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中 후판 관세 부과에 호황 급제동 걸리나

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2.26 05:00 ㅣ 수정 : 2025.02.26 05:00

국내 조선 '빅3', 지난해 슈퍼사이클 힘입어 13년만에 동반 흑자
조선 계약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하면 업계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
보세구역 활용해 관세 폭탄 피해 수익성 악화 막는 해법 마련해야
중소 조선업체,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 50% 늘어 관세 타격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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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정부가 최근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해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판은 선박을 만들 때 필요한 '두꺼운 철판'이다.  특히 후판은 선박 전체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다. 이에 따라 후판 가격 인상은 결국 조선업체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조선 '빅 3'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힘입어 지난해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정부의 중국산 후판 관세 부과 결정에 조선업계는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후판, 선박 원가 20∼30% 차지…조선사 수익성 후판 시세와 밀접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무역위)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어 중국산 후판에 대한 잠정 덤핑 방지 관세 27.91~38.02%를 부과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 후 같은 해 10월 무역위가 조사에 들어간 지 4개월 여 만에 내려진 예비판정이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예고에 국내 조선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인 두꺼운 철판이다. 특히 후판은 국내 유통량의 절반 이상이 선박 제조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선박 건조 비용 가운데 약 20∼30%를 후판이 차지해 수익성과 직결된다.

 

실제 국내 조선사는 과거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지난 2022년 당시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해 후판 가격도 기존 톤(t)당 60만원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에 따라 당시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1조원 이상 적자를 내며 발목이 잡혔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조선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굉장히 큰 편”이라며 “관세 부과로 제품 단가가 올라가면 국내 조선사는 원가 경쟁력에서 밀려 중국 조선사와의 경쟁에서도 불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저렴한 중국산 후판을 사용할 수 있는 중국 조선업체에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한 선박은  계약과 인도 시점이 차이가 나는 데에서 발생하는 수익성 악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계약과 실제 인도되는 시점까지 시차가 약 3년 정도 된다”며 “2022년 사례를 살펴보면 후판 가격이 갑자기 급등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조선업계가 계약을 의도치 않게 저가로 수주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인도 시점의 원자재 가격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이후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경우 이는 고스란히 조선사의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후판 톤당 시세는 중국산 70만원대, 국산 90만원대로 약 2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그러나 만약 관세가 부과되면 단순 계산으로도 중국산 후판이 국산 후판 가격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가격 경쟁을 펼칠 필요가 없게 된 국내 철강사들이 국산 후판 가격을 더 높일 수 있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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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의 후판 제품 [사진=현대제철]

 

■ 중국산 후판 비중 크지 않고 보세구역 활용…'지나친 우려'라는 주장도 

 

다만 현재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이 크지 않고 조선사들이 보세공장제도를 활용해 당장의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세공장은 수입 외국 원재료를 과세 보류 상태에서 사용하고 수출해 무관세를 적용받는 특허보세구역이다. 일반적으로 조선소 야드(선박 건조장)는 대부분 보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비중으로 보면 중국산 후판 사용량은 약 20% 가량”이라며 “예전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중국 조선사와 더 심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국내 중소 조선사는 예외다. 이들 업체들은 조선 작업에 들어가는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이 50% 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선사들이 보세구역을 활용해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당장의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인 셈이다.

 

한 예로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돼 수입산 후판을 관세 없이 들여올 수 있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에 따른 중국산 후판 가격 상승보다는 국산 후판 가격 상승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에 관세가 부과하면 국내산 후판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히려 이 부분에서 오는 수익성 타격이 더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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