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해 12월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인 4일 새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12월 3일 밤 국회의원들은 윤석열의 초현실 같은 계엄 선포를 접하고 믿어지지 않았다. 현실 같지 않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SNS 단체방에는 긴장된 순간의 숨소리가 그대로 담겨있다. 그 자체가 역사 기록물이다. 3개의 단톡방을 통해서 그 날을 재현한다.
국회의원은 당선되면 선서를 하게 되어있다. 임기 첫 국회 개원식에서 모두 일어나 국회법 24조에 따른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12월 3일 밤 10시 27분에 계엄이 선포되었다. 12월 4일 새벽 0시 30분께 국회본회의장에 계엄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의원정족수( 재적 과반수. 150명)가 모였다. 그리고 12월 24일 새벽 1시 3분,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190명 출석에 190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런 비상 상황하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본능, 자칫하면 사선이 될 수 있는 국회의 벽을 넘어서는 용기를 보여준 190명의 국회의원이 있었다.
민주당은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헌법과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은 국회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당사를 선택했다. 당사에서는 의결을 할 수 없다. 당사는 자신들만 보호하는 거처가 될 수 있다. 계엄군이 여당의원을 식별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이다. 국민을 보호하는 장소는 되지 못한다.
12월 3일 밤 11시부(언론 공개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11시 23분)로 공포된 계엄포고령 1호는 명백하게 국회를 겨냥하고 있었다. 포고령 제1호의 첫 번째 조항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의 국회 해산 조치이다. 최상목 기재부장관에게 전달한 메모를 통해 확인되는 것처럼 전두환식의 국가보위입법회의 같은 관제 입법기구를 설치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사정권하에서는 독재자가 마음만 먹으면 국회를 해산할 수 있었다. 영구집권을 꾀한 1972년 10월 유신에서는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는 조항(제59조 1항)이 들어갔다. 어차피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3분의 1을 사실상 전국구(비례대표) 의원으로 지명할 수 있는데도 해산권을 두었다. 전두환의 1980년 10월 헌법에는 ‘대통령은 국가의 안정 또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국회의장의 자문 및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친 후 그 사유를 명시하여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는 조항(제57조 1항)이 있었다. 국회의장은 전두환의 자문을 수용하는 국회 구조였다. 요식 절차일 뿐이다.
1987년 6월항쟁의 결과물로 국회 해산을 할 수 없게 했다. 아울러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정부는 무조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독재자의 일탈을 국회가 견제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장치이다. 윤석열의 계엄 구상은 1단계로 국회를 봉쇄하여 계엄 해제를 막고 2단계로 국회와 정당의 주요 인사들을 검거하여 기능을 무력화시킨 다음에 3단계로 국회를 대체하는 기구를 만들고 개헌을 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국회 사무처 직원, 국회의원 보좌진 그리고 시민들의 지원을 받아 계엄을 해제했다. 이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의 회복력과 민주주의, 한국 국민등의 의지가 매우 분명히 표현된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스웨덴에서 특강을 했다. 어린 시절 광주 학살을 간접 경험한 그는 이십대 이후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릴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가슴에 품었다고 한다. 그날 12월 3일 이후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리고,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광주의 기억이 있었기에 민주주의로 성장하고 훈련된 국민과 ‘국민의 대표’들이 막아섰다. 이날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수많은 국민이 피를 흘렸을 수 있다.
-첫 번째 기록물. 민주당 단체대화방(MBC 보도)
민주당 국회의원 단체방에 제1보가 떴다
[천준호] 특보 윤석열 긴급 발표 10:27
[천준호] 계엄 선포 10:27
[김성회] 비상계엄 선포 10:28
[허영] 뭡니까? 10:28
[김성회] 반국가 세력 척결. 국가 정상화 10:28
윤석열이 10시 23분 방송을 통해 5분간 담화문을 읽어나갔다. 계엄 선포와 거의 같은 시간에 국회로 결집하자는 제안이 떴다. 아직 포고령 1호가 알려지기 전이다. 이재명 대표는 10시 29분에 최고위원 단체방에 ‘국회로’ 세글자를 남겼다.
