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과 국방기술 ④] 신개념기술시범(ACTD) 성과 있으려면 합참과 소요군의 역량 강화 위한 전문조직 있어야
미군 ACTD, 신속획득제도로 자리 잡아…벤치마킹한 한국은 아직 성과 미미해
[뉴스투데이=박현규 객원기자] 2차 세계대전과 미·소 대립이 극심했던 냉전시대의 첨단 기술은 비밀리에 추진된 국방연구개발을 통해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 민간의 기술발전 속도가 증가하면서 스텔스 기술과 같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오히려 민간기술이 앞서는 경우가 많고, 국방기술과 민간기술의 구분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다.
이와 같이 기술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선진국들은 산·학·연 협력을 기반으로 민간기술을 국방에 연계하는 신속획득제도를 마련해 기존 획득 제도의 장시간 소요와 기술 진부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1994년 우수 민간기술을 군사적으로 적용하여 작전운영개념을 실증하는 ACTD(Advanced Concept Technology Demonstration)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 우리 군 ACTD 실효성 낮아, 제도 이해 부족과 참여 저조가 원인
ACTD는 무기체계 획득 과정의 복잡한 의사결정을 배제하고 단기간에 군사적 실용성을 검증 한 후 전력화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성과는 1994년 ACTD 과제로 선정되어 30개월 만에 전력화가 이루어진 중고도 무인기 프레데터(Predator, MQ-1) 사례가 대표적이다. 프레데터는 미 유럽사령부(USEUCOM)가 보스니아에서 운용하면서 작전기간 연장을 요청할 정도로 효과가 입증됐다.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Global Hawk, RQ-4) 또한 이 제도를 통해 전력화되는 등 미군의 ACTD는 기존 무기체계 획득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는 신속획득제도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이에 따라 우리 군에서도 미군의 ACTD를 벤치마킹하여 2008년 ‘신개념기술시범(ACTD)'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군의 ACTD는 수년간 뚜렷한 성과가 없어 사업의 실효성이 의문시 되었으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제안된 과제가 한자리 수에 불과할 정도로 관심에서 멀어졌다. 미군과 유사한 방식으로 추진한 ACTD 사업이 실패한 원인은 다양할 수 있으나,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RAND연구소가 1997년 발간한 ‘프레데터 ACTD’ 보고서를 주의 깊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RAND 보고서는 성숙된 기술 식별과 소요군의 집중적인 지원과 참여를 ACTD의 성공요소로 제시했다. 미 국방부 고등기술차관보실(DUSD/AT)은 ACTD 적용 대상을 복잡도와 목적에 따라 소프트웨어(1종), 독립체계(2종), 복합체계(3종)로 구분하고, 개발자와 소요군이 협력하여 요구사항을 과제로 제안하도록 했다. 제안된 과제는 국방부와 합참이 공동으로 평가해 우선순위 조정을 거쳐 최종 선정했다.
프레데터의 경우 민간기술 적용이 유리한 것으로 판단돼 1993년 가을부터 군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연구용 시제품 기술수준 평가가 이루어졌다. 이런 기술적 검토 과정을 거쳐 ACTD 제도가 마련되면서 ‘2종’ 과제로 선정됐고, 미 대서양사령부(USACOM)는 프레데터 운영개념을 발전시키고 작전수행을 통해 얻은 교훈과 시사점을 시제 제작에 반영하는 등 소요군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 군의 ACTD는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각 군 전력업무 조직과 인원이 재편된 직후에 도입돼 합참과 각 군은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첨단 기술을 검토할 수 있는 역량도 구비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소요군은 ACTD 제안에 대해 적극 참여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ACTD가 수행됐다.
■ 야전부대 요구사항 수용할 전문조직의 상시 지원체제 갖춰져야
결과적으로 소요군과 연구 주관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행된 ACTD는 시제품이 군의 소요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군사적 실용성이 검증된 시제품도 군의 후속조치가 없어 전력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낳았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ACTD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개선 중이다.
먼저 소요군의 요구를 담은 Top-Down 방식의 기획과제와 자유롭게 우수한 기술을 제안하는 Bottom-Up 방식의 공모과제로 구분하여 제안하고, 부품·소재 개발을 위한 시범적용 과제를 별도로 포함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제안 방식은 군의 요구사항을 개발자가 미리 파악하여 첨단기술의 군사적 활용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소요군과 지속적인 협업을 촉진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합참의 소요 결정과 소요군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보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여전히 제기된다. 개선된 ACTD 제도에서도 소요군은 개략적 의견을 사전 공지할 뿐 미군처럼 실질적 지원과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합참이 의사결정 책임을 모두 지게 되어 개발자가 기술 중심으로 수행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합참과 소요군은 전투현장에서 필요한 전력화 소요를 상시 발굴하여 ACTD로 제안된 과제를 실질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제 공모기간에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검토위원회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 야전부대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기술 사양을 구체화하고, 신속한 전력화로 이끌 수 있는 전문조직의 상시 지원이 필요하다.
미군의 경우 국방부와 별도로 각 군이 필요한 과제에 연구개발 예산을 투자하고 이를 관리하는 전문조직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아직 이런 업무를 담당할 전문조직이 없으며 합참과 소요군이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군과 기술을 연계하는 전문기관을 통해 전담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현실적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페타바이코리아 대표(전산학 박사)
명지대 보안경영공학과 객원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평가위원
美 해군대학원, KAIST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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