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 2막 (2)] '리밸런싱 효과' 힘입어 올해 그룹 실적 개선 '파란불'
최태원 회장, '해현경장' 자세로 비효율적 사업 정리·'ABC 중심' 사업 투자
최 회장, 그룹 진두지휘해 계열사 10년간 3배 늘어 219개...삼성· 현대차·LG 3배
지난해 리밸런싱 기조 토대로 계열사 조직 통합과 구조조정 과감하게 단행
최 회장 리밸런싱으로 그룹 부채 줄고 이익 증가하는 흐름 두드러져 '눈길'
트럼프 '관세전쟁'·내수 침체 맞서 반도체·AI 등에서 성과 내면 실적 개선 가능
그동안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통해 기업을 성장을 시킨 '뚝심의 아이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돌연 구조조정의 칼을 꺼냈다. SK그룹은 219개 계열사를 거느려왔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무리한 투자와 사업 확장이 경영 비효율을 낳는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부터 '선택과 집중' 울 위한 리밸런싱(Portfolio Rebalancing, 사업재편)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2024년이 몸풀기 경기였다면 올해는 기업 성장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본경기에 들어가는 시점이다. <뉴스투데이>는 모두 만류한 하이닉스를 인수해 'AI(인공지능) 메모리' 독주 체제를 갖춘 최 회장이 추진하는 '리밸런싱' 효과와 올해 경영전략 방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3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태원(65·사진)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正音)을 낼 수 있다”라며 “모두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 경영 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최태원 회장은 비효율적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정리하고 그룹 성장성과 수익성을 강화할 'ABC(AI·배터리·반도체)' 중심의 핵심 성장동력에 투자를 강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본격화했다.
최 회장이 리밸런싱을 결심하기 까지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창업주인 아버지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은 석유화학과 정유, 전기 및 전자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 자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최종현 선대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38세의 젊은 나이에 그룹의 총사령탑이 된 최태원 회장은 1990년대부터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기업 M&A의 대표적인 예는 현재 SK텔레콤으로 성장한 한국이동통신 인수(1993년)와 SK하이닉스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1999년)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SK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 그리고 최 회장은 2000년대부터 해외기업 인수에 본격 나서며 글로벌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넓혔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진두지휘하면서 그룹 영토 확장에 성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는 219개로 집계됐다. 그룹 계열사가 2014년 80개에 그쳤지만 지난 10년간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뿐만 아니라 SK그룹은 국내 88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를 품었다. 같은 기간 SK를 제외한 4대 그룹 계열사 수는 △삼성 63개 △현대차그룹 70개 △LG그룹 60개다. 이에 따라 SK그룹이 이들 3개 그룹에 비해 계열사가 3배 이상 많다.
이처럼 최태원 회장 취임 이후 SK그룹은 M&A를 통해 급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SK그룹 모든 계열사가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그룹 성장에 지장을 주는 비효율적인 계열사를 선별하는 데 따른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 회장은 지난해 리밸런싱(사업 재편) 기조를 토대로 계열사 조직 통합과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지난해 11월 1일 계열사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해 자산 105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공식 출범했다.
또한 설립 이후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적 어려움을 겪은 SK온은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과 합병했다.
이와 함께 SK에코플랜트는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반도체 모듈업체 에센코어 및 산업용 가스업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통합됐다.
이밖에 SK그룹은 SK네트웍스의 SK렌터카 지분 100% 매각, SK스퀘어 산하 23개 자회사 매각 추진 등 비주력 사업 지분 정리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그룹 리밸런싱 전략에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측면이 없지 않다"라며 "그러나 리밸런싱 시행 이후 그룹 빚은 줄고 이익은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라고 분석했다.
SK그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이나 성장 가능성 지표로 활용되는 자산총계가 2023년 206조9702억원에서 2024년 214조9777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기업의 장기 투자나 성장 전략과 관련 있는 변화를 나타내는 유동자산이 같은 기간 142조1356억원에서 147조5148억원으로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2023년 22조6836억원에서 2024년 24조6470억원으로 늘어난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비핵심 자산 매각 등 리밸런싱을 통해 현금 유동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는 실적 부진이 모두 해소되지 않아 리밸런싱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의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124조6904억원으로 2023년(128조7984억원) 대비 3.19% 줄었다. 2024년 영업이익은 2조3552억원으로 2023년(4조7539억원)과 비교해 50.46% 급감했다.
이처럼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실적 악화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SK이노베이션의 2024년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74조7170억원과 영업이익이 3155억원이다. 이는 2023년 매출·영업이익과 비교해 각각 3.3% 83.4% 줄어든 성적표다.
SK온은 2024년 매출 14조 347억원과 영업손실 1조86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SK온은 2023년 매출 12조9000억원과 영업손실 5918억원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은 8.8% 늘었지만 적자폭은 86.8%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그룹 실적 악화 주범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SK E&S와 합병을 마무리했다"라며 "SK온도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과의 합병이 올해 초에 끝나 현재 시점에서 합병에 따른 실적 개선 등 시너지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과 내수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이 크지만 올해 리밸런싱 전략 지속과 함께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등 주력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 지난해보다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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