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4] MACRO Diving의 천국, 아닐라오(13) Monte Carlo 앞바다 ①강아지처럼 사람을 따르는 거북이를 만나다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5.01.21 10:22 ㅣ 수정 : 2025.01.21 10:22
다이버 강사가 작은 돌맹이로 거북이의 등을 청소...거북이는 사람을 믿고 자기 몸을 맡겨 원주민들이 식용으로 채취했다는 대왕조개, 껍질을 닫을 때 힘이 강해서 인명사고도 발생
하강라인 바닥 부분에 있는 둥근머리 거북. 거북이 뒤쪽에 보이는 검은색 물체는 하강 라인의 바닥 쪽에 고정되어 있는 타이어이고, 거북이는 이 타이어에 등을 비벼대고 있었다. / 사진=최환종
[필리핀(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리그포 아일랜드 다이빙을 마치고는 리조트로 돌어와서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뒤 오후 다이빙에 나섰다. 오후 다이빙 포인트는 리조트 근처의 Monte Carlo 앞바다로서 방카 보트로 불과 5분 이내 거리이다.
다이빙 시간은 50분, 최대 수심은 21.2m(평균 수심 : 11.3m), 수온은 25도, 수중 시정은 보통이었으나 장소에 따라서 매우 양호한 지역도 있었다.
입수 후에 하강 라인을 따라 내려가자 뜻밖에도 하강 라인 끝에 거북이 한 마리가 머물고 있었다. 둥근머리 거북인데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듯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거북이는 하강라인 끝에 있는 타이어에 등을 비벼대고 있었다.
서 대표에게 듣기로는 둥근머리 거북은 자기 스스로 등껍질을 청결하게 한다고 했는데,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장면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거북은 우리 일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타이어에 자기 등을 비벼대고 있었다.
위의 동영상은 강사 다이버가 작은 돌맹이로 거북이 등을 청소해주는 모습이다.
그리고 잠시 후에 더욱 놀라운 광경을 보았는데, 다이버 강사 한명이 거북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작은 돌맹이로 거북이 등을 청소해주는 것이었다. 거북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이버의 돌맹이 마사지를 즐기는 듯이 보였다.
다이빙을 마치고 서 대표에게 거북이의 행동에 대해서 물어보니 거북이가 다이버에게 등을 청소해달라고 자기 등을 들이밀며 기다리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그 말은 거북이가 사람을 믿고 자기 몸을 맡긴다는 건데. 세상에 그런 경우가 있다니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를 보면 이 지역에서는 거북이와 사람이 서로 공생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거북이가 사람을 믿고 행동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강아지가 사람을 잘 따르는 것은 수도 없이 보고 듣고 했지만 이렇게 거북이가 사람을 믿는 경우는 처음보는 것이라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등청소를 마친 거북이가 떠나가자 우리 일행은 방향을 바꿔서 수심이 깊은 곳으로 향했다. 도중에 산호가 있는 지역을 천천히 통과하는데 누디 같이 보이는 녀석이 있어 잠시 멈춰서서 촬영을 하였다. 이 녀석을 촬영할 때만 해도 이 녀석이 누디 종류인지 아니면 해면인지 정확히 몰랐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누디 종류다(아래 왼쪽 사진).
필리디엘라 푸스툴로사(Phyllidiella Pustulosa) / 사진=최환종
대왕조개. 입을 벌리고 있다. / 사진=최환종
이 녀석의 이름은 ‘필리디엘라 푸스툴로사(Phyllidiella Pustulosa, 혹투성이 갯민숭달팽이)’인데, ‘사마귀 민달팽이’, ‘여드름 갯민숭달팽이’라고도 한다. 사진에서 보는 등쪽의 흰색 돌기는 분홍색에서 녹색, 흰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상이 있다고 한다.
그 근처에는 대왕조개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위쪽 사진). 이전에는 원주민들이 식용으로 채취하였다고 하는데, 대왕조개는 조개껍질을 닫을 때의 힘이 워낙 강해서 사람이 이를 채취하다가 손이 조개껍질의 안쪽에 물릴 경우에는 도저히 손을 뺄 수 없다고 하며, 따라서 인명 사고도 발생했다고 한다.
둥근머리 거북 옆구리에 조개 같은 것(빨간색 점선 원)이 붙어 있다. 떼어주려고 했으나 곧바로 방향을 바꾸어 사라졌다. / 사진=최환종
조금 더 수심 깊은 곳으로 가는데 저 멀리 거북이 한 마리가 보인다( 위 사진). 이 지역에는 거북이 가족이 산다고 서 대표에게 들었는데, 이 녀석이 그 거북이 가족의 한 마리일까? 아까 등 청소를 하던 그 녀석은 아닌 것 같다.
이 녀석의 옆구리에 조개 같은 것이 붙어 있어서 떼어주려고 접근하니 이내 방향을 바꾸어 사라진다. 이 녀석은 이날 사람에게 등 청소를 맡길 기분이 아니었나 보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