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30)]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사업, 공정한 최대 성능 반영 통해 우수 기종 결정해야 한다
방사청, 환경·조건 상이한 업체별 자체 성능시험 성적서 기준으로 자료와 실물 평가 병행 예정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약 500억원 규모의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사업의 사업자 선정을 두고 현대로템의 ‘셰르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스멧’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4월 4일 긴급공고된 이 사업은 11일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5월 2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하는 바쁜 일정이었다. 이후 지난해 9월 말부터 올해 2월 21일까지 육군 시험평가단의 시험평가를 통해 두 장비는 모두 작전운용성능(ROC)을 충족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 구매사업은 육군의 시험평가 외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최대 성능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별도로 진행된다. 방사청은 그동안 ‘최대 성능을 시험하겠다’라는 입장이었지만 어떻게 최대 성능을 확인해 평가에 반영할지를 업체에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갑자기 양사가 지난해 제안서를 제출할 때 첨부한 업체별 자체 성능시험 성적서를 기준으로 자료와 실물 평가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 시험평가 기관들과 충분한 사전 소통 부재로 최대 성능 확인 이행되지 않아
이 사업은 제안업체가 실물 장비를 이미 보유한 상태에서 최대 성능을 확인하고 기종 결정에 반영하는 최초의 구매사업이다. 따라서 동일한 환경·조건에서 명확한 평가 기준으로 양사의 실물 장비를 평가해 우열을 가려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제안요청서(RFP)에 최대 성능 확인을 어떻게 진행할지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데다, 업체가 자체 판단에 따라 수행한 성능시험 결과치로 비교평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방사청의 평가방침은 ① 실물 평가 시 업체별 제안서에 기재된 자체 성능 수치를 최대 성능으로 인정하되, 이 수치를 초과하는 성능은 인정하지 않고 이하일 경우 성능만 인정하며, ② 자료 평가 시 제안 수치를 단순 비교하거나 육군 시험평가단의 시험평가 결과를 활용해 최대 성능을 환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험조건과 방법에 따라 성능 수치가 달라지는데 제안 수치를 초과하는 성능이 나와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수치를 환산해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게다가 방사청은 3월 하순 2차례 협조 회의를 가진 후 “최대 성능·기준·방법 등을 수용, 향후 민원·소송 등 어떠한 형태로든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양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의 최대 성능 확인 과정에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일체 이의제기를 하지 말라는 데 동의해야 후속 협상이 가능하다는 의미여서 업체는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방사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공정한 실물 평가를 하려면 육군 시험평가단의 시험평가 과정에서 ROC 충족 여부만 시험할 것이 아니라 최대 성능까지도 시험했어야 한다. 그런데 들리는 얘기로는 육군이 최대 성능을 확인하려고 시도했으나 합참이 시험평가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방사청은 최대 성능을 반영하겠다며 제안서 평가에서 성능 확인이 필요한 6개 항목에 높은 점수를 배정하고도 시험평가 기관들과 소통 부재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 동일한 환경·조건에서 명확한 평가 기준으로 실물 장비 평가해 우열 가려야
그러자 방사청은 뒤늦게 업체가 제출한 자체 성능시험 성적서를 기준으로 기종 결정을 위한 최대 성능을 평가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실물 평가에서 나온 수치가 제안서에서 제시한 수치를 초과할 수 없다는 방사청 평가방침이다. 이러면 자체 시험을 엄격한 조건에서 보수적으로 수행한 업체가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 자료 평가도 업체별 다른 환경·조건에서 성능시험이 자체적으로 이뤄진 것을 정부가 별도의 보정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사업은 지난 2020년 현대로템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0원 입찰 경쟁을 거쳐 수주한 신속시범획득사업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현대로템은 세르파를 개발해 시범용 2대를 육군에 납품하고 4년 가까이 후속 군수지원을 하면서 지속적인 성능 개선으로 4세대 모델까지 진화해 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수주에서 탈락한 이후 아리온스멧을 개발해 미국의 해외비교시험(FCT)을 거치면서 성능을 개선해 왔다.
이처럼 수년에 걸친 업체들의 노력이 진가를 발휘하려면 기종 결정을 주관하는 방사청은 동일한 환경·조건에서 명확한 평가 기준으로 실물 장비를 평가해 제대로 우열을 가려내야 한다. 또한, 이번 사업이 성능 중심으로 기종을 결정하는 선례가 됨을 고려할 때 합참 및 육군 시험평가단과 원활한 협조를 통해 공정한 최대 성능 확인 절차를 구축함으로써 성능시험에 대한 논란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구매사업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방사청은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있도록 기준과 방법, 절차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속시범획득사업 수주 후 오랫동안 육군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며 무상 지원해온 현대로템과 수주에서 탈락 후 각고의 노력으로 경쟁 기회를 만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양사가 모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대 성능 확인이 필요한 6개 항목에 대해 공정한 평가가 진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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