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발행 철회…K-ICS 우려에 매각 '빨간불'
후순위채 수요예측 미달에 금감원 수시검사까지
신용등급 'A-'로 낮아 기관투자자 매력 못 느낀 듯
지난해 3분기 K-ICS 비율 159.8% '뒤에서 두 번째'
금리 하락·대내외 변동성 업황 악화에 매각도 난항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롯데손해보험의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순위채 발행 수요예측이 미달된 것이다. 이에 더해 금융감독원이 정기검사를 마친 지 한 달여 만에 수시검사를 진행하는 등 롯데손보를 주시하는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이달 5일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철회했다. 롯데손보는 "금리 상황, 급격한 경제와 대외 여건 변화 및 새로운 제도 도입 등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행 시점을 연기하는 것으로 대표주관회사와 협의해 발행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손보는 지난달 31일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금융환경 변화 등 각종 리스크 요인에 대비하고, 자본확대를 활용한 영업경쟁력을 확보하여 회사 재도약의 기반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발행 목적을 설명했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정책 및 안정적인 K-ICS 비율 관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운용전략에 따라 국내외 유가증권 등 투자, 대출채권 및 단기금융상품 운용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159.8%(경과조치 적용 후)로 당국 권고 기준인 150%를 간신히 넘겼다. 경과조치 전 비율은 128.7%로 당국 권고 기준에 미달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경과조치 후 기준으로 롯데손보보다 K-ICS 비율이 낮은 곳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 한 곳 뿐이다.
롯데손보의 경과조치 후 K-ICS 비율은 △2023년 말 213.2%(경과조치 전 174.8%) △2024년 3월말 184.0%(146.4%) △6월말 173.1%(139.1%)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롯데손보에 대한 정기 검사를 마친 바 있다. 그런데 검사가 끝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재무건전성을 중심으로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롯데손보가 K-ICS 비율 제고를 위해 실시한 후순위채 발행을 철회하면서 건전성 제고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롯데손보는 이달 4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매수주문이 72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손보의 후순위채가 수요를 채우지 못한 것은 최근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후순위채 발행이 늘어나면 시장 내 공급 과잉, 신용등급 하락, 금리 부담 증가, 투자자 신뢰 저하 등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추가 발행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통상 신용등급이 AA- 보다 높은 후순위채를 선호하는데, 롯데손보의 경우 이보다 낮은 A-등급이이서 보험사의 후순위채 발행이 늘어나면 수요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후순위채의 경우 자본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같은 회사채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금리가 더 높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K-ICS 비율을 제고하기 위해 활용되지만, 발행이 과도하면 오히려 재무건전성이 악화된다고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자본확충과 K-ICS 비율 제고 목적으로 후순위채가 많이 활용되는데, 이자가 높고 향후 추가 발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 등 다양한 조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K-ICS 비율 개선이 시급한 만큼 조만간 다시 조달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면서 "보험사의 후순위채 발행 러시가 이어지는 만큼 금리를 어느 수준으로 방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을 진행 중이나 건전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라며 "K-ICS 비율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매물로서의 매력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현재 상시매각 체재로 롯데손보 매각을 진행 중이다. 다만 금감원이 롯데손보에 대한 수시검사에 돌입하는 등 건전성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어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저하되고 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와 관련해서는 설명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 철회는 금리 상황과 대내외 여건 변화를 반영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철회가 아닌 발행 연기로, 발행 시점과 규모에 대해서는 추후 공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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