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튀르키에를 가다①] 리라화 20% 하락, 올해 최대 30% 더 추락위기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6.12 01:14 ㅣ 수정 : 2023.06.13 08:26

다른 나라와 달리 인플레이션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비정상적 경제정책으로 금리상승, 물가급등, 통화가치 하락 등 3중고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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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에 리라화는 올해들어 달러화 가치 대비 20% 가까이 추락했다. 고점이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80% 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리라화의 추락은 아직 끝난게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리라화 가치가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올해말까지 최대 30% 더 떨어질 것이란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은 튀르키에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무엇이 튀르키에 경제를 이렇게 혼돈에 빠트리고 있는지 현지취재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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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은 어딜가도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스탄불=정승원기자]

 

[이스탄불(튀르키에)=뉴스투데이 정승원기자] 튀르키에 수도 이스탄불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40분. 경유가 아니라, 직항편을 탔는데도 인천에서 꼬박 12시간 비행거리다. 과거에는 이보다 비행시간이 짧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여파로 위험지대를 돌아서 비행해야 하는 까닭에 시간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

 

기자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은 입국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크게 붐볐다. 외국여권 소지자 입국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을 보면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스탄불은 유럽의 관문으로 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항공권 값이 싸서 이곳을 경유해 유럽 곳곳으로 나가는 관광객들이 많다. 더욱이 튀르키에 리라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 쇼핑이나 관광등을 위해 외국에서 이스탄불을 찾는 사람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

 

새로 지어진 이스탄불 공항은 세련미와 편리성이 더해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다. 공항 곳곳에는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고,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공항 자체가 크게 붐빈다는 인상은 없었다.

 

공항을 나와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공항에서 시내 호텔까지 300리라를 요구했다. 1리라가 한화 55원정도 하니까, 우리돈 약 1만6000원 정도에 해당한다. 몇 년 전 코로나 이전에 공항에서 같은 장소로 택시를 탔을 때 100리라(당시 환율 2만원) 정도 냈던 것과 비교하면 택시값은 3배가 올랐지만 환율을 고려하면 그나마 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튀르키에 환율은 다른 외국 통화가치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물가는 더 많이 올라 외국인들이 느끼는 튀르키에 물가는 그닥 싼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칸이라고 소개한 30대 후반의 택시기사는 어눌하지만 영어소통이 가능했다. 그는 터키 경제상황을 묻는 질문에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다. 물가상승률이 장난 아니게 높아서 생활 자체가 힘들다는 얘기였다.

 

실제 튀르키에의 인플레이션은 최근 몇 년간 터키경제를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최대 숙제로 떠올랐다. 코로나 첫 해인 2020년에는 인플레이션율이 80%를 웃돌아 가계와 기업 모두에 살인적인 압박을 안겨주기도 했다.

 

튀르키에 경제를 이끌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6개 야당의 단일 후보를 52.2% 대 48.8%로 물리치고 3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2003년 총리로 취임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8년까지 임기를 5년 더 추가하면서 사실상 종신대통령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문제는 에르도안의 집권 후반기에 튀르키에 경제가 급격하게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중 만난 이스탄불 보아지치 대학의 한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 기간 풀렸던 막대한 통화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튀르키에 정부는 그동안 금리를 인하하는 ‘나홀로 금융정책’을 고집했습니다. 금리를 올릴 것을 촉구하는 주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 총재를 바꿔가면서까지 ‘금리를 내리면 물가도 잡힌다’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신념을 밀어붙였는데, 그 결과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려도 시원찮은데, 오히려 금리를 내리면서 리라화 가치는 올들어서만 20% 가량 하락했다. 4~5년전과 비교하면 80% 가량 떨어졌고 작년초와 비교해도 50% 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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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투어에 나선 관광객들. [이스탄불=정승원기자]

 

 

튀르키에는 대부분의 생필품과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리라화의 하락은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를 계속해서 압박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탄불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교민 서정철씨는 “에르도안이 선거를 겨냥해 가정용 가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서민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연임에 성공한 지금, 이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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