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이긴 연예인 (11)] ‘15년 무명’ 거쳐 '37세에 스타' 된 영탁, '실망하지 않는 가족'이 꿈을 지켜줘

염보연 기자 입력 : 2020.10.22 15:22 ㅣ 수정 : 2020.11.21 15:34

세상을 탓하는 대신에 실력을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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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성공한 연예인은 고수익을 올리는 권력계층으로 굳어졌다. 유명대학 총장보다 인기 연예인의 발언이 갖는 사회적 파장이 훨씬 크다.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통적 인기직업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희망직업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에는 대부분의 경우 깊은 아픔이 숨어있다. 역경을 딛고 성공가도를 달리거나, 좌절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전력투구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진다. <편집자 주>

 
영탁[사진캡처=TV조선]
 
[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영탁은 요즘 가장 ‘핫한’ 스타 중 한 명이다. 2020년을 강타한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스타가 됐다. 뛰어난 노래 실력 뿐 아니라 밝은 긍정 에너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83년생인 영탁은 37세에 유명해진 '늦깎이 스타'다. 지금의 성공 뒤에는 15년 간의 힘겨운 무명생활이 있었다. 기약 없는 무명생활은 스스로 자신의 강점을 ‘낙천적인 성격’으로 꼽는 그로서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현실의 벽은 높았고, 기회는 오는 것 같다가도 다시 멀어졌다.
 
어려움을 거듭하면서 "가수를 포기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도 의심하던 꿈을 지켜준 것은 다름아닌 주변의 사람들이었다. 주변의 믿음과 응원, 그에 감사하는 마음이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자리까지 영탁의 등을 밀어주었다.
 
■ 양반의 고장에서 태어난 말썽꾸러기, 2004년 영남가요제 대상으로 가수 꿈 품어
 
영탁은 안동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군인 아버지와 공무원 출신 어머니, 점잖은 가풍에서 태어난 영탁은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고 말썽꾸러기였다. 어른들에게는 혼나기도 했지만, 흥이 많고 잘 놀아 친구들 사이에서는 인기만점이었다.
 
원래는 방송인을 꿈꿨다. 언론정보학부에 진학해 청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뜻밖의 계기가 삶을 바꿨다. 휴학 중에 2004년 영남가요제에 재미 삼아 참가했는데 대상을 차지했다. 그때 부른 노래가 임재범의 ‘비상’이었는데 세상에 나가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보여주겠다는 의미의 곡이었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무대에 선 순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됐다. 그는 가수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22살이었다.
 
2004년 영남가요제의 영탁[사진캡처=안동 MBC]
 
■ 10여년 간 7장 앨범 냈지만 '알바생활' 면치 못해 
 
영탁은 2005년 영화 ‘가문의 위기’ OST에 참가했고, 2007년 ‘사랑한다’로 데뷔하면서 발라드가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4인조 그룹 ‘소울’, 발라드 듀오 ‘박지’ 등 그룹 활동을 하면서 드라마 ‘시티헌터’, ‘치즈인더트랩’ OST에도 참여했다.

2009년에 SBS ‘스타킹’에 그룹 ‘소울’로 출연해 가창력과 모창실력을 선보이며 우승했고, 2013년에는 히든싱어 ‘휘성’ 편에 출연해서 3라운드까지 올라가며 조금 눈길을 받기도 했다.

 
 
지방 아이돌 소울. 왼쪽에서 세번째가 영탁 [사진캡쳐=SBS]

 

[사진캡쳐=JTBC]
 

하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택배 아르바이트, 대학교 실용음악과 시간 교수 등을 하면서 틈틈이 생활비를 충당했다. 여전히 가수로서는 무명이었고, 고정 수입은 제로였다. 월세 낼 30만원도 없어서 사촌동생 집에 얹혀 사는 처지였다.

 
서른이 넘어도 무명을 벗어나지 못하자 좌절감이 들었다. 가수가 되면 무대에 서거나 TV에 나오면서 멋지게 포장된 삶을 살 줄 알았는데, 그러기는 커녕 여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스스로가 창피해 가수라고 나서기도 싫을 정도였다.
 
결국 2014년에는 가수 일을 잠시 접었다. 비록 가수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영탁은 실력있는 싱어송라이터였기에 보컬학원 강사와 보컬 디렉팅 아르바이트를 했다. 박효신, 플라이투더스카이 환희, 다비치, 수퍼주니어 등 여러 유명 가수의 작업을 돕거나 애니메이션 OST를 부르기도 했다.
 
