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쿠팡, 유통업계 최초 매출 41조 돌파...'공정위·C커머스' 등 과제도 산적
작년 영업익 6023억...2년 연속 흑자 기조
9조 투입해 2027년까지 전국 '쿠세권' 구축
올해 글로벌 사업·프리미엄 시장 공략 강화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쿠팡이 지난해 매출 41조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쓰며 국내 유통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했다. 201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출발해 불과 14년만이다. 지난해부터는 연간 첫 흑자도 기록하며 ‘계획된 적자’에도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이러한 성과는 휴일·주말 상관없이 주문 후 다음 날까지 배송해 주는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 서비스에 기반했다. 쿠팡은 새로운 물류 패러다임을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물류센터 투자를 이어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쿠팡은 오는 2027년까지 전국을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지역)’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또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서비스에 이어 명품 플랫폼 알럭스와 프리미엄 프레시 등 프리미엄 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다만 괄목할 만한 성과와 별개로 노동계와 공정위와의 갈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또 국내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도 쿠팡에게 새로운 위협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 쿠팡, 자본금 30억으로 설립...뉴욕증시 상장으로 물류망 투자 확대
쿠팡은 지난 2010년 8월 김범석 의장이 초기 자본금 30억원을 투자받아 설립한 이커머스 기업이다.
쿠팡이라는 사명은 ‘쿠폰이 팡팡 터진다’는 의미가 담겼다. 실제로 쿠팡은 처음에는 할인 가격의 다양한 쿠폰을 대량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이후 일반 상품까지 팔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을 펼쳤다.
쿠팡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른 것은 창업 4년차인 2014년 자체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다. 쿠팡은 1500억원을 물류센터에 투자해 인천과 경기, 대구 등 7개 물류센터로 로켓배송을 시작했다.
이후 쿠팡은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VC 세콰이어캐피탈과 블랙록 등으로부터 4억달러(약 4750억원)를 투자받았다. 특히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하는 비전펀드의 지원이 쿠팡의 성장에 큰 힘이 됐다. 비전펀드는 현재까지 34억달러(약 4조7637억원)를 쿠팡에 투자했다.
이렇게 몸집을 키운 쿠팡은 지난 2021년 3월 국내 기업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쿠팡은 상장 이후 한국과 대만에서 영업하면서 물류망 투자를 확대해왔다.

■ 지난해 사상 최초 41조 돌파...14년 새 매출 86배 ‘쑥’
현재 쿠팡은 신세계와 롯데 등 국내 유통업체들을 제치고 유통업계 선두자리에 올랐다. 처음으로 연간 실적을 공개한 2013년 매출 477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5년 매출 1조원을 처음 달성한 후 2017년 2조원, 2018년 4조원, 2019년 7조원, 2020년 13조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2021년에는 매출 20조원을 돌파했다. 2023년에는 30조원을 넘어섰다.
쿠팡은 이후로도 고속 성장해 지난해 매출은 41조2901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첫 연간 실적 매출인 4778억원과 비하면 무려 86배 뛴 수치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6023억원으로 전년 6174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으나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굳혔다.
쿠팡이 지난해 거둔 매출은 전통 유통 대기업들을 압도한다. 이마트와 신세계그룹이 올린 합산 매출(35조5913억원)과 롯데쇼핑(13조9866억원)은 물론 이마트와 신세계그룹이 올린 합산 매출(35조5913억원)보다 많다.
고객 수도 크게 늘었다.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활성 고객 수’는 지난해 2280만명으로 전년 2080만명보다 10% 증가했다.

■ 성공비결은 ‘로켓배송’...와우멤버십 혜택 늘려 충성도 높여
쿠팡이 단숨에 유통업계 최강자에 오른 비결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에 기반한 ‘로켓배송’이 꼽힌다.
로켓배송은 0시 이전에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새벽에 또는 다음날 안에 쿠팡의 서비스로 주말과 공휴일에도 배송이 된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지난 10년간 6조2000억원을 쏟아부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재 전국 시군구 260곳 가운데 182곳(70%)이 로켓배송이 가능한 이른바 ‘쿠세권’으로 분류된다.
쿠팡은 ‘충성 고객’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2019년 매달 2900원을 내면 로켓배송 무료 이용, 30일 이내 무료 반품할 수 있는 ‘로켓와우 멤버십’ 운영을 시작했다.
와우멤버십은 무료배송과 반품, 로켓배송 등 기존 쿠팡의 커머스 서비스를 비롯해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와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 등을 누릴 수 있는 서비스다.
와우멤버십 회원 수는 2020년 600만명에서 연평균 30% 이상 늘어 지난 2023년 말 기준 와우멤버십 회원은 약 1400만명이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 구독료를 2021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2024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두 차례 인상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견고한 회원수와 실적을 기록하면서 멤버십의 ‘록인(Lock-in) 효과’를 입증했다.

