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3.28 01:31 ㅣ 수정 : 2025.03.28 01:31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새로운 AI 모델 출시에도 글로벌 증시 별다른 반응 안보여, 지난 1월 첫 모델 출시 당시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관련주 급락했던 것과는 대조적 움직임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최근 발표한 '딥시크-V3-0324' 모델이 기술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R1 모델 발표 당시와는 달리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딥시크가 첫 AI 모델을 발표했을 때 글로벌 증시는 패닉에 빠졌고, 엔비디아와 같은 AI 반도체 관련주가 급락하는 등 큰 변동성이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1월 상황을 보면, 딥시크의 R1 모델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은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았다. 중국의 AI 기술이 미국이 선도하는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AI 관련 주식이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은 AI 오픈소스 모델의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반영하면서, 1차 때와 같은 공포 반응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V3 모델 발표에서도 이러한 학습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V3 모델은 MIT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채택해 더 넓은 오픈소스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I 기술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오픈소스 AI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존 AI 기업들은 이에 대한 전략을 이미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이 과거처럼 급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딥시크의 새로운 모델은 미국 대학입학시험(SAT) 수학 부문에서 기존 39.6점에서 59.4점으로 향상된 성능을 기록했고, 라이브코드벤치에서도 49.2점을 기록하며 기술적으로 상당한 진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발전은 오픈AI, 앤트로픽과 같은 미국 선두 AI 기업들과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AI 모델의 오픈소스화 흐름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웨이 선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딥시크의 성공은 오픈소스 AI 전략이 얼마나 빠르게 혁신을 촉진하고 널리 채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러한 흐름은 바이두와 같은 중국의 주요 기업들이 자체 대형언어모델(LLM)을 오픈소스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AI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는 기존 AI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구글 차이나 책임자이자 AI 스타트업 01.AI의 창립자인 카이푸 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딥시크와 같은 오픈소스 AI의 성장 모델이 오픈AI의 비즈니스에 실존적 위험을 드러냈다"며, "적은 비용으로 유사한 성능을 제공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와의 경쟁에서 오픈AI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평가했다.
모노리스 매니지먼트의 매니징 파트너 팀 왕은 "딥시크와 같은 회사들이 AI 모델을 적은 자원으로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며, 중국이 AI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제품 혁신을 현실화할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번 변화는 마치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앱 생태계 혁신을 촉진한 것과 유사하다"며, AI 산업에서도 비슷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딥시크의 경쟁자로 평가되는 오픈AI, 앤트로픽 등 미국 선두 AI 기업들은 이미 오픈소스 AI 모델의 위협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왔다. 특히 오픈AI는 자체적인 클로즈드 모델과 차별화된 고급 기능을 제공하며 기업 고객을 유치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AI 기업들의 방어 기제가 작동하면서 1차 때와는 다르게, 시장 충격이 완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AI 시장에서는 중국과 미국 간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중국이 미국보다 12~24개월 뒤처졌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3~6개월 차이로 단축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이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단순히 중국 AI 모델의 성능 개선만으로 시장 구도가 급격히 변화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시장이 비교적 침착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V3 모델 출시로 인해 AI 기술의 오픈소스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AI 기업들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하는 동시에, AI 산업의 비용 구조를 변화시키며 더 많은 기업이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증시는 지속적인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며, 향후 2차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기존 AI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