영탁은 2016년까지 총 7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OST에 참가하거나 방송 출연 기회를 얻을 때마다 희망을 품었지만, 거듭 소속사 사정이 나빠지거나 여러 문제가 생겨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 계속 실망을 맛보면서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 계속 나아갈 힘을 준 가족과 지인의 응원과 믿음
 
하지만 스스로도 자신을 믿지 못할 때, 주변 사람들이 그를 붙잡았다.
 
영탁의 지인들은 영탁에게 밥과 술을 사주면서 “너 가수 일 잘하는 것 같으니까 좀 더 버텨봐”라고 북돋아줬고, 부모님도 무심한 듯한 성정에 애정을 담아 응원해주었다.
 
어머니는 “너 그래도 작년보다 오늘 더 노래 잘 한다”며 지나가는 듯한 말로 아들의 발전을 칭찬했고, 군인 출신인 아버지는 “네가 아직 노래 실력이 부족하다. 네가 부족해서 안되는 거니까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가수가 되도록 노력해라. 알았나!”라며 다그치듯이 말씀하시곤 했다.
 
영탁은 주변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한 걸음 더 내딛을 힘을 얻었다.
 
“그래, 나는 아직 부족하고 갈 길이 멀어. 아직 때가 아니야. 더 열심히 하자”
 
■ 2016년 '누나가 딱이야'로 트로트 가수로 전향/ 든든한 응원자인 아버지 쓰러져
 
영탁은 2016년 ‘누나가 딱이야’로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다.
 
함께 음악을 하던 친구들이 ‘뽕삘’이 있다며 트로트를 권유하기도 했고, 가수 활동을 쉬던 중에 트로트 작곡을 시작하면서 흥미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흥이 많고 낙천적인 자신의 성격에도 잘 맞을 것 같았다.
 
영탁은 ‘누나가 딱이야’에 이어 ‘우리 정말 나쁘다’로 서정적인 트로트를 선보이며 활동하다가 2018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다. 뛸 듯이 기뻤지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함께 기뻐해주시던 아버지가 갑작스레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이다. 아버지는 이 일로 몸의 왼쪽이 마비되는 후유증을 얻게 됐다.
 
아버지는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계속 영탁을 응원했다. 영탁은 그런 아버지에게 힘이 되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2019년에 움튼 ‘황금기’…3옥타브 넘나드는 가창력과 작사및 작곡 실력 발휘 중 

영탁은 2019년 발표한 자작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가 히트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는 신선하고 흥겨운 트로트로, 여자친구가 거짓말을 하고 다른 남자와 클럽에 갔던 경험을 녹여낸 코믹한 곡이었다.

[사진캡처=니가 왜 거기서 나와 MV]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의 성공으로 영탁은 방송출연도 하고, 자신의 노래가 TV에서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것을 들으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탁의 성공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영탁의 비상은 이듬해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하자마자 시작됐다. 3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창력이 있었지만 널리 보일 무대가 없던 그였다. 첫 무대에서 나훈아의 ‘사내’를 부르며 그의 실력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팬들이 생겼다.

[사진캡쳐=TV조선 유튜브]
 
특히 1대 1매치에서 선보인 ‘막걸리 한잔’은 삶의 애환이 담긴 가사를 시원스러운 가창력과 구성진 가락으로 소화했다. 영탁이 진을 차지한 1대1 매치 무대는 미스터트롯에서 가장 사랑받은 무대 중 하나로 남았다. 유튜브 조회수만 2000만뷰를 돌파했다.

결국 준우승을 차지한 영탁은 “잘 키워주셔서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수를 시작하고 이렇게 큰 상을 바치는 게 처음입니다. 온 국민이 힘든 시기인데 좋은 에너지와 음악을 전해드리는 가수들로 나아가겠습니다”라며 벅찬 소감을 전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영탁은 ‘뽕숭아학당’ ‘미운 우리 새끼’ ‘불후의 명곡’ ‘히든싱어’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사랑의 콜센타’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대에서 팬들과 만나지는 못하지만, 꿈결과 같은 행복한 나날이다. 병상에 계신 아버지도 아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고 힘을 얻어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

영탁은 미스터트롯 이후 ‘읽씹 안읽씹’ ‘짝짝꿍짝’ ‘챔피언’ ‘사랑의 카우보이’ 등을 작사작곡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노래로 풀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앞으로도 노래를 통해 대중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

 
“오랫동안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혼자서 갈 수 없는, 이겨낼 수 없는 많은 순간들을 선배와 동료, 후배들이 함께 해주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다른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팬들의 사랑도 오롯이 다시 돌려드릴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캡처=영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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