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사령부 창설에 관한 소고(小考)⑥ : 전략사령관, 숲을 보고 운용하라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던 무기체계를 종합적으로 또 시기적절하게 운용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은 문제이다. 물론 전략사령관이 전략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모든 무기체계를 다룰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략사를 지휘하려면 전략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계의 특성과 장단점, 제한사항 등을 소상히 알고 있어야 하고 유사시 이들 무기체계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전체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무 몇 그루 보았다고 숲 전체를 안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 군이 창설할 전략사령부는 미국 전략사령부(United States Strategic Command ; USSTRATCOM)의 부대 편제 등을 모델로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무기체계에 대한 전문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전략사령관은 전체적인 작전개념과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계를 이해하고 아우를 수 있는 육군, 공군, 해군의 장성을 순환 보임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미국 전략사령관은 해군, 공군 장성이 순환 보임되고 있다).
이제까지 전략사 창설과 관련하여 예상되는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러나 전략사 운영에는 이외에도 각 군의 고민과 이해관계가 상당 부분 얽혀 있을 것이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무리 3축 체계가 확고하더라도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는 상식과 냉전 시절의 ‘상호 확증 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 전략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최근 언론 기사를 보면 북한의 핵위협 발언과 탄도탄 발사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관련된 기사가 많이 있는데, 그중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의 한 칼럼(‘22.10.13)에 눈에 띄는 내용이 나온다. 시사하는 바가 정말 큰 내용이다. “북한이 전술핵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전술핵은 폭발력이 작다고 하지만 우리 군의 현무 2C 미사일 수만 발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과 같다. 인류 역사에서 대화를 잘해 평화가 지켜진 경우는 없었다. 평화는 ‘상대를 공격했다가는 내가 죽을 때’ 지켜졌다. 상대를 공격해도 내가 죽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거의 어김없이 전쟁이 터졌다. 한반도 평화는 김정은이 한국을 공격했다가는 자신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지켜진다. 그런데 우리는 핵 공격을 당해도 김정은을 없앨 수 없다.”
4. 전략사 창설에 바란다
전략사 창설은 2017년부터 거론이 되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2019년 2월에 백지화되었다. 2019년 당시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당시 국방부는 ‘전략사’가 기존 군 조직과 중첩되고 작전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전략사 백지화의 근거로 들었다고 한다(어쩌면 이 연구 결과가 맞는지도 모른다).
전략사 창설이 백지화되면서 합동참모본부의 ‘핵·WMD(대량살상무기) 대응 센터’를 보강하기로 결정되었고, 지난해 초부터 전략사령부 창설을 재추진하다가 현 정부 들어서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내년에 전략사령부 창설계획을 세운 뒤 2024년까지 실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합참이 있는데 과연 ‘전략사’라는 조직이 필요한가, 옥상옥이 아닌가, 예상되는 지휘체계의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략사에서 각군의 핵심 자산을 사용하면 각 군의 작전사령관들은 무엇을 가지고 임무 수행을 하는가 등의 여러 가지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 중요한 의견들이고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하여 적의 도발 의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물론, 유사시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의 위협에 대응하여 국토를 방어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가 하는 것이다.
국방부와 합참에서는 예상되는 각종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여 전략사령부를 성공적으로 창설하고, 한국형 3축 체계의 효과적인 지휘통제와 체계적인 전력(戰力) 발전을 주도하여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나 부대를 만들어도 중요한 것은 그 제도나 부대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의 능력이다.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포함한 이순신 장군의 함대는 이순신 장군이 운영하였을 때는 무적이었으나 다른 장수에게 지휘권이 넘어간 후에 그 함대는 일본 수군에게 궤멸되었다. 2차 대전 발발 당시 프랑스는 세계 최강의 강력한 육군과 철통 요새라는 마지노선(Maginot Line)이 있었으나 독일군에 허를 찔려 패했다.
전략사령관 직책을 어느 군이 수행할지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전략사령관 및 전략사의 참모진을 구성할 때 각 군의 밥그릇 싸움이 되거나 위인설관(爲人設官)하는 경우가 없기를 바란다. 전략사에는 전략사의 임무와 무기체계를 이해하고, 주어지는 임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인원들로 충원됨은 물론, 전략사 고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여 무늬만 전략사령부가 아닌 ‘적에게는 공포를, 국민에게는 신뢰와 안도와 평화를’ 주는 그런 강력한 전략사령부의 탄생을 기원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2010년도의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적이 다시는 도발할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최소한 그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으로 강력한 응징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우리 군은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너무나 아쉬운 대응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군복은 입었지만 군인답지 않은 군인’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이제는 이순신 장군과 한신 장군(前 대한민국 합참의장) 같은 진정한 군인을 많이 보고 싶다. 합참과 향후 창설 예정인 전략사는 유사시 주어진 임무를 훌륭히 그리고 강력하게 수행하여 국민이 다시 軍을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기대한다.
◀ 최환종 프로필 ▶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前 순천대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공군 준장 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