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 컬처클럽] 죄수 비용만 83조원, ‘딜레마’에 빠진 미국

정승원 기자 입력 : 2015.10.29 10:16 ㅣ 수정 : 2015.10.2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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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죄수들을 수용하는데 연간 83조원의 예산을 쓴다. 이는 서울시 예산의 4배 가까운 돈이다. 무지막지하게 늘어나는 죄수비용 때문에 미국은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 7일 오클라호마 소재 엘르노 연방교도소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진출처=비지니스인사이더닷컴]


(뉴스투데이=정진용 기자) 올해 한국 법무부가 전체 수용자 관리비용으로 책정한 예산은 1047억 4700만원이다. 지난해 999억3350만원보다 54억1200만원(5.4%) 인상된 금액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실제 법무부는 많은 예산을 들여 노후된 교도소 시설을 최신시설로 교체했거나 교체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둘러싸고 인권친화적인 조치라고 반기는 시각과 함께 재소자에게 너무 호화로운 시설을 제공하는게 아니냐는 반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범죄율이 높은 미국은 우리보다 더 큰 딜레마에 빠져있다. 교도소를 운영하는데 서울시 1년 예산(2015년 기준 22조 8427억원)의 4배에 가까운 740억달러(약 83조 6200억원)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는 웬만한 국가의 GDP(국내총생산)보다 더 많은 규모다.


죄수 수용에 서울시 예산의 4배를 쓰고 있는 미국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2015년 10월 현재 미국내 교도소는 약 5000여개에 달한다. 연방교도소가 1800개, 주나 카운티 등 지역교도소가 3200개인데, 이는 미국 전체 4년제 대학교보다 많은 숫자다. 이들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죄수는 230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미국인구의 0.73%다(보호관찰과 보석 등 법의 감시하에 있는 사람들 475만명을 합하면 전체 인원은 700만명을 넘는다. 이는 전체인구의 2.2% 수준이다). 전세계 죄수가 980만명임을 고려하면 미국은 전세계 수감자의 24%를 차지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미국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74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5년 미국예산(3조1760억달러)의 2.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수감자 1명당 3만2000달러(약 3600만원)선이다. 하지만 일부 주는 비용이 수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뉴저지의 경우 재소자 비용이 1인당 5만4000달러(약 6100만원)로 뉴저지가 걷어 들이는 세금의 18%를 웃돌고 있다.


▲ 지역교도소, 연방교도소가 몰려있는 뉴욕 등 일부 주는 수감자에 들어가는 연간비용이 1인당 6만달러(약 6800만원)가 넘는 곳도 있다. [자료출처=스마트에셋닷컴]


미국은 인구 10만명당 죄수가 698명으로 세계 2위다. 1위는 아프리카 세이셀공화국으로 인구 9만2000명에 899명이 수감돼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하면 미국죄수가 얼마나 많은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캐나다는 10만명당 106명, 영국 148명, 호주 151명, 스페인 141명, 그리스 120명, 노르웨이 71명, 네덜란드 75명, 일본 49명 등이다. 미국보다 5분의1 혹은 10분의 1 수준이다.

미국에서 죄수가 급증하게 된 계기는 1971년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이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전국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대대적인 마약사범 단속을 시작했다. 당시 뉴욕주지사였던 넬슨 록펠러 역시 마약사범에 대해선 가석방없는 종신형, 보석금지를 내걸었다.

마약판매상과 단순 구매자 모두 15년형에 처하는 과격한 조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뉴욕주 등에서 재소자가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뉴욕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교도소와 죄수를 보유한 대표적인 주다.


늘어나는 재소자 수용위해 민간자본 끌어들인 미국 정부

마약과의 전쟁선포 이후 재소자가 급증하게 되자 미국정부는 이들을 수감할 시설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텍사스의 사업자였던 톰 비슬리, 존 퍼거슨, 돈 휴토는 기회를 놓지치 않았다. 이들은 텍사스 주정부에 교도소 건설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기들이 책임지겠다고 제안했다.

1982년 텍사스 주정부가 이들에게 사업능력을 증명하라며 90일간의 유예기간을 주었지만 사실 이들은 교도시설을 지을 땅도, 돈도, 명확한 계획조차 없었다.


▲ 미국 교도소 가운데 10%는 민간업자들이 시설을 짓고 직접 운영한다. 죄수가 늘어날수록 이들 사설업자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질 수 밖에 없다. [사진출처=더이코노믹컬랩스블로그닷컴]


1983년 1월 약속한 시일이 다가오자 다급해진 이들은 휴스턴으로 날아갔다. 그리곤 적당한 모텔을 발견했고, 모텔주인에게 시설을 교도시설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모텔주인이 동의하자 이들은 모텔을 개조하여 87실을 보유한 최초의 민간 사설교도소를 만들어 공개했다. 그리곤 미국교정협회(CCA)라는 단체를 만들어 본격적인 교도소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사업은 번창하여 현재 미국내 전체 교도소의 10%는 사설교도소로 채워지게 됐고 CCA는 미국내 최대 교도소 관련단체로 성장했다. 2015년 기준으로 CCA를 비롯해 사설교도소의 매출은 74억달러(약 8조36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죄수 1명당 들어가는 비용은 주마다 천차만별이다. 인디애나주의 경우 1인당 소요비용은 1만4000달러(약 1580만원)다. 반면 뉴욕은 6만달러((약 6800만원)로 4.2배에 달한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민간업자들이 운영하는 사설교도소의 높은 운영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2012년 베라사법연구소(VIJ)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내 수감자 수는 지난 40년간 700%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 기간 미국민들이 세금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수감자 비용 역시 390억달러(약 44조원)나 급증했다.