[천준호] 지금 국회로 모여야 합니다. 10:28
[최민희] 어떻게 해야 하죠? 뭐죠? 10:28
[김성회] (유튜브 라이브 링크 공유) 10:29
[강유정] 일단 모두 국회로 와야 10:29
[강유정] 하지 않을까요? 10:29
[최민희] 갑니다. 10:30
[허종식] 국회로 모입시다. 술먹은 얼굴인데ㅡ이게 무슨 비상계엄? 10:30
[최민희] 원내에서 지침을 내려 주세요. 10:30
[김용민] 바로 국회로 모여야 합니다. 10:30
[김준혁] 지금 국회로 가겠습니다. 10:30
[권향엽] 비상계엄 선포 10:30
[박상혁] 모입시다 10:30
[복기왕] 국회로 가겠습니다. 10:30
[권향엽] 국회에 모입시다. 10:31
[김영진] 국회로 모입시다. 10:31
김영진 의원은 2024년 8월부터 여러차례 계엄에 대비한 국회 태스크포스의 시뮬레이션 회의에 참여해왔다. 그래서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단체대화방에서 바로 국회로 모이자고 반복해서 제안한다.
[백혜련] 정말 미쳤네요. 10:31
[김영진] 지금.바로. 10:31
[정진욱] 국회로 모입시다 10:31
[이해식] 네 전원 국회로 모입시다 10:32
[진성준] 국회로 모입시다. 10:32
[최민희] 원내 지침을 10:32
[최민희] 지도부 지침을! 10:32
[최민희] 국회로 갑니다. 10:32
[강유정] 일단 국회 와야합니다. 10:33
[정진욱] 지도부 지켜야 합니다. 10:33
[위성곤] 국회로 모입시다 10:33
[신정훈] 미쳤네요. 대표님은? 10:33
[복기왕] 지도부는 모일 장소를 정해 주세요 10:34
[박민규] 국회로 출발합니다.. 10:34
[박정현] 어디로 가면 될까요? 10:34
[최민희] 이재명대표님은 누구와 있나요? 10:35
[최민희] 박찬대대표는요? 10:35
[김문수] 모입시다 10:35
밤 10시35분 이때는 서울경찰청이 국회 주변에 5개 기동대를 배치했다.
[허종식] 대표님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안전해야 합니다. 10:36
[김원이] 국회로 갑니다. 10:37
[위성곤] 국회 본청 본회의장에 모여야겠습니다 10:37
[김영배] 국회로 갑니다 10:37
[천준호] 보좌진도 다 국회로 모여야 합니다. 10:37
[김한규] 헌법 제77조
④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국회의원이 해야 할 헌법적 근거가 공유되었다.
[강유정] 본회의장입니다 10:39
[황명선] 국회로 즉시 갑니다 10:39
[이용우] 국회 갑니다 10:40
[김영진] 의장님. 국회로 바로 오셔야. 출발하신다고 합니다. 10:40
계엄해제를 의결할 수 있는 사회권을 가진 국회의장의 안전과 행방이 중요했다. 의장의 행선지가 알려지면서 국회 본회의장 집결에 확신이 섰다.
정기국회는 매년 9월 1일에 시작하여 12월 10일까지 열리게 되어있다. 12월 2일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다. 12월 10일까지는 회기 중이라 원거리 지방의원들이 대부분 서울 숙소에 머물고 있어서 이동이 편했다. 경기 강원 지역 의원들도 한 시간 반이면 대부분 도착할 수 있었다,
[이수진] 국회로 가겠습니다 10:40
[박성준] 국회의사당으로 모여야 합니다 10:40
[김남희] 의사당으로 가겠습니다 10:41
[권향엽] 본청으로 모입시다. 10:41
박찬대 원내대표가 밤 10시 41분에 국회로 모이라고 공지를 했다. 10시 28분 계엄이 선포된 지 13분만의 발빠른 대응인다.
