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4.01.30 08:22 ㅣ 수정 : 2024.01.30 08:22
지난 29일 현대힘스·우진엔텍 동반 하한가 스팩 합병 상장 기업들도 고점比 대비50%↓ 연초 수요예측 밴드 상단 초과율 ‘100%’ “상단 초과 기정사실…보수적 접근 필요”
[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네 배를 달성하는 이른바 ‘따따블’을 기록했던 종목이 바로 다음 날 하한가로 추락하는 등 공모주들이 극단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공모주 열풍이 연초에도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진행 과정에서 공모가가 일제히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해 확정되면서 기관 수요예측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닥시장의 현대힘스(460930)는 전 거래일보다 8750원(29.97%) 떨어져 하한가인 2만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8년 HD한국조선해양(009540)의 현물출자에 따른 자회사로 설립된 현대힘스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곡블록’을 제작하는 기업으로, HD현대 계열사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상장 전부터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현대힘스는 상장일이었던 지난 26일 개장 직후 공모가(7300원) 대비 2만1900원(300.00%) 상승한 2만92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다음 날인 전일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시장에 출회되면서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게 됐다.
지난 29일 현대힘스 주가 차트. [자료=한국거래소 / 사진=네이버 금융]
이처럼 최근 시장에선 공모주가 상장해 며칠 또는 상장일 단 하루만 급등하다가 고점을 기록한 이후부터 내림세를 보이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HB인베스트먼트(440290)는 상장 첫날 장중 공모가(3400원) 대비 235.29% 높은 1만1400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26일과 전일 연이틀 급락하면서 상장 후 고점 대비 63.16% 낮은 4200원을 기록했다.
지난 24일 상장한 우진엔텍(457550)도 첫날 따따블에 이어 지난 25일 상한가를 기록, 26일에는 장중 상한가를 터치해 최고 3만5800원을 나타냈다. 하지만 전일 현대힘스와 나란히 하한가를 기록하며 고점 대비 39.39% 낮은 2만170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IPO로 상장한 기업뿐만 아니라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으로 이달 증시에 입성한 한빛레이저(452190)와 드림인사이트(362990)의 전일 종가도 합병 후 최고점 대비 각각 45.64%와 49.45% 하락했다.
기업의 인수 및 합병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인 스팩의 이상 급등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24일 상장한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471050)은 상장 첫날 공모가(2000원) 대비 225% 오른 6500원까지 올랐다가 전일 종가 2100원에 장을 마쳐 거의 공모가 수준으로 다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수요예측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모주 위주의 장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일부 기관들이 상장주에 대해 기계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힘스는 수요예측 당시 공모가 희망 범위로 5000~6300원을 제시했으나 최종 공모가는 밴드 최상단을 1000원 초과한 7300원으로 확정됐다. 또 HB인베스트먼트는 희망밴드 2400~2800원의 상단을 웃도는 3400원에, 우진엔텍은 4300~4900원을 넘긴 5300원에 각각 공모가를 확정했다.
또 과열이 지속되면서 시장이 공모주 ‘무조건 매수’ 장세에 대한 피로감을 느껴 기관을 필두로 한 투자 주체들이 일시적인 숨고르기에 진입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IPO 수요예측 과정에서 상단 초과는 사실상 확정된 수준이고, 밴드 최상단을 10% 넘기는지 30% 넘기는지를 결정하는 상황”이라며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계산해서 내놓은 밴드를 일제히 초과한다는 것은 투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단기적인 조정이 왔다고 해서 공모주 거품이 빠졌다고 보기는 힘들고, 일시적인 숨고르기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상승에 대한 피로감을 느껴서 하나둘 빠져나가는 형세인데,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에 있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