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3.28 01:35 ㅣ 수정 : 2025.03.28 01:35
계속된 엔저와 국내외 투자 유입으로 올해도 상승 전망, 트럼프 관세정책은 새로운 변수
일본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국토교통성이 이번 달 18일 발표한 2025년 1월 기준 전국 평균 공시지가가 작년 대비 2.7% 상승했다.
이는 작년의 2.3% 상승보다 높은 동시에 버블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치로 인구감소가 진행 중임에도 엔저와 저금리로 인한 국내외 투자자금이 이를 상쇄하며 빠르게 일본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크게 들썩였던 때는 버블경제 한복판에 있던 1991년으로 당시 전국 평균 지가가 1년 만에 11.3% 상승했었고 1992년에 4.6%로 하락한 후 지금까지 30년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심지어 미니 버블이라고 불렸던 2008년조차 1.7% 상승했던 점을 고려해보면 지금의 상승세가 일본 입장에서는 얼마나 가파른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버블경제 때는 지가 상승률이 10%를 넘기던 것에 비해 소비자물가는 2~3%밖에 상승하지 않아 두 지수 간의 갭이 매우 컸다는 것인데 현재는 지가와 물가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어 자산 인플레이션만 심했던 당시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는 도쿄와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가 상승이 활발한 상황이다. 도쿄 23구의 상업지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무려 11.8% 급등했는데 가장 비싼 노른자 땅인 도쿄 쥬오구의 야마노악기 긴자 본점의 경우 1㎡당 단가가 우리 돈 6억이 넘는 6050만 엔을 기록하며 1년 사이 8.6%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지가 상승의 가장 큰 이유로 일본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해외 투자자금을 꼽는다. 미국 존스 랭 라살(JLL)에 의하면 2024년에 일본 상업용 부동산투자액은 전년 대비 60%가량 늘어난 약 5조 5000억 엔을 기록했는데 이 중 해외 투자자 금액만 1조 엔을 넘기며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달러로 환산한 투자금액으로 비교해보면 일본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부동산투자액을 기록했고 도시 단위로 비교하면 도쿄가 뉴욕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도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세이부홀딩스로부터 ‘도쿄 가든테라스 키오이쵸’ 건물을 약 4000억 엔에 매입하는 등 활발한 매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코로나 이후 빠르게 원격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기업들의 실수요까지 겹치면서 땅값 상승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오피스 중개기업인 미키상사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도쿄 도심의 사무실 공실률은 올해 2월 기준 3.94%를 기록하여 적절한 수급균형으로 여겨지는 5%를 밑돌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오락가락하는 관세정책과 외교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금의 흐름도 갑작스레 바뀔 수 있는 점은 모처럼 신고가를 이어가는 일본 부동산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업계 관계자들의 긴장감도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