[박찬대] 긴급상황입니다. 의원님 모두 국회로 집결해주십시요. 10:41
[소병훈] 국회로 즉시 갑니다 10:41
[권향엽] 군 동원도 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10:41
[최민희] 군 동향이 파악되나요? 10:41
[박선원] 707특임대 휴대폰 회수 10:42
국정원 출신인 박선원 의원이 발빠르게 정보를 입수했다. 국회에 투입될 주력부대인 707특임대의 휴대폰 회수 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거의 실시간 정보이다. (제29화 참조) 의원들은 707특임대가 움직인다는 것에 진짜 계엄을 실감했을 것이다. 이것은 실제 상황인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항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젊은 시절의 세대 기억으로 갖고있는 세대이다.
[박해철] 안산 출발입니다 10:53
[이건태] 출입통제를 하지 않고 있다면 이때 신속히 전원 국회에 들어가야 합니다.
의장님, 부의장님 소재 보안에 부치고 따로따로 움직여서 국회에 오셔야 합니다. 10:53
[권향엽] 본회의장 바로 문 열도록 조치하고, 당대표님께서는 군 움직이지 말라는 긴급 메시지 내셔야 합니다 10:53
[김성회] 국회사무처 확인 결과 1050현재 국회 출입 가능
영등포경찰서, 국회경비대 별도 연락 받은 것 없는 것으로 방호과 통화 확인 10:54
김성회 의원이 출입 가능하다고 한 그 시간부터(10시 50분) 국회의 모든 출입구를 경찰이 폐쇄했다. 국회가 완전 통제 봉쇄되어있는가가 관건이었다. 권향엽 김성회 의원은 국회에서 오랜 기간 동안 근무를 한 바 있어서 계속하여 즉각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사실 이때는 누구도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불시에 당했기에 계엄군의 규모와 작전을 파악할 수 없다. 그냥 사지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거기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고 가는 것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랜 경험 속에서 대응매뉴얼을 만들고 공유하고 있었다.
[이건태] 국회를 막고 있다면 플랜B 마련해야. 10:58
[임호선] 당사로 모여야 할 듯합니다 10:58
[강유정] 정문은요? 10:58
[박찬대] 모두 일단 잡히지 않게 조심하세요 10:59
[강유정] 해제하려면 국회가야 합니다 10:59
[전용기] 본회의장으로 가야합니다 10:59
국회경비대가 정문을 막아섰다. 국회경비대는 원래 국회를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은 곳인데, 국회의원의 출입을 통제했다. 서울 경찰청 소속으로 계엄의 경찰 투 톱 중의 하나인 김봉식 서울 청장의 지시를 이행하고 있었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의 항의로 일시적으로 문을 열기도 했지만 문 마다 상황은 달랐다.
[강선우] (국회 앞 사진) 정문 막혔습니다. 10:59
[송재봉] 국회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11:00
[김용민] 한 곳에 모여서 뚫고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11:00
[최민희] 당사로 11:00
[최민희] 일단 11:00
[박찬대] 저는 일단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왔습니다 11:00
이때부터 월담이 혈로가 되었다. 국회 담장 높이는 1m 높이이다. 5개 기동대가 국회를 둘러가며 차벽을 치고 막기 시작했을 때이다. 아직 경비가 허술한 곳을 골라서 월담이 시작되었다. 박찬대 원내대표의 월담 소식이 알려지면서 “넘기에는 어느 담이 좋은가” “2문과 3문 사이에 경찰병력 경계가 허술하다”등의 정보가 공유되었다.
[정진욱] 옆문도 막았습니다. 11:00
[정진욱] 저도 담으로 들어갑니다. 11:00
[강선우] 지금 아무데도 못 들어갑니다. 11:00
[권향엽] 서문도 막았습니다 11:00
[최민희] 어느 담이요? 11:01
[권향엽] 최대한 들어 오셔야합니다 11:01
[이건태] 담을 넘을 수가 있으면 국회로 들어가고 이게 안 된다면 당사로 모여야 하는데, 당사도 막고 있을 수 있습니다 11:01
우원식 국회의장은 11시 6분 담을 넘어서 국회 의사당 5층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다음 제 31화로 이어진다)
10시 29분에 국회로 모이자고 한 이재명 대표도 부인 김혜경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10시 56분 이재명의 유튜브 방송이 시작되었다.
