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4.02.08 08:33 ㅣ 수정 : 2024.02.08 08:33
여의도 BNK투자증권서 신규 계좌 신청 폭증 오전 6시 방문자도 ‘빈손’…울산·부산 출장도 스팩 공모 참여 수요…“인력 충원해 대응 중” 스팩 ‘이상 급등’ 지속…“투자자 주의 요망”
[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모주 열기가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까지 옮겨붙은 가운데, 한 증권사에선 공모를 위한 신규 계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일부 고객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신규 법인 계좌 개설을 위해 BNK투자증권 여의도 지점에 방문한 기관투자자들 중 일부가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고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며칠간 이어져 온 가운데, 일각에선 오전 6시에 방문한 인원도 계좌를 새로 트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난데없이 BNK투자증권 지점에 인원이 몰려 업무에 차질이 생긴 것은 곧 진행되는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공모의 영향으로 보인다.
BNK투자증권은 이달 13일부터 14일까지 비엔케이제2호스팩의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이어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는 일반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해당 스팩의 공모수량은 총 400만주로, 주당 공모가 2000원으로 총 80억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통상 스팩은 기업의 인수와 합병만을 목적으로 하고 실질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해 시장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신규 상장주에 대한 첫 거래일 가격 변동 폭이 확대된 이후 기업공개(IPO)로 상장한 종목뿐만 아니라 스팩에도 공모주에 대한 과열이 번지게 됐다.
이에 BNK투자증권의 계좌를 보유하지 않고 있던 기관과 개인의 신규 수요가 늘어났고, 특히 기관의 경우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아 일반적으로 계좌 개설에 최소 30분이 넘게 소요되는 등 몰려드는 인파를 다 소화해내지 못한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BNK투자증권이 공모를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어 계좌를 보유하지 않았던 기관들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시장에선 스팩만 배정받아 상장일에 매도해도 몇 배를 챙긴다는 심리가 있어 급히 준비하느라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 지점에서 업무를 못 본 일부 서울 소재 기관들은 출장계를 내고 울산이나 부산 등 BNK투자증권 지점이 있는 다른 지역에 가서라도 계좌를 개설하겠다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BNK투자증권 측은 이번 계좌 개설 요청 폭증이 예상치 못한 상황인 데다가, 지점과 영업부도 전국에 단 5개소밖에 없어 일부 고객들의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이에 BNK투자증권은 지점에 인력을 충원하는 등 수월한 업무를 위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평시 계좌 개설 수와 비교해봤을 때 신규 신청 건이 급격히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확히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최소 다섯 배 수준은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 전환이 이뤄지고 대면 영업 창구가 다른 증권사에 비해 비교적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전례 없이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라며 “우선 추가 인력을 배치하면서 수요에 대응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시장에선 스팩에 대한 과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총 3개의 스팩이 상장했는데, 해당 종목들 모두 상장 첫날 장중 공모가 대비 90% 이상의 급등세를 기록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스팩의 공모가는 2000원이다.
지난 6일 상장한 신영스팩10호는 상장 첫 거래일 장중 공모가보다 1800원(90.00%) 오른 3800원까지 올랐으나, 바로 다음 날인 지난 7일 종가가 공모가와 비슷한 2095원을 기록했다.
앞서 상장한 IBKS제24호스팩(469480, 2월 1일 상장)과 대신밸런스17호스팩(471050, 1월 24일 상장)의 상장일 최고가도 각각 공모가 대비 149.25%(4985원)와 225.00%(65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주가가 하락해 신영스팩10호와 마찬가지로 전일 기준 종가가 공모가 수준과 비슷한 2140원과 2190원에 각각 머물렀다.
투자업계에서는 최근의 스팩 급등 현상이 일반적이진 않은 상황이라며, 자칫 큰 손실을 볼 우려가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스팩은 유통 물량이 고작 수십억원 수준이라서 비교적 적은 거래대금으로도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스팩은 합병을 위한 도구 역할만을 하며, 합병 이전에는 공모가 수준의 가치만을 지닌다”며 “스팩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작다는 통념과 달리 공모가 대비 주가가 높은 스팩에 투자할 경우 손실 가능성이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