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작전의 게임 체인저 역할 담당할 ‘숲투과 레이더’ 나와
이스라엘군이 국경선 경계작전에 실제 운용…육군과 야전시험도 이미 끝내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개활지에서 움직이는 물체만 탐지하는 기존 지상감시레이더의 한계를 극복하고 숲속에서 은폐 기동하는 물체를 전천후로 탐지할 수 있는 ‘숲투과 레이더’가 나와 주목된다.
만약 이 레이더가 한국군에서 운용된다면 숲과 안개 등에 특히 취약한 기존 감시장비의 문제를 해결해 육군의 전방경계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는 등 경계작전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에서 만든 이 레이더는 여타 지상감시레이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국내에서 대량 생산할 경우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설치가 간단하고, 사용자가 쉽게 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기술지원과 정비를 담당한 (주)콤라스 관계자는 강조했다.
숲투과 레이더(모델명 : ELM-2112 Foliage Penetration)는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인 IAI사의 레이더 전문 자회사인 ELTA사가 저주파를 이용한 차별화된 기술을 접목하여 10여 년 동안 연구해 개발했다.
이 레이더 개발은 2006년 시아파 이슬람 무장투쟁 조직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시리아 국경지역 숲 속에 매복해 있다가 정찰 중인 차량을 공격해 경계임무 수행 중이던 이스라엘군을 납치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숲 속을 탐지할 수 없어 공격당한 사실을 알게 된 이스라엘군이 개발을 요청한 것이다.
ELTA사가 개발에 성공하자 이스라엘군은 이 레이더를 국경지역에서 4년간 시험 운용했고, SIBAT(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방산수출국)을 통해 작전적 성능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입증을 받아 현재 국경지역 경계작전에 운용 중인 장비이다.
ELTA사가 개발한 숲 투과 레이더의 탐지 능력은 숲의 밀도, 습도, 수종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수목이 우거진 여름철을 기준으로 할 때, 이동하는 사람은 2.5㎞, 차량은 5㎞까지 탐지할 수 있다. 또 안개, 비 등 기상이 나빠도 탐지되며, 동시에 다수 표적 탐지가 가능하다.
사용 주파수는 L-band로 기존 레이더가 많이 사용하는 X-band보다 낮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함으로써 전파 투과력이 우수하다. 이 레이더가 전송하는 신호는 전력 밀도가 낮아서 감지될 확률이 낮고, 정교한 신호처리 알고리즘을 사용해 전자전에 대한 방어력이 뛰어나다.
기존의 지상감시레이더, TOD, CCTV 등 다양한 경계용 장비들과 통합하여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며, 모든 레이더 정보를 다른 C4I 장비들과 서로 공유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탐지된 표적의 식별이 가능하다.
단, 숲 속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속도 이하로 이동하는 표적의 탐지는 제한된다. 왜냐하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실제 표적을 오인할 수 있어 그 이하 속도는 무시하도록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적이 개활지에서는 정밀침투를 하지만 은폐가 보장된 숲속에서는 신속히 기동한다는 점도 반영됐다.
한국의 경우 특히 전방지역은 지형의 70% 이상이 숲으로 형성되어 있고, 수시로 안개가 발생한다. 우리 군은 전방지역 경계를 위해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구비하면서 TOD와 신형 지상감시레이더도 설치했지만, 숲이라는 지형과 안개라는 기상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5년 8월 발생한 DMZ 지뢰폭발 사건이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전방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급속히 퍼졌는데, 정부는 멧돼지를 전염 주체로 지목하고 대대적인 포획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울창한 숲으로 덮여있는 비무장 지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멧돼지의 포획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전방지역 공무원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감시하다 과로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숲속을 볼 수 있는 레이더가 있다면 경계 작전 외에도 효과적으로 정부를 지원할 일이 많다. 특히 전방지역 경계 임무를 맡고 있는 육군은 향후 병력 및 부대가 대폭 감축되는 추세여서 효과적인 경계 수단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연유로, 지난해 육군정보학교 주관으로 숲투과 레이더에 대한 전투실험을 전후방 지역에서 진행했다. (주)콤라스 관계자는 “성능검증과 야전운용에 대한 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전방 지역에서 3계절 적용성 검토를 위한 시험 운용이 가능하도록 올해 처음 시행되는 신속시범획득 제도를 통해 기회를 모색 중이다”라고 전했다.
(주)콤라스는 이스라엘 ELTA사와 한국의 에이스 테크놀로지사가 50%씩 지분을 투자한 합자회사로서 숲투과 레이더의 기술지원과 정비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에이스 테크놀로지사의 관계사인 (주)에이스 안테나는 향후 숲투과 레이더에 대한 국내 판매와 생산 등 사업 전반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주)콤라스는 레이더 설치 이후 장비 A/S는 물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창 수준의 정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에이스 안테나에 대해서도 “현재 공군에 도입될 ELTA사의 2차 그린파인 레이더 부품(TRM/TRU)과 IAI MLM사의 항재밍 안테나를 생산 중이다”면서 “숲투과 레이더의 국내 생산이 필요할 경우 그 역량은 충분히 갖추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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