“국회로 와주십시오.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국민들이 이 자리를 지켜주셔야 합니다.”
그 당시에 이재명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07만명 정도였는데 조회수가 240만회를 돌파했다. 윤석열의 계엄 포고가 있고 난 후에 국민들의 시선은 민주당으로, 그리고 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마이TV’보다 훨씬 많은 조회수가 이를 입증한다.
김성회 민주당 의원도 유튜브 방송을 했다. “지금 국회 담벼락은 문을 다 봉쇄한 거 같습니다. 밖에선 고성을 지르고 있고 저는 대중교통으로 담치기를 해서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방송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당혹스러워하며 급하게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1980년 5월 27일. 광주는 완전 고립되어있었다. 새벽 3시, 탱크를 앞세운 계엄군들이 시내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새벽 4시 도청 주변은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다.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들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당시 유아교육과 대학생이던 박영순은 5월 21일 가두방송을 해달라는 시민군의 부탁을 받고 매일 밤 방송에 나섰다. 박영순의 밤 샘 가두방송은 집안에서 소등을 하고 숨을 죽이며 총소리를 듣고 있던 광주 시민들에게는 극한의 슬픔이었다.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박영순의 이야기는 나중에 영화 ‘화려한 외출’의 엔딩신으로 만들어졌다.
이재명은 이 장면을 생각하고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방송을 킨 채 월담을 했다. 핸드폰의 카메라는 발걸음에 따라 걸어가는 길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예쁜 화면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부인이 따라가면서 걱정하는 소리도 담겼다. 부인이 찍어준 사진을 보면 11시 6분 월담을 했다.
이재명은 경찰을 피해 "고개 숙이고 지나가다가 갑자기 담을 넘었다. 경찰이 잠깐 안 보이는 것 같아서 얼른 담을 넘었다"고 한다. 국회에 있는 당대표실로 가면 체포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의사당 옆쪽의 숲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한준호 의원을 만나 일단 회관으로 가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자신이 잡힐 경우 다음 민주당 지휘자는 누구냐 하는 순서를 정했다. 얼마든지 많이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최고위원 선출직 당선 순위, 원내대표, 최고위원 지명직, 다음에 사무총장 등 당헌대로 계획을 세우고 공유했다.
국회의 구조를 보면 가운데 국회의사당과 양 옆에 의원회관과 국회도서관이 있다. 이 세 개의 건물은 지하 2층에 통로로 연결되어있다. 적의 침략 등 유사시에 대비하여 만들어져있는데 이 통로를 이용하여 이재명은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계엄군은 이런 통로가 있는 줄을 몰랐다. 이곳을 봉쇄하지 않았다. 이재명과 한준호는 148명이 모이면 본회의장에 들어가기로 했다. 자신까지 포함하면 의결정족수가 채워지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한준호와 함께 지하 통로로 이동했다.
두 번째 기록물. 조국혁신당 단체대화방.
3년은 너무 길다던 조국혁신당의 움직임도 기민했다. 황준하 원내 대표가 텔레그램 단체방 대화창을 공개했다. 신장식 의원이 10시 28분에 1보를 띄웠다.
신장식 지금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 (22:28)
정춘생 미쳤나봐요 (22:29)
신장식 미쳤습니다 (22:29)
이해민 저희 행동강령 있나요 (22:30)
항현선 댁에서 나와계시거나 의회에 계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22:30)
정춘생 국회의장을 감금하면 계엄 해제 의결을 못해요 (22:32)
신장식 그러니까 국회에 모여 있어야 합니다 (22:32)
김선민 가겠습니다 (22:33)
이해민 넵 (22:34)
조 국 국회로 갑니다 (22:47)
김준형 저도 가고 있습니다 (22:49)
강경숙 헌법에 관련 조항을 인용해 올림
황운하 일단 본청으로 집결해주세요 (22:56)
이해민 들어갈 수 있나요. 못 들어가게되면 우리당 의원들이 모여있으면 좋겠습니다.
