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충격 트럼프100일 ①] 관세폭탄, 세계를 흔들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관세폭탄으로 기존 국제무역질서 초토화,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 속 위험자산 기피-안전자산 선호현상 뚜렷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된지 100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경제는 환호 대신 공포와 충격에 휩싸였다. 기업인 출신으로, 누구보다 경제생리를 잘 알고 있어 미국경제는 물론, 전세계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여겨졌던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초기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대대적인 관세 인상으로 기존 무역질서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취임 100일을 맞아 혼돈에 휩싸인 글로벌 경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대대적인 관세 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작년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그였기에 관세인상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지만, 우방과 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관세폭탄에 세계는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캐나다와 멕시코 등 주변국들을 겨냥한 관세인상안을 내놓았다. 이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을 타깃으로 일방적인 관세폭탄을 던졌고, 이 과정에서 기존 다자간 무역질서는 철저하게 무시됐다.
“더 이상 미국이 세계의 지갑이 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얽히고설킨 글로벌 공급망은 순식간에 위협받기 시작했고, 국제 금융시장도 쇼크에 가까운 혼란을 경험했다.
미국발 충격은 순식간에 세계 전역으로 확산됐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요동쳤고,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던지고 안전자산으로 몰려드는 현상이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10일 만에 중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 부품에 대해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하는 충격적인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유럽산 항공기, 와인, 치즈, 멕시코산 농산물 등도 추가 관세 대상에 올렸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제품에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고, EU 역시 고급 소비재를 중심으로 보복 관세를 선언했다. 글로벌 무역 전쟁의 서막이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조셉 아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시적인 협상 압박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무역 구조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스스로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발 관세충격으로 무엇보다 큰 충격을 받은 쪽은 글로벌 금융시장이다.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트럼프 취임 100일 동안 약 11% 하락했다. 이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이다.
유럽증시 역시 마찬자리로, 독일 DAX지수는 13% 급락했고, 아시아시장에선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9% 하락, 홍콩 항셍지수는 15% 이상 빠졌다.
글로벌 투자심리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국제금값은 100일 동안 온스당 9% 상승했으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급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은 주식, 원자재 같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금, 미국채)으로 대피하는 '리스크 오프' 모드로 전환했다.
월스트리트 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수석 전략가 케이티 닉슨은 "트럼프의 관세 조치는 단순한 뉴스 이벤트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기본 가정(세계화 지속)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조정은 단발성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변동성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 전쟁 여파는 환율시장에도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달아 "달러는 너무 강하다"고 언급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100일 동안 약 7% 하락했다.
DXY(달러인덱스)는 102포인트에서 92포인트 선까지 급락했다. 이에 따라 유로화는 6% 이상 상승했고, 엔화는 5% 이상 강세를 나타냈다. 신흥국 통화도 달러 약세 덕분에 일시적으로 숨을 돌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가 단기적 반등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브리엘 스턴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강세 요인(고용시장, 기술 투자)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달러화 약세는 트럼프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일시적 반작용일 뿐, 결국 다시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100일은 세계에 뚜렷한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세전쟁과 보호무역주의, 자국 우선주의라는 키워드는 글로벌 시장의 기반이었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렸다. 이는 트럼프 1기 출범 직후의 충격보다 훨씬 구조적이고, 더 깊은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금융시장은 단순한 경제 지표 이상의 변수, 즉 트럼프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으며, 100일 동안 보여준 트럼프 리스크의 그림자는, 이제 막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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