■ 노동계 이슈 및 공정위 제재 리스크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
다만 쿠팡의 성장 이면에는 노동계와의 이슈와 공정위 제재 리스크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앞서 지난 2020년부터 쿠팡 캠프와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근무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사망한 노동자들의 가족은 ‘쿠팡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 5만명을 달성했다.
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지난해 말부터 간담회에 쿠팡과 회사 대표들을 불러 클렌징 제도 폐지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쿠팡 노동자들의 과로 원인으로 꼽히는 클렌징 제도는 근무 일수나 포장박스 수거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배달 구역을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쿠팡은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지난 2월 소상공인·민생단체와 택배기사 클렌징 제도 폐지 등을 담은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쿠팡이츠와 자영업자 단체, 배달라이더 단체,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도 상생협약과 함께 출범했다.
공정위도 쿠팡을 겨냥한 다양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8월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과 후기를 조작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우대했다며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쿠팡은 과징금·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시정명령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과징금에는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또 공정위는 쿠팡이 와우 멤버십에 쿠팡 플레이와 쿠팡이츠 서비스를 끼워팔았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최근 발표한 ‘2025 업무보고’에서 이러한 ‘멤버십 끼워팔기’를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이 실적이 저조한 일부 자체브랜드(PB) 상품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하도급 업체에 판촉 비용을 전가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밖에도 쿠팡이츠는 가입 점주에게 음식 가격과 할인 혜택 등을 다른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도록 강요했다는 ‘최혜대우 요구’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 쿠팡, 전국 물류 인프라에 3조원 투입...신사업도 박차
쿠팡은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다각화로 외형 확장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쿠팡은 내년까지 약 3조원을 추가 투자해 9개 지역에 물류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전국을 로켓배송이 가능한 ‘쿠세권’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오는 2027년까지 사실상 ‘전국 인구 100% 무료 로켓배송’을 목표로 한다.
현재 쿠팡은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에 로켓배송을 시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쿠세권이 점차 확대되면서 2027년부터는 약 230여개 시군구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인구(올 2월말 기준 5130만명) 가운데 5000만명 이상 규모로 추산된다.
쿠팡은 올해 글로벌 시장 사업도 본격화한다. 지난 2021년부터 진출한 대만에는 물류시스템 구축에 약 500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한국과 같은 와우멤버십을 출시했다. 쿠팡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대만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쿠팡이츠는 일본 시장에 진출해 음식배달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프리미엄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럭셔리 뷰티 서비스 ‘알럭스(R.LUX)’를 론칭한 데 이어 최근 프리미엄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프리미엄 프레시’를 선보였다. 쿠팡이 지난해 초 인수한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는 인수 1년 만인 지난해 4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418억원의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쿠팡은 향후 물류 프로세스 부문에서 AI 역량을 활용해 수익성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김범석 의장은 지난 2월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로보틱스 네트워크와 AI를 통해 수조 건 이상의 주문 예측을 매일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다음 혁신의 물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올해부터 쿠팡의 독주를 막기위한 유통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C커머스 선두 주자인 알리익스프레스는 G마켓과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테무도 국내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하면서 국내 직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다른 이커머스는 물론 홈쇼핑, 패션플랫폼 등도 쿠팡의 로켓배송에 견제구를 날리기 위해 주7일 배송을 확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의 아성이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수년간 약 9조원의 투자를 단행한 쿠팡의 ‘로켓배송’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은 시설 확충과 직매입 구조를 갖추기 위해 상당한 기간과 투자가 소요됐다. 그만큼 로켓배송이 워낙 혁신적 개념이라 쿠팡이 선두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쿠팡은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는 국내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 밀릴 가능성이 높기에 이와 관련한 방어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 교체는 쿠팡이 직면한 또다른 변수로 꼽힌다. 대통령 선거일이 사실상 6월 3일로 확정된 가운데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점을 비판해왔다. 이 대표가 당선될 경우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해온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 중개수수료율 상한이 5% 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앞서 지난해 열린 제12차 회의에서 중개수수료율을 9.8%에서 2.0~7.8%로 일부 낮춘 차등 수수료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