알려주세요 (22:57)
서왕진 국회로 일단 갑니다 (23:07)
강경숙 과반수 모여야 하는데. 차가 시내에서 잡히지 않아요. (23:07)
차규근 월담 후 의장님과 조우해 모시고 의장실로 왔어요 (23:10)
(우원식 의장은 11시 6분 국회 담을 넘었고, 차규근 의원은 4분 후에 이 글을 올렸다)
정춘생 지금은 신분증을 제시하고 신분 확인되면 들어올 수 있지만 좀 이따 군병력 투입되면 어려울 수도 있다. (정춘생 의원은 민주당의 국회 원내직에서 오래 있어서 국회 상황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이해민 야간 투시경과 정전 막아야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해 12월 4일 새벽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과 국회 뜻을 존중하고 즉시 헌법에 따라 계엄령 해제를 선포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 번째 기록물. 국민의 힘 단체대화방(TV조선)
22:29 박수영 “비상계엄 선포”
22:31 조승환 “저도 특보 봤습니다”
22:45 김소희 “민주당은 바로 국회 소집한다는데.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요?”
22:46 권영세 “그러게. 비상으로 국회해산이라도 하겠단 건가?”
후에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권영세 의원은 이렇게 남 일 얘기하듯한 질문을 올렸다.
22:49 박수영 ‘헌법 77조’ 계엄 관련 조문 공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막겠습니다. - 당대표 한동훈” (한동훈 대표 당 공지 공유)
한동훈의 첫 번째 입장이 알려졌다. 의원들은 이에 따르겠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긴박한 역사적 순간에 개인의 결단을 알리지 않고 의원총회를 통해서 당론을 물었다.
22:55 주진우 “우리도 긴급의총 소집해야 할 사안”
22:56 서지영 “지도부에서 빠른 입장을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정훈 “동의합니다”
김소희 “긴급의총 해야 합니다”
22:48 김상욱 “비상계엄을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후에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찬성을 한 김상욱 의원이 맨 먼저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어서 한동훈의 입장이 재차 공유되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당 대표의 입장 천명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는데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았다.
22:58 박정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입니다.국민과 함께 막겠습니다.
- 당대표 한동훈” (한동훈 대표 당 공지 공유)
추경호 대표는 22;59에 원내행정국을 통해 국회에서 바상의총을 소집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22:59 김용태 “국회 입구를 국회 경비단이 막아 출입이 봉쇄됐다고 합니다. 지도부에서 빠르게 판단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의원총회를 열어주십시오”
22:59 김상욱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23:00 김종양 “정말 아쉽습니다. 이렇게 있어도 되는 것입니까?”
23:01 송언석 “비상의총은 언제 어디서 하는 건가요?”
신성범 “국회는 해산되는 건가요?”
23:02 주진우 “현재 국회 통제중”
23:02 정연욱 “긴급 의총 열어야 합니다”
23:02 김용태 (경찰이 통제중인 사진 공유)
23:02 김종양 “일단 저는 국회로 갑니다”
22;;59에 국회로 모이라는 문자를 보냈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때부터 의총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 공지한다. 평상시라면 국회의원들이 자유롭게 차량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경찰과 군인의 통제로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3일 밤 110시 59분 국회, 밤 11시 9분 당사, 밤 11시 33분 국회 예결위 회의장, 밤 11시 49분 국회 예결위 회의장, 4일 새벽 0시 3분, 5분, 7분, 8분 당사 3층 등으로 공지했다. 11시 9분에 당사로 변경 공지를 한 것은 국회 통제 상황을 고려한 한동훈 대표측 요구를 수용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111시 33분에는 한동훈과 함께 국회로 향했다.. 그 후 두 명의 행보가 갈라졌다.
