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미중 관세전쟁 충격파, 하늘길 흔들리는 보잉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4.16 00:40 ㅣ 수정 : 2025.04.16 01:0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관세전쟁으로 인한 무역갈등 여파로 중국정부, 자국 항공사에 보잉 항공기 인도 중단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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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전쟁의 불똥이 보잉으로 튀고 있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다시 한번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모처럼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이어가던 보잉의 주가는 관세전쟁 후폭풍에 휘말려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들에게 미국산 보잉 항공기의 인도를 중단하고, 미국산 항공 부품 및 장비의 구매도 중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보잉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 이상 하락하며 즉각적인 시장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조치는 중국 정부가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 직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및 부품 수입 비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중국 항공사들의 미국산 항공기 구매는 실질적으로 중단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주 중국 지샹항공이 보잉 787-9 드림라이너 인도를 보류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관세전쟁의 충격파가 보잉에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은 향후 20년간 전 세계 항공기 수요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거대 시장이다. 지난 2018년 기준 보잉 생산량의 약 4분의 1이 중국에 공급될 정도로 양국 간 항공기 무역은 커져만 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737 MAX 기종의 잇따른 결함 논란과 관세를 둘러싼 무역 갈등은 보잉의 중국 내 입지를 크게 좁히고 있다.

 

글로벌 항공업계 정보 제공업체 에비에이션플라이츠그룹에 따르면 현재 약 10대의 보잉 737 MAX가 중국 항공사로 인도를 기다리고 있다. 관세 발효 전 이미 대금 지불과 서류 작업이 완료된 기체는 인도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향후 보잉의 중국 판매는 장기적으로 암운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

 

JP모건의 항공우주 분야 애널리스트 세스 M. 세이프먼은 “보잉의 추정치와 주가 배수에 대한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며 “상승하는 비용과 무역 보복은 보잉의 재무 전망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잉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기업이다. 특히 787 드림라이너와 같은 대형 항공기의 경우,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일본의 미쓰비시, 가와사키, 후지 등 다양한 해외 업체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약 18억 달러 규모의 부품을 보잉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의 여파로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보잉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비용 증가 압박을 받고 있다. 세이프먼 애널리스트는 “보잉은 상승한 비용을 흡수하거나 고객에게 전가해야 할 수밖에 없는데, 두 방식 모두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알루미늄, 철강 등 항공기 원재료는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 수준이어서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항공산업 전문가인 리차드 아부룰라피아 에어로다이내믹 아드바이저리 부사장은 “보잉은 에어버스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는 과점 기업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타격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는 에어버스의 주요 기종들이 이미 몇 년치 주문이 밀려 있어, 항공사들이 갑작스러운 대체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표적 제조업 수출기업인 보잉은 정치적 갈등의 희생양이 되기 쉬운 구조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은 전략적으로 미국산 항공기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항공기 구매는 국영 항공사 중심의 중국 시스템 내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의 국제무역 전문가인 마크 윌리엄스 교수는 “중국 정부는 민간 항공 수요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며 “보잉에 대한 이번 조치 역시 정치적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고강도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현재로서는 보잉이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보잉이 로비를 통해 관세 면제를 얻어내거나, 비용 전가 전략을 확립하거나, 일부 생산기지를 이전해 관세 영향을 우회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중국은 항공기 수요의 일부를 유럽 에어버스사로 돌릴 수 있지만, 공급 일정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점은 보잉으로선 고무적인 변수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자체 항공기 제조사인 ‘코맥(COMAC)’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술력과 신뢰성 면에서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보잉의 이번 위기는 단순한 시장 상황의 악화가 아닌, 지정학적 갈등이 기업에 미치는 구조적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공급망에 기반한 제조업체로서 보잉은 무역 장벽의 확대에 특히 취약하며, 특히, 단기적인 실적 반등과 주가 회복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외부 요인은 그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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