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트럼프가 바라는 ‘통 큰 양보’, 중국 화답 가능성 제로인 이유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4.15 00:53 ㅣ 수정 : 2025.04.15 00:5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구체적인 목표 제시하지 않았지만 3900억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적자 최소 절반 가까이 감축 희망,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맷집 키운 중국이 당장 고개 숙일 가능성 희바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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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진핑 주석(왼쪽)이 14일 베트남을 국빈방문,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부터 일관되게 “불공정한 무역”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런 정책 기조는 2기 행정부 들어 더 강하고,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특히 중국을 향해 거센 관세 압박을 가한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원하는 ‘양보’의 구체적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과 중국의 무역관계는 세계 경제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이 양국 간에는 뚜렷한 무역 불균형이 존재해 왔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으로 부각된지 오래다.

 

미국 통계청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약 1490억 달러인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5360억 달러에 달했다. 그 결과 미국은 약 3870억 달러 규모의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기록한 전체 무역적자의 약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중국이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대폭 늘리는 방식의 타협을 선호해왔다.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면서도 유독 중국에 대해서는 145%의 살인적인 관세를 고집하고 있는 것도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끌고 나오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그의 목표는 대중국 무역적자를 연간 2000억 달러 수준까지 줄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의 무역적자에서 절반 가까이를 줄이려는 야심찬 수치다.

 

그는 특히 농산물, 에너지, 제조업 제품(특히 항공기, 자동차 부품),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산 수입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연간 4000만~5000만 톤 수입할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는 2017년 수입량(약 3200만 톤)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미국은 LNG(액화천연가스), 원유, 석탄 수출 확대를 요구했다. 특히 중국이 연간 5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미국 에너지를 수입해야 한다는 구체적 수치가 한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협상 전략’일 수는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는 “미국이 요구하는 무역수지 개선 수준은 중국의 수요구조와 생산구조를 고려할 때 매우 비현실적”이라며, “단기간 내 중국이 그만큼 미국산 제품을 대체 수입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나, 그 규모가 단순한 수입 대체를 넘어서서 구조적 소비 변화를 요구받는 수준”이라며, “이는 중국의 산업정책 및 내수 구조까지 손대야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수입을 확대할 경우, 최소 3년간 평균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의 요구는 단순한 ‘양보’가 아니라, 중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 재편을 요구하는 것에 가깝다는 뜻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대의 양국 무역협상을 돌이켜보면, 중국은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에 일정 부분 응답했지만, 이를 일방적 양보로 해석하지 않으려는 기류가 강하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무역 전쟁을 원치 않으며, 협상을 통해 균형 잡힌 무역관계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2020년 체결된 ‘1단계 미중 무역합의’에서도 중국은 2년에 걸쳐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추가 수입을 약속했지만, 팬데믹과 공급망 문제로 이행률은 약 60%에 머무르며 결국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의 요구가 자국의 산업주권과 국가 전략기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기술 자립’을 강화하고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협박을 통해 힘으로 찍어누르는 식의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전략에 자존심 강한 중국이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협상 타결이 장기적으로 흘러 갈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어찌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바라는 양보는 단순한 무역수지 개선이 아니라, 중국의 수입구조와 산업정책의 변화까지를 포함하는 구조적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전략적 디커플링’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것처럼 힘에 바탕을 둔 협상전략이 실제 중국 경제 구조를 흔들 만큼 강제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 공급망과 정치적 계산이 얽힌 미중 관계에서, 트럼프의 요구는 협상의 지렛대일 수 있으나, 그 자체로는 ‘성공 보장 카드’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시작해 8년간 겪었던 무역전쟁을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장기전을 벌인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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