윤석열과 한 차례 통화한 추경호 대표는 4일 새벽 0시 29분 우원식 의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의원들이 표결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 표결 시각을 미뤄달라고 했다. 우원식 의장이 상황이 긴박하다며 본회의를 1시 30분에 개의하자고 했다.추경호는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우원식은 두번째 통화에서 의결정족수도 확보됐고 상황이 위중하다며 개의시간을 새벽 1시로 앞당기자고 했다.. 추경호는 의원들이 들어올 수 있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그날 3일 밤 11시 48분 무장한 계엄군 230여 명이 헬기를 타고 국회 경내 진입을 시작했다. 4일 새벽 0시 35분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 착석했다. 0시 39분 계엄군이 국회 2층 국민의힘 당대표실 유리창을 파괴하고 국회 본청에 진입했다. 0시 40분 계엄군 50여 명, 추가로 국회 담장을 넘어 진입했다. 추경호 대표는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23:03 신성범 “저는 국회로 출발.이럴 때 의원이 위치해야 할 장소 대한민국 국회입니다”
23:04 서범수 “국회는 폐쇄되었다 합니다. 의원님들께서는 당사로 모이시죠”
23:04 한지아 “추경호 원내대표님 비상 계엄령 선포 관련하여 긴급의총을 소집 요청합니다”
23:04 김은혜 “의총 소집했습니다”
한동훈의 입장이 또 공유되었다. 절박했으나 울림이 크지는 않았다.
23:24 주진우 (한동훈 대표 입장 공유)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합니다. 지금 민주당은 담을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계엄해제 안에 반대하는 분 계시는지요?- 한동훈 당대표”
23:44 김미애 “도서관 뒤쪽으로 출입 가능하답니다”
23:44 배준영 “차량은 통제할 경우 도보로 이용합니다. 의원 신분증 제시하십시오”
23:44 박수영 (현장 사진올림)
23:47 서범수 “의총장소는 예결위회의장입니다. 오시는 의원님은 의총장으로 와주십시오”
23:47 송언석 “국회 출입이 안 되는데…”
23:48 김은혜 “도서관 뒤는 되나요?”
23:49 추경호 원내대표 문자공지 비상의총 장소 (국회 예결위장)
23:49 한지아 “도서관 쪽으로 신분증 갖고 오시면 됩니다”
23:49 우재준 “막히기 전에 빨리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23:50 강대식 “도서관쪽도 안됩니다”
23:52 서지영 “출입가능한 문이 어디입니까
23:53 이양수 “(국회소집 문자 공유하며) 들어가지를 못하는데”
23:54 우재준 “담 넘어서라도 와주세요”
23:56 서지영 “출입증 찍는 곳이 가능한 모양입니다. 도서관앞 철문 출입증 찍는 쪽으로
저도 있습니다 김삼보 맞은편”
추경호는 당사로 방향을 틀었다. 의원들은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라 갈팡질팡했다.
23:57 조정훈 “지금 추대표님과 소통했는데 들어가지 못하는 의원님들이 있어서 당사로 모이라고 하시네요”
23:57 박수민 “도서관 쪽 막힌 거 같습니다”
23:57 김희정 “국회 차 들어오는 문 신분증 확인후 들어옴. 차는 못 들어오고 사람은 출입 가능”
친윤계 의원들만 반복해서 한동훈의 지시라며 본회의장으로 오라고 호소했다. 우재준 박정하 박정훈이 애절하게 문자를 보냈다.
00:06 우재준 “대표님 지시 사항입니다. 본회의장 와주세요”
00:07 우재준 “방금 옆에서 보고 지시하셨습니다”
00:07 박정하 “국회 본회의장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와야 합니다”
00:07 우재준 “최대한 각자 방법을 써서라도 와주세요”
00:07 조정훈 “지금 당사에 약 18분 넘게 있습니다”
00:09 박정훈 “본회의장으로 오셔야 합니다”
00:10 우재준 “당대표 한동훈입니다. 본회의장으로 모두 모이십시오.
당대표 지시입니다.”
00:10 송언석 “우여곡절 끝에 예결위회의장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도 안 계시네요”
00:11 우재준 “본회의장입니다. 예결위 아니에요”
00:13 박덕흠 “중앙당사입니다”
00:14 박정훈 “대표님 본회의장에 들어와 계시고, 여기서 모여달라고 하십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 50여명 당사에서 TV로 공수부대가 진입하는 장명, 그리고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00:15 김소희 “거길 들어갈 수가 없어요. 처음과 달리 경찰도 깔려서 담도 못 넘어가요”
00:15 김장겸 “못 들어가고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봉변당했어요”
00:15 송언석 “의총 장소가 어딥니까? 예결위회의장 아닌가요?”
