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 옵티머스·팬택 베가가 그리워지는 이유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3.30 15:47 ㅣ 수정 : 2022.03.30 18:52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삼성전자 애플의 독과점 구도에 매몰
소비자 기대 호응하는 기술혁신 없으면 현재 지위 위태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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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2’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회사 측은 장시간 게임에 따른 과도한 발열을 예방하고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이 기능을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이용자들은 오히려 스마트폰 성능을 떨어뜨렸다며 분개했다.

 

2016년 출시된 ‘갤럭시 S7’ 시리즈에도 GOS 기능이 탑재됐지만 우회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크게 공론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회로마저 막혀 논란이 커진 것이다.

 

들끓는 여론에 못이겨 삼성전자는 결국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를 통해 GOS 기능을 우회할 수 있도록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비난의 여진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만 손가락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애플도 2016년 ‘애플이 아이폰 구형 모델 성능을 고의로 낮췄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른바 ‘배터리게이트(Batterygate)’에 휘말렸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이 예기치 못하게 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른바 '애플빠(애플 충성 소비자)'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엄밀하게 따지면 삼성전자와 애플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배터리 발열, 벤딩(휘어짐) 게이트, 번개현상 등 크고 작은 이슈들이 속출했다. 이런 악재가 이들 두 업체에게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은 이유는 이들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까지 쥐락펴락하는 '빅2'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85%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애플이 12%로 2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소매 판매량 기준 삼성전자가 18.9%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으며 애플이 17.2%로 뒤를 이었다.

 

두 업체 스마트폰이 전 세계에서 폭넓은 인기를 얻는 것은 그만큼 두 회사 제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회사의 독과점은 오히려 소비자에게는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과거 피처폰을 사용하던 '스마트폰 대중화 초창기'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취향과 성능에 따라 삼성전자, 팬택, LG전자 등 다양한 제조사를 넘나들 수 있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로 팬택과 LG전자가 차례대로 스마트폰 사업을 접어 이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가 고착화됐다.

 

최근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의 벽을 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기자 역시 2015년 막연한 동경심에서 아이폰6에 입문해 아이폰12 프로에 이르기까지 8년째 애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아이폰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수록 마음 한 구석에는 LG 옵티머스·팬택 베가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진다.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끝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LG와 팬택 역시 삼성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서 활개치던 때가 있었다. 

 

경쟁사가 다양해야 그만큼 소비자 선택지도 넓어지고 한 명의 소비자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한 제조사 노력도 계속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 아니면 너’, ‘너 아니면 나’ 분위기가 형성돼 버린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기술, 디자인, 아이디어 등 혁신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낮아진다. 

 

시장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 지금의 인기는 ‘갤럭시 생태계가 익숙한가, 애플 생태계가 익숙한가’라는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커진 거품일 수도 있다는 점을 관련 업계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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