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트럼프가 추진 중인 미국 세력권에 대한 논란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미국 세력권에 긍정적이나 중국과 아랍국가 등은 인정하지 않는 입장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있다. 그것은 다극 체제다. 미국이 한 축(극)이고,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한 축(극)이 되어 각자의 세력권을 구축하고 이를 상호 인정하는 체제이다. 미국은 이 다극 체제 아래서 이들과 국제문제를 타협하고 이해를 조정하는 안보 거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지난 칼럼 “향후 예상되는 미·중의 안보 타협…전략적 자율성 넓혀 미국 의존 줄여야”(뉴스투데이, 25, 3.31)에서 ‘다극 체제 세력권’의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트럼프가 추진 중인 미국 세력권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 미국은 과거의 초강대국 아니야…국제문제 해결에 러시아와 중국 협조 필요
현재의 미국은 전 세계의 분쟁에 개입하고 미국의 가치와 제도를 전파하던 초강대국이 아니다. 미국은 패권 도전자 중국을 억제하기에도 벅차서 러-우 전쟁 및 중동 전쟁 같은 국제문제를 해결하려면 강대국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며, 반대급부로 이들 국가의 세력권은 인정해 줘야 한다.
미국은 과거의 초강대국이 아니며,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것은 강대국 간 안보 거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해 경제적 부를 창출하고 국민 소득을 증대시키겠다는 의미이다.
트럼프는 취임 전후,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언급했고, 파나마에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미국에 반납하라고 요구했으며, 중동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주민을 아랍국가로 이주시키고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필자는 이 지역이 트럼프가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 자신의 세력권이라고 생각한다.
■ 트럼프가 언급한 미국 세력권은 그린란드. 파나마, 가자지구, 캐나다 등
그린란드는 캐나다 북쪽에서 북미대륙과 유럽대륙, 러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최근에는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지정학적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인구는 5만 6천명에 불과하지만, 면적은 한반도의 10배로 광물과 희토류, 석유 등 지하지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1946년 트루먼 대통령은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1억달러에 구입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그 이후 미국은 덴마크와 그린란드 방위협정을 체결했으며 이에 근거해 그린란드에 탄도 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의 레이더 기지인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의 자원과 지정학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파나마에 운하의 통행료를 인하하지 않으면 운하 운영권을 반납하라고 언급했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1914년 개통시키고 소유권을 행사하다가 1999년 파나마에 반환했다. 파마나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전략요충지이다. 파나마 정부는 2017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체결한 다음 파나마 운하 인근 주요 5개 항구 중에 2곳을 홍콩계 기업 CK허치슨홀딩스에 운영권을 넘겼으며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국으로 가입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중국이 파나마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었을 것이고 더욱이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저지하기 위해 파나마 정부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나마 정부는 지난 2월 일대일로 참여국에서 탈퇴했으며 CK허치슨홀딩스는 미국계 컨소시엄 블랙록과 항구 2곳에 대한 매각을 협상 중이다. 미국은 이로 인해 자신의 세력권에서 중국을 퇴출시켰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하마스 종전 이후 가자지구를 인수해 해안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이 가자지구를 통제하면 ▲이스라엘 안보를 공고히 할 수 있고 ▲이란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으며 ▲걸프 아랍국들과 군사·경제적 협력 확대가 가능하다. 또한, 가자지구는 홍해, 지중해와 연결돼 국제적 무역 및 관광 허브로 발전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중동을 세력권으로 확보하기 위한 구상이라고 분석한다.
캐나다는 미국과 약 9천km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갈등 사례가 거의 없는 인접 동맹국이었다. 캐나다는 미국과 함께 1차,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NATO 창립 멤버로 러시아나 중국과 협력해 미국에 안보위협을 가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친미국가이다. 트럼프의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 편입’ 발언은 진의가 모호하고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며 미국인들도 관심이 없다. 트럼프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 미국 세력권 구상에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지지, 덴마크 등 해당국은 반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3월 27일 ‘북극-대화의 영토 포럼’ 본회의에서 “나는 과거부터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계획을 환영해왔다. 이 계획은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라고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계획을 지지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개발에 대해 “역사를 바꿀 것이며 가치가 있다”라고 동조했다. 파나마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호응해 파나마 운하 항구 2개의 매각을 권유하며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해당 국가들은 미국 구상에 반발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발표했으며. 그린란드 주민들은 우리는 판매용이 아니라고 항의한다. 중국은 홍콩계 기업 CK허치슨홀딩스에 대해 “국가 이익과 민족의 대의를 경시하는 일이고 전체 중국인을 배신하고 팔아넘긴 것”이라며 반역죄 적용을 시사하면서 파나마 항구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매각 협상이 지연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중국은 일대일로를 탈퇴한 파나마 정부에 항의하면서 동시에 미국을 향해 “파나마가 일대일로 사업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한 미국의 야비한 방해 공작에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비난했다.
중동 아랍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이주에 대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에 따라 중동의 정의롭고 포괄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바란다”라면서 자국으로 팔레스타인 난민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가자지구를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아메리카노 커피를 캐나디아노로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을 정도이다.
미국 세력권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미국은 또 다른 세력권인 러시아 및 중국과 어떻게 타협하고 거래해 나갈지 주목된다. 러시아는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미국이 파나마에 압력을 가해 일대일로에서 탈퇴시킨 것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미국의 세력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한국과 중국, 대등하다’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