00:15 이달희 “들어갈 수 없어 당사로 왔습니다”
00:16 박덕흠 “중앙당사입니다”
00:17 박수영 “공수부대 진입 중입니다”
00:19 조승환 “내부사진 올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00:26 한지아 “국회에는 군헬기가 뜨고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국회에 진입했습니다. 정당활동은 중지를 지시했습니다. 의원님들 오늘은 우리가 똘똘 뭉쳐야 할 때입니다. 원대실에 계시지 마시고 본회의장 휴게실로 모여주세요”
00:30 김정재 “국회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해 중앙당사에 모여 있습니다”
“의원님들 50여명 계십니다”
00:41 최형두 “지금 마산에서 막 도착해서 국회앞입니다. 시민들이 국회 주변으로 많이 걸어다닙니다. 국회 담 안쪽에는 경찰이 배치되어 출입을 못하게 합니다”
00:41 조정훈 “당사로 오세요”
00:47 최형두 “지금 헬기 3대가 국회 운동장으로 내린듯합니다” “헬기는 다시 날아갔습니다”
00:56 강민국 “지금 서강대교 위인데 차가 움직이지 못하네요.차량통제 하는듯합니다”
1:00 국회 본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
1:01 최형두 “170명 들어왔습니까?”
1:11 최형두 “담 넘어 왔습니다”
1:15 조배숙 “이미 190명 찬성으로 해제 의결되었습니다”
1:16 최형두 “국회 들어왔습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가 있던 그 순간에 국민의 다음 시선은 당연히 국민의힘, 그 중에서도 한동훈 대표에게 쏠렸다. 해제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려면 국민의힘 태도가 중요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의결을 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 일부에서라도 가세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한동훈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다. 그는 곧바로 국회로 달려갔다. 그리고 한 여권 인사로부터 피하라는 언질을 받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 대표는 절대 체포되면 안딘다. 체포되면 정말 죽을 수 있다. 그러니 즉시 은신처를 정해서 숨어라. 추적 안되게 휴대폰도 꺼놔라. 가족도 피신시키는게 좋겠다. 신뢰할만한 정보이나 허투루 듣지 말고 꼭 그렇게 하라”
한동훈은 그래도 국회를 향했다. 그는 “계엄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이 공포라는 반응을 압도했다. 나는 계엄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다’ 메디치 출판사)그는 비상계엄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모욕이자 도전이라며 이를 우선하는 책임감이 진짜 보수주의의 정신이라고 했다.
그날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과 본회의장 사이에 의원 휴게 공간이 있다. 여기에는 국회사무처 직원과 보좌진들이 계엄군의 진입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었다. 이중에 한동훈도 섞여있었다. 국회 본회의장에는 의원들만 출입이 허용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부 들어와 있었지만 사령탑이 없었다. 민주당의 박주민 의원이 손을 잡아끌고 한동훈을 본회의장으로 안내했다.
이재명과 한동훈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후 악수를 했다. 지난 9월 1일 대표회담에서 이재명이 계엄 가능성을 언급하자 한동훈은 근거없다고 일축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자신부터 나서서 막겠다고 했다. 한동훈은 그날 자신의 발언을 실천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12월 4일 새벽, 한동훈은 김종인 박사가 표현한대로 이날 만큼은 국민의힘의 대체 불가한 자산이었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계엄해제안과 탄핵안 통과의 정치적 책임을 물어 그를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고서 국민의힘은 계엄군이 철수한 국회로 들어와 세시간 넘게 의원총회를 했다. 한 친윤계 의원이 "대통령이 고독해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고독할 때 지도부는 뭐 했나. 우리가 말벗이라도 해주고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은 "당 지도부는 대통령을 빨리 만나 파악해야 한다.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어쩌나"라고 걱정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후퇴와 경제적 충격을 걱정하는 소리 대신에 윤석열의 고독과 마음을 걱정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