베라연구소는 이 돈의 상당수가 교도관들의 임금이나 복지혜택, 연금혜택, 은퇴후 건강보험등에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간교도소 소속 교도관 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연방교도소나 주정부 교도소, 카운티교도소 등 공공교도소의 교도관 관련 지출이 덩달아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수감자에게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8개 주는 죄수들이 아플 때 주정부 예산으로 병원치료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12개 주는 외부기관과 계약을 맺고 죄수들의 교육까지 시켜주고 있다. 베라연구소는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54억달러(약 6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세세한 내역이 모든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효율성은 높지만 재소자 교화에는 관심없는 사설교도소

미국내 최대 사설교도소 운영단체인 CCA는 현재 16개 주에서 51개 사설교도소를 소유하고 있으며 직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또 7개 주 18개 주정부소유 교도소 역시 이들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민간사설교도소가 올리는 총매출액 74억달러중 22%인 16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차지한다. 순수익만 1억5700만달러(약 1770억원)에 이른다. 매출의 절반이상은 주정부 예산에서 나왔음은 물론이다.


▲ 미국 교도소 내 비리를 다룬 영화 ‘쇼생크탈출’의 한 장면. [사진출처=레딧닷컴]


흥미로운 점은 사설교도소들이 이렇게 많은 순익을 올리면서도 주정부 예산을 크게 절감시켜 주고 있다는 것이다. 베라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CCA 관련교소도들은 주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교도소에 비해 단기계약은 평균 19.25%, 장기계약은 평균 28.82%나 예산을 절감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많은 주정부들은 사설교도소와 계약을 맺을 때 의무적으로 예산절감을 요구하고 있다. 플로리다는 7%, 텍사스와 켄터키, 미시시피는 똑같이 10%의 예산절감을 의무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CCA는 주정부가 정한 기준을 훨씬 초과해서 예산을 절감시켜 주고 있는 셈이다.

사설교도소가 높은 순익을 챙기면서도 주정부 예산을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평균 29%나 절감시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트릭이 숨겨져 있다. 주정부에서 요구하는 예산절감은 총액 기준이 아니라, 수감자 1명당 들어가는 비용이다.

사설교도소 측은 수감자 1명당 소요비용을 크게 줄이는 대신, 총수감자수는 다른 공공교도소보다 더 많아 총매출과 순익에서 더 높은 이윤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오클라호마주가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교도소별 재수감율(석방되었다가 다시 교도소로 수감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사설교도소의 재수감율은 공동교도소 보다 약 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사설교도소에 수감됐던 죄수들은 다른 곳보다 재수감될 확률이 4% 더 높다는 뜻이다.

오클라호마의 경우 출소자 1000명당 55만달러(6억2000만원)의 추가예산을 사설교도소에 제공한 셈이다. 수감자당 비용이 훨씬 높은 뉴저지의 경우 출소자 1000명당 추가비용은 160만달러(18억원)나 된다.

더 큰 문제는 사설교도소가 재소자들의 교화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재소자가 많을수록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는 재소자를 줄이는 대신 오히려 더 늘리는 게 사설교도소 입장에서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도소내 폭력을 방조하거나 죄수들의 탈출을 눈감아주는 비리까지 보고되고 있다.


▲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 수감된 형의 탈옥을 돕는 동생의 얘기를 그린 ‘프리즌 브레이크’의 한 장면. [사진출처=팬팝닷컴]


지난 2010년 애리조나의 한 사설교도소에서는 살인죄로 복역중인 죄수3명이 탈출해 민간인 2명을 죽인 사례가 있었는데, 조사과정에서 교도관들이 탈출에 협조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줬다. 또 같은해 아이다호 사설교도소에서는 죄수가 죄수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교도관들이 이를 제지하지 않고 방관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사설교도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정부들은 사설교도소와의 계약을 끊을 경우 당장 부담해야할 교도소관련 추가예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교정시설 예산 둘러싸고 ‘갑론을박’

한국에서도 늘어난 교정시설 예산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 교정시설 관련예산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법무부는 늘어난 예산으로 노후시설들을 교체했거나 교체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신축 광주교도소는 지열을 이용한 에어컨과 온수난방, 현대식 샤워시설, 낙상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팔걸이와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바닥재, 가족과의 만남의 집, 최신접견실을 두루 갖추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 교도소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을 다룬 영화 ‘7번방의 선물’ 포스터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교도소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정당국은 교도행정 본래의 목적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것보다 이들을 가르치고 변화시켜 건강한 이웃, 평범한 사람으로 재사회화 하는게 더 중요하다며 교도소 시설의 변화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너무 호화로운 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정시설의 수용자 수는 지난 26일 기준 5만5831명으로 지난해 평균 5만128명보다 5703명 늘었다. 증가율로 따지면 11.4%다. 이같은 숫자는 2004년 5만7184명을 기록한이래 11년만에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에 비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수감자 1인당 예산은 약 187만원으로 미국(3600만원)의 19분의 1수준이다. 수감자 수로는 미국에 비해 41분의 1, 전체 예산규모로는 820분의 1이다. 미국이 너무 비정상적으로 죄수가 많다보니 우리나라의 수감자 수는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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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w6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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