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질병관리청장 표창, 동의대 박일수 교수, “숫자 너머에 희귀질환자들의 절절한 삶 있다”

임혜진 기자 입력 : 2025.03.24 16:53 ㅣ 수정 : 2025.03.24 16:53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 생산 연구로 정책 개발에 힘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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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일수 교수]

 

[부산/뉴스투데이=임혜진 기자] 최근 의학 드라마가 의료진의 헌신과 치열한 현실을 조명한 의학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의료 정책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효과적인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와 데이터가 선행되어야 한다. 희귀질환의 경우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희귀질환은 개별적으로 보면 환자 수가 적지만, 세계적으로는 약 3억 명이 영향을 받는 의료 분야다. 진단부터 쉽지 않은 까닭에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이 크며, 이들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동의대 의료경영학과 박일수 교수는 2021년부터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 생산을 위한 연구를 해왔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제9회 희귀질환 극복의 날 기념식에서 질병관리청장 표창을 받았다. 박일수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희귀질환 연구의 현황과 그 의미를 짚어보았다.

 

다음은 박일수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의료경영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A. 의료경영학과는 근거를 바탕으로 한 보건의료 경영 및 정보, 건강 증진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동의대는 2012년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신설했으며 현재 보건학, 경영학, 한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6명의 전임교수가 재직 중입니다. 졸업생들은 주로 종합병원, 연구소, 공공기관, 생명보험회사 등으로 진출하며, 일부는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이 학문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학부에서 보건학을 전공하고, 석사과정에서는 데이터 정보학, 박사과정에서는 다시 보건학을 공부했습니다. 당시에는 보건학 전공자가 데이터 분석을 공부하는 일이 매우 드물었지만, 이러한 진로 선택이 연구 역량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석사 졸업 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책 연구를 맡았습니다. 전 국민의 의료 이용 정보와 인구 사회학적 특성이 포함된 이 자료는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외에서도 제도 수립의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10여 년간 공단에 있으면서 건강정보 개발, 질병 발생 통계 생산, 건강보험 재정추계, 머신러닝을 통한 질병 예측 모델 개발 등을 수행했습니다. 이후 대학으로 옮겨 와 관련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병행 중입니다.

 

Q. 희귀질환 데이터 연구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A. 대용량 행정자료를 질환 특성에 맞게 통합·분석하는 과정이 제 경험과 역량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부터 희귀질환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연구를 지속하며 희귀질환 정책 수립을 위한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Q.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는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A.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 주관하에 있는 국내 유일의 희귀질환 국가 승인 통계입니다. 2020년 처음 시작해 정기적으로 발행되고 있으며 저는 연구 책임자로서 기획 및 분석 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통계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통계청, 행정안전부 등 여러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연계·분석하여 작성합니다. 따라서 각 기관의 데이터 구조와 보건의료 제도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데이터 통합 및 처리 과정에서도 높은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Q. 통계 연보 제작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

 

A. “정확한 통계 생산은 데이터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는 신념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책, 제도 개발·개선의 기초가 되는 만큼, 자료 해석의 정확성과 분석 결과의 신뢰성 확보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잘못된 통계는 정책 오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연구 윤리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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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일수 교수]

 

Q.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보건의료 데이터가 있나요?

 

A.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는 특정 연도의 발생, 사망, 진료 및 의료 이용 현황만을 제공합니다. 희귀질환 관련 정책 설계에는 질병의 전반적인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유병률(prevalence statistics)이나 생존 기간에 따른 환자 수를 기록한 생존율(survival statistics) 통계가 필요합니다. 이에 저를 포함한 연구진과 질병관리청은 2023년부터 유병률 및 생존율 산출을 위한 기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학문적 관심에서 출발한 연구지만,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희귀질환 극복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희귀질환자와 가족, 관계자들이 질환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연구자의 사명을 되새겼습니다.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의료진과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보건학과 의료경영학을 공부하는 모든 예비 연구자가 공공의료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연구로 학문적 성취를 이루는 것은 물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나가고 싶습니다. 저의 연구가 희귀질환 환자분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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