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력망 (4)] 일본(下): 송배전 독점 유지와 독립 규제 기구가 전력시장 개혁의 기반이었지만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취약성도 드러내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3.02.27 00:30 ㅣ 수정 : 2023.02.27 00:30

[기사요약]
일본의 지역간‧동서간 전력망, 과거 10년 대비 8.3배로 신‧증설 계획
분산형 전원 증가에 따른 안정성 문제 해결에도 주력
일본 전력시장 자유화, 1995년부터 시작되어 2016년 전면 자유화
전력‧가스거래감시위원회를 통한 요금 규제 기능 강화가 주효
그럼에도 전력시장 자유화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취약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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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충격에도 불구하고 유럽, 미국 및 일본은 물론 중국이나 인도를 비롯한 전세계가 재생에너지 확충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2050 탄소중립을 위해 SMR을 비롯한 원전의 일정부분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간과되고 있는 진짜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전력망’이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모든 전력망은 일방적인 공급과 수동적인 수요를 전제로 조성되었고 그것도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매우 노후 되었다. 미국에서 정전이 일상인 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문제는 간헐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갖고 있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분산형 전원의 비중이 증가하는 와중에 기존 전력망은 이러한 수요/공급 쌍방의 유연한 망 관리에 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극심한 수요 변동과 분산형 소형 전원의 증가라는 극한의 관리 환경에도 탄력적/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시사점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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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apanindustrynews]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일본이 지난 10년간 추진한 지역간 전력망 신‧증설 규모는 1.2GW였다.

 

이 가운데 최근 진행된 대표적 프로젝트로는 2019년 6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홋카이도 지역 내 0.9GW(기존 0.6GW)로의 증설과 2021년 3월 운영을 개시한 츄부와 도쿄간 2.1GW(기존 1.2GW) 증강사업이 있다.

 

그런데 일본은 향후 10년 동안 이전 동기 대비 약 8.3배에 달하는 10GW 규모의 전력망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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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일본 자원에너지청 자료를 바탕으로 필자 작성]

 


•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 기존 전력망 최대 접속능력의 여유분 활용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전면 가동 중지에 따라 일본의 재생에너지 드라이브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기시다 내각은 원전 재가동과 함께 탈탄소‧녹색전환(GX: Green Transformation) 병행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향후 2030년 국산에너지를 통한 공급률을 36~38%로 제고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태양광 및 풍력 등 분산형 재생에너지원은 기상조건과 계절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력망에 접속 가능한 최대 허용 용량에서 기존 기저 및 첨두부하의 변동 부분을 뺀 나머지 여유 공급능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1년 1월 빈 용량이 없는 기간 전력망에 연계되는 전원을 대상으로, 이어서 2022년 4월에는 빈 용량의 유무에 관계없이 분산형 전원(일본의 개념은 Non farm형)을 대상으로 전력망 계통 접수가 시작되었는데 2022년 9월 말까지 신청된 약 4400만kW를 대상으로 약 500만kW의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지역 전력망에 대한 분산형 전원의 접속은 2023년 4월 1일부터 접수 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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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apantimes]

 


• 일본 전력시장, 2016년에 전면 자유화

 

일본은 1995년부터 발전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전에는 지역별 독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9년 1MW 이상 전력수요가를 대상으로 판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0.5MW 이상으로 확대된 데 이어 마침내 2016년 전 수용가를 대상으로 전면 자유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판매 경쟁을 통해 전력요금을 낮추려는 의도는 ‘신전력회사’라는 소규모 전력판매기업들을 출현하게 하여 2022년 4월 기준으로 745개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들을 통한 공급 비중은 21.7%에 달하고 있다.

 

전력공급 시장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도입이 가능해짐에 따라 재생에너지, 전력저장장치(ESS) 및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신산업의 발전 기반이 확충되고 기존 전력판매 기업에 더해서 도시가스, 석유, 방송‧통신 및 철도 등 네트워크 사업자들의 전력시장 참여도 속속 유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가정용 전력요금은 1995년 kWh당 24.55엔에서 2016년 20.38엔으로 약 17% 하락하였는데 중간에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일시적으로 전력요금 이 상승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전력요금의 하향 안정화 추세는 지속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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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주요 기존 전력공급회사(좌측)와 신전력회사(우측) [출처=e-kuruhashi]

 


• 전력요금의 급격한 인상, 독립적 심사기구 통해 억제

 

일본의 전력공급 기업들이 전력요금을 올리려면 2016년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에 설립된 ‘전력‧가스거래감시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기구의 위원들은 경제산업대신이 임명하지만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되므로 중립적인 요금 심사가 가능하다.

 

특히 임원들에 대한 임금까지 포함한 상세한 원가 자료 제출이 의무화되어 있어 전력공급 기업 입장에서는 심사에 부담을 느껴 전력요금 인상 시도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 가격체계로 인해 전력공급 기업들은 적자를 모기업으로부터 보전받기가 일쑤이며 원가를 즉시 요금에 반영하기 어려운 단점도 동시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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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력‧가스거래감시위원회 현판 [출처=일본 자원에너지청]

 


• 러시아-우크라 사태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소규모 신전력회사 파산 속출

 

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 사태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따른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조달 비용의 단기 급등은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신전력회사의 파산, 폐업, 철수 및 계약정지 등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하였다.

 

일본 관련 전문기관에 따르면 2022년 11월 말 기준으로 파산한 기업이 22개에 달하고 있으며 철수한 기업도 33개사로 증가하여 전체의 약 20%에 해당하는 146개가 사업 정지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본격적인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동절기를 앞두고 벌어졌기 때문에 더욱 문제였는데 대기업 계열사에서도 사업을 정지하는 움직임이 있어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NTT 도코모는 11월 본격적인 동절기를 앞두고 가정용 전기 판매 사업 ‘도코모 덴키’의 신규 계약 접수를 일시 중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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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제국데이터뱅크]

 


• 우리의 전력공급시장 자유화 논의, 일본의 성과와 과제 참고해야..

 

요약하자면 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일본이 1990년대 중반부터 20년간 추진해 온 전력시장 자유화는 독립적 규제 기구의 병행과 함께 전력요금 안정화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러시아-우크라 사태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라는 근본적 해외발 리스크 상황을 맞아 중소 전력공급기업의 경영난을 초래하는 부정적 모습도 동시에 드러냈다.

 

일본의 전력시장 자유화의 성과는 독립 규제 기구의 존재라는 제도적 보완의 도움을 받아서 가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송‧배전망이 현재까지도 철저히 정부 통제하에 있기 때문에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즉 10개 지역 내에서 송‧배전망 회사의 독점을 보장하되 최종적 전력공급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소규모 신전력회사의 경영난 발생 시 소비자들은 최종보증요금을 지불하고 최대 1년까지 송‧배전 회사로부터 직접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전력공급시장 자유화를 논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일본의 성과와 과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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