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개미무덤’ 된 스팩…국가 공인 ‘단타 시장’ 됐나

임종우 기자 입력 : 2024.03.05 07:05 ㅣ 수정 : 2024.03.05 07:05

스팩 상장 첫날 개인 순매수 ‘761억원’
최고 225% 찍고 도로 2000원대 복귀
공모 참여 신규 계좌 수요 폭증하기도
공모주 제도 변경 후 투기장 형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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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지난해 공모주 열기가 옮겨붙은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상장 첫날 급등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스팩들은 공통적으로 개인 순매수에 힘입어 주가가 폭등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신규 상장주의 첫날 주가 변동 폭을 확대한 것이 합법적인 ‘단타 시장’을 조성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일까지 상장한 스팩 6개 종목의 첫 거래일 개인 순매수 대금 합계는 총 761억2907만원으로 집계됐다.

 

개인 순매수 거래대금이 가장 높은 스팩 종목은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471050)으로, 지난 1월 24일 상장 첫날 총 226억4333만원어치를 사들였다. 또 IBKS제24호스팩(469480)은 지난달 1일 상장 당일 개인이 127억5848만원을 사들이며 두 번째로 높은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뒤이어 △에스케이증권제11호스팩(472230, 3월 4일) 122억5513만원 △유안타제15호스팩(473050, 2월 29일 상장) 101억2673만원 △신영스팩10호(472220, 2월 6일) 97억6916만원 △유진스팩10호(473050, 2월 29일) 85억7624만원 등의 순으로 개인 순매수가 높게 나타났다.

 

해당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상장 첫날 높은 시초가를 형성한 뒤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일반적인 스팩의 공모가 2000원 근방에서 장을 마치는 패턴을 보였다.

 

올해 상장된 스팩 중 첫 거래일 가장 높은 시초가(5970원)를 기록한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의 최고가는 공모가 대비 225.00% 높은 6500원이었으나, 장중 우하향하며 종가는 공모가보다 단 140원 높은 2140원을 기록했다. 전일에는 22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상장한 유진스팩10호는 3000원으로 개장해 비교적 낮은 시초가를 형성한 이후 장중 최고 6150원까지 치솟았으나,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보이며 종가 223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 상장한 에스케이증권제11호스팩은 공모가의 두 배인 4000원에서 개장해 장중 최고 5700원을 기록한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며 2100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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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에스케이증권제11호스팩 주가 차트. [자료=한국거래소 / 사진=네이버 금융]

 

스팩은 기업의 인수와 합병만을 목적으로 하고 실질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한 명목상 회사로, 국내의 경우 상장 후 3년 안에 합병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상장폐지 되고 투자자에게 원금(공모가)과 이자를 지급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스팩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장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해왔으나, 지난해 6월 신규 상장주에 대한 첫 거래일 가격 변동 폭이 확대된 이후 공모주에 대해 과열된 투자심리가 스팩에도 번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제도 변경이 처음 적용된 하나29호스팩(454640)은 특별한 주가 변동 없이 2000원 전후에서 등락했으나, 두 번째 스팩인 교보14호스팩(456490)은 지난해 7월 6일 상장 첫날 장중 주가가 당일 상승제한폭인 8000원에 근접한 7980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시장에선 스팩을 이용한 단기 투자심리가 급격히 퍼지고 있다. 특히 이날 상장하는 비엔케이제2호스팩은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BNK투자증권이 신규 계좌 개설 수요를 소화하지 못해 지점에 방문한 기관투자자 중 일부가 계좌를 새로 트지 못하기도 했으며, 수요예측에선 703.9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스팩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고 경고했으나 투자심리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당시 “스팩은 합병을 위한 도구 역할 만을 하며, 합병 이전에는 공모가 수준의 가치만 가진다”며 “공모가 대비 주가가 높은 스팩에 투자할 경우 손실 가능성이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제도 변경으로 스팩 투자가 투기처럼 벌어지고 있다며, 특히 주요 투자 주체인 개인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스팩 시장은 사실상 국가가 인정한 하루짜리 공개 단타 시장”이라며 “이같은 주가 급등 현상을 만든 원인은 스팩이 아니라 공모가 대비 상단을 400%까지 열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 위험한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며 “그렇다고 제도를 다시 변경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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