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줄인 SC제일·씨티은행, 외국계 꼬리표 떼고 로컬化은 언제쯤?

이철규 기자 입력 : 2020.04.27 05:50 ㅣ 수정 : 2020.04.27 05:50

기업 살리기 외면하는 ‘나몰라라 행보’ 논란/소상공인이나 가계 지원 뛰어넘는 전향적 지원 요구 거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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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철규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불황 여파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은행들에게 기업대출을 늘려줄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지난해 오히려 이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은 기업대출을 전년보다 2561억원을 줄였고, SC제일은행도 1790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이들 은행은 매년 결산 때마다 고배당 논란에 휩싸였던 곳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50년 이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 은행이 로컬 은행에 걸맞은 위상을 갖기 위해선 전향적인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50년 이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로컬 은행에 걸맞은 위상을 갖기 위해선 전향적인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수출 감소와 내수침체로 인한 경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저금리 금융지원 패키지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두 외국계 은행은 오히려 기업대출을 줄였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기업대출잔액은 7조3408억원으로 2018년의 7조5198억원에 비해 1790억원(2.38%)이 감소했다. 씨티은행은 기업대출잔액이 7조1691억원으로 2018년의 7조4252억원보다 2561억원(3.4%)이 줄었다. 반면 가계대출잔액은 지난해 27조92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나 늘어났다.
 
이는 국내 주요 은행 중 한 곳인 국민은행의 기업부문 대출이 140조5942억원으로 2018년의 132조8331억원에 비해 7조7611억원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 잔액은 1094조2153억원으로 2018년의 1039조5473억원에 비해 54조6680억원이 늘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리스크를 감안한 수익성이 낮은 상품에 대해선 감축 전략, 즉 자산최적화를 취하고 있으며 기업대출 감소는 주로 한국은행 및 금융기관과의 거래인 환매조건부매수채권의 감소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SC제일은행은 중간배당 5000억원과 결산배당 1550억원을 합쳐 총 6550억원의 배당을 진행해, 배당성향 208.3%을 기록 고배당 논란에 휩싸였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호실적으로 순이익 증가율로 따지면 국내 시중은행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수익성 지표 개선 및 자본 효율성 제고 등을 고려해 선진적인 자본비율 적정성을 목적으로 배당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다만, 씨티은행은 2018년의 고배당 논란으로 지난해에는 국내 시중은행과 비슷한 652억4000만원의 결산배당금을 책정했다. 그럼에도 두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 4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진행한 은행 브랜드평판 빅데이터분석 결과, 국내 10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KDB산업·씨티·수협·SC제일은행) 중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각 8위와 9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사태 극복위한 소상공인 지원 넘어, 혁신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필요  

 

금융권에서는 외국계 은행이라고 하지만 이젠 국내 금융권에 진출한지 50년이 지난 만큼, 이젠 로컬은행으로서의 자존심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씨티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외계층의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을 지원했다. 또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수출입기업 차주들에 대해 특별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업체당 최대 5억원의 추가 대출을 지원하고, 최고 연 1.0% 범위 내에서 금리를 우대하고 있다.

여신의 경우도 의무 상환을 면제하고 기한 연장을 지원해, 여신 만기 도래 전 차주에 대해서도 최대 6개월까지 분할 상환금 유예(감액) 또는 이자감면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40개 영업점에 소상공인 자금지원을 위한 전담 창구를 마련했으며 카카오페이와 연대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중소기업분할상환대출’을 통해 1억5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고 있다. 

 

또한 SC제일은행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춘계 체육행사 비용(약 4억원)으로 전통시장 등 지역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외국계 은행이 로컬은행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선 혁신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지원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외국계 은행은 촉망 받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기준, 기술력을 갖춘 벤처·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은행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씨티은행이 1조113억원, SC제일은행이 1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시중 은행을 대표하는 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누적잔액이 30조8916억원, 우리은행이 27조236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인 셈이다. 
 

기술금융은 기술력과 성장성이 큰 중소·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 기술신용대출은 일반 중소기업대출에 비해 금리가 낮고, 대출한도는 높아 실질적인 금융편익이 높다.

 
이와관련 , 금융권 관계자는 두 외국계 은행이 침체에 빠진 기업을 살리기 위해 혁신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로컬 은행의 자리매김에 효과가 높을 것 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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