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튀르키에를 가다②] 첫째도 인플레, 둘째도 인플레, 셋째도 인플레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6.13 00:20 ㅣ 수정 : 2023.06.13 00:20

튀르키에 리라화 가치폭락에 외국인 관광객 코로나이전 수준 회복 기대, 환율하락 맞춰 현지물가 하루가 다르게 올려서 실제 외국인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싸다는 느낌 별로 없어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튀르키에 리라화는 올해들어 달러화 가치 대비 20% 가까이 추락했다. 고점이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80% 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리라화의 추락은 아직 끝난게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리라화 가치가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올해말까지 최대 30% 더 떨어질 것이란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은 튀르키에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무엇이 튀르키에 경제를 이렇게 혼돈에 빠트리고 있는지 현지취재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image
이스탄불 슈퍼마켓. [이스탄불=정승원기자]

 

 

[이스탄불(튀르키에)=뉴스투데이 정승원기자] 튀르키에는 전통적으로 관광객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다.

 

튀르키에 관광청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의 경우 5180만명의 관광객이 튀르키에를 찾았다. 역대급 방문객 수였다. 튀르키에 경제가 관광객 때문에 먹고 산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수치다.

 

높은 관광객 유치는 일자리 창출과 외화벌이에 가장 큰 수입원으로 꼽혔다. 관광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만 매년 26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외화수입은 수십억달러에 달해 튀르키에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2020년 관광객수는 1200만명으로 4분의 1토막이 났고, 2021년에는 1000만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취재중 만난 튀르키에 관광청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관광객으로 인한 수입이 연간 500억~600억달러에 달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2021년에는 30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망적인 뉴스가 없지 않다. 작년부터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한 관광객수는 올들어서는 코로나 이전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현지여행사 TUI 관계자는 “올해 관광객수는 6000만명을 넘어서고, 이들이 튀르키에에서 쓰는 외화는 6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리라화 화폐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 관광객들에게는 튀르키에를 찾는 가장 큰 매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리라화는 올들어 20% 가량 떨어져 달러화 대비 최저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스탄불 곳곳에 있는 시내 환전가게에서는 100달러를 주면 2200리라를 바꿔준다. 짜게 환전해주는 곳이 2100리라, 조금 후하게 환전해주는 곳은 2300리라까지 바꿔준다.

 

제법 두툼한 리라화를 손에 쥐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지만, 현지에서 찾은 레스토랑 대부분은 환률급락에 맞춰 가격을 많이 올려놓은 상태다. 이른바 관광객 물가가 따로 적용되고 있어 통화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싸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image
이스탄불 관광가 식당. [이스탄불=정승원기자]

 

 

이스탄불 시내 중심가에 있는 웬만한 레스토랑의 한끼 식사 가격은 400~500리라가 넘는다. 비싼 곳은 800리라가 넘어서 오히려 한국보다 더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메뉴판 가격에 덕지덕지 종이가 붙어있는데,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가 계속해서 바뀌는 바람에 가격을 계속해서 올려야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케밥 전문점 블리체 사장 에밀씨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음식재료값이 계속해서 오르는 바람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음식값을 시도때도 없이 올리면 관광객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파는 식자재값이 터무니없이 오르고 있어 음식값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국인 김수연(가명)씨는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봤을 때는 환율 때문에 물가가 쌀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보니 음식값도 그렇고 모든 게 다 생각했던 것보다 2배, 3배 가격이어서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뮤지엄 패스를 샀는데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1000리라 하던 것이, 지금은 2500리라로 껑충 올라서 어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