 4% 증가하는 등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을 주축으로 친환경 차량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는 2024년 친환경 차량 판매량이 2023년에 비해 27.9% 오른 20만4115대를 기록해 2011년 미국에서 친환경차 판매를 시작한 이래 연간 최다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특히 미국내 가장 인기가 많은 투싼 하이브리드 모델은 지난해 6만6885대를 팔아 2023년 대비 65.9%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문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가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 판매용 현대차는 미 현지 생산 비율이 41.9%, 나머지 58.1%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다. 앞서 언급한 최대 인기 모델 투싼 하이브리드도 한국 울산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다.
한국을 비롯한 타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에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현대차는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당분간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2022년 10월부터 76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州) 브라이언 카운티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진행한 데 이어 최근 20만대 규모 증설을 확정해 미국 내 생산기지를 강화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관세 후폭풍이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현대차는 미국 내 자동차 제조 확대와 함께 수입차 규제 및 관세 인상 등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북미 매출 비중이 높은 계열사 LG전자가 미국 관세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LG전자는 가전과 TV 등 전통 사업을 비롯해 수익성 강화를 위한 ‘질적 성장’ 전략의 하나인 전장부품과 냉난방공조(HVAC) 중심의 ‘B2B(기업 간거래) 사업’도 북미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전문 제조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에 생산 기반을 갖추곤 있지만 일부 배터리 소재를 해외에서 수입하면 관세 적용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을 받는다. 실제 배터리 생산의 중요한 4개 소재 가운데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 3가지는 대부분 한국에서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내 중국 업체 시장점유율 줄어들 것으로 보여 LG는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한 후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전기저장장치다. 이에 따라 ESS는 배터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LG는 사업별로 관세 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다양한 대응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일부 총수들과 트럼프 주니어와의 만남이 불발할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현재로서는 지켜봐야 할 단계"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지난 24일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최상목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USTR) 등이 '2+2 통상 협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가 예정된 7월 8일까지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양국은 다음주부터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실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트럼프 주니어 방한 기간이 길지 않고 일정 내 10개가 넘는 그룹 인사들과 만날 것으로 알려져 주요 그룹 총수 및 관계자와 세부적인 의견을 주고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미국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체 그림을 그리는 데 그칠 수도 있다”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