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불황에 K-패션도 양극화...'플랫폼·제조사' 희비 엇갈려
무신사·지그재그·에이블리,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기록
신진디자이너 브랜드·카테고리 확장 등이 실적에 주효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경기침체에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패션업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무신사와 지그재그 등 패션플랫폼 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쓴 반면 패션 제조사들은 실적 부진을 겪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24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1%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1조 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1028억 원, 당기순이익은 698억 원으로 모두 흑자전환했다.
패션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의 지난해 매출은 2004억 원으로 전년보다 21.5% 증가했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2000억 원을 돌파해 주목된다. 카카오스타일의 매출은 2022년 첫 1000억 원을 달성한 이후로 2023년에 1650억 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큰 폭의 성장을 이어왔다. 지난해 에비타(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는 80억 원에 가깝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지난해 매출도 33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 성장했다. 이는 3년 전인 2021년(935억 원) 대비 약 3.6배(258)%, 2022년(1785억)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87%) 성장한 수치다.
반면 삼성물산패션·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 등 패션 제조사의 지난해 실적은 모두 전년 대비 역신장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유일하게 2조원대 매출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12.4% 감소했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도 각각 36.8%, 44.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14~2016년에는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7~8%대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패션업계 불황 속에서도 버티컬 패션플랫폼 업계가 매출 호조를 보인 이유는 국내 소비 판도가 온라인으로 전환된 것과 무관치 않다. 또 어플리케이션 내 개인화 추천 큐레이션과 맞춤형 혜택 등 편의성을 강화한 결과 젊은 소비자 '락인 효과'도 톡톡히 봤다.
특히 디자이너 브랜드의 인기와 더불어 가성비 있는 가격도 패션플랫폼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동대문 보세 의류 사입 비율이 높은 지그재그와 에이블리는 저렴한 가격대에 트렌디하고 다양한 상품군을 갖췄다. 무신사는 커버낫과 디스이즈네버댓 등 디자이너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윈윈 전략을 펼쳐왔다.
아울러 뷰티와 스포츠, 홈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도 플랫폼들의 매출 성장에 주효했다. 각 플랫폼들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기존 충성 고객층과 겹치는 카테고리를 신설해 교차 구매를 유발했다.
이 밖에도 플랫폼 업체들은 각 사마다 차별화된 강점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에만 14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 연간 120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한 결과 오프라인 매출이 2023년보다 3.3배 이상 증가했다. 지그재그는 패션 업계 대표 빠른 배송 서비스인 ‘직진배송’으로 1030 여성 고객의 구매 전환율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젊은 고객들의 패션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변하는 추세”라며 “대기업 몰보다는 패션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패션 외에 뷰티, 라이프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의 확장을 꾀했다”면서 “특히 많은 상품군 중에서 개인별 상품 추천 등을 고도화한 결과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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