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실록, 초현실 비상계엄(14)] '계엄의 정석' 전두환 보안사 부활시킨 방첩사

민병두 입력 : 2025.03.04 06:37 ㅣ 수정 : 2025.03.0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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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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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뉴스 캡처]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윤석열이 집권한지 6개월도 안되어 보안사, 기무사의 후신인 국군방첩사가 부활했다. 기무사령부는 2017년 박근혜 탄핵 직전에 계엄령 문건을 작성하여 문재인 정부 시절에 해편(해체 개편)됐다. 지원부서 성격의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명칭도 바뀌었고, 권한도 대폭 축소되었으며 인원도 30% 정도 감축되었다. 정치 개입의 후과이다.

 

2022년 11월1일 다시 사령부급으로 격상한 국군방첩사로 개편하면서 3불원칙을 내세웠다.  업무 훈령 제4조 정치적 중립 준수 의무에 이어 제8조에는 특권의 배제라는 조항이 있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인권 보장과 헌법 수호 정신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권한을 부당하게 확대 해석하거나 오남용을 하여서는 안된다라고 못박았다. 기무사 시절에 사이버 댓글 공작과 세월로 유가족을 불법 사찰한 행위가 드러난 것 등에 대한 반성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는 거짓이거나 위장이었다.

 

출범과 함께 20대 21대 보안사령관 전두환 노태우의 사진을 사령부 본청 복도에 내걸었다.  내란 수괴인 두 명의 사진을 내건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실제로 안보지원사령부 시절에는 두 명의 사진이 없었다. 윤석열의 역사관을 읽고 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윤석열이 묵인하거나 조장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쿠데타가 로망인 윤석열, 전두환이 일은 잘했다는 윤석열이 대통령이어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전두환 노태우 사진 게시 사실은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국군 방첩사령부 내 역대 사령관 사진 게시 현황’ 자료를 요청(2024년 10월)하여 드러났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내란과 군사반란죄로 대통령직까지 박탈당한 역사적 죄인 전두환 노태우 사진을 뭐가 자랑스럽다고 방첩사에 다시 게시했는지 묻고 싶다. 방첩사는 1980년대 그 시절이 그리운 게 아니라면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 시점까지 사진은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에는 부대 관리 훈령이 있다. 이 훈령 5장 3절에는 ‘장성급 지휘관 및 기관장 사진’ 관련 규정이 있다. ‘부패 및 내란 외환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지휘관’ 사진의 게시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예우 홍보 목적이 아닌 기록 보존 목적으로 게시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역사관이나 회의실에서만 할 수 있다. 방첩사는 ”전체적으로 역사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그 해명과 모순되게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16대 김재규 사령관(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사진은 게시하지 않았다. 

 

방첩사는 원래 군 내부에 스며드는 제5열을 색출하고, 군 정보가 간첩들에게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일을 한다. 쿠데타를 막는 것도 가장 큰 역할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방첩사의 전신인 보안사가 쿠데타에 동원된 흑역사를 갖고 있다. 1979년 전두환이 보안사령관으로 있으면서 12.12 쿠데타를 일으켰다. 보안사의 핵심인 허화평 허삼수 최평욱, 그리고 하나회 소속인 노태우 장세동 김진영 등과 함께 내란을 모의,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보안사가 군 내부의 모든 통신을 도청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가까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이건영 야전군총사령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정병주 공수부대장 등의 연락은 모조리 도청이 되었다. 보안사를 누가 장악하냐에 따라 계엄군과 진압군의 전력 차이가 결정된다. 보안사 장악은 이때부터 ‘계엄의 정석’이다. 그리고 2017년 촛불정국에서 보안사의 후신인 기무사가 만든 문건은 ’계엄 시즌 1‘이다. 2024년 ’계엄 시즌 2‘를 준비하는 첫 시작은 국군방첩사령부의 부활에서 시작됐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 마지막 유세에서 부정선거론을 집중 점화했다. 2022년 3월4일 경주 유세에서 21대 4.15총선(2020년) 관련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불을 지폈다. 그리고는 3월6일 의정부 유세에서는 “중앙선관위가 썩으면 민주주의는 망합니다 우리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상적인 선관위 맞습니까”라고 대놓고 국가 헌법기관에 대한 불신을 쏟아냈다.

 

이 시기 윤석열 캠프에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단적으로 심취해 있었다. ’시대정신연구소TV‘라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 무렵, “권력을 스스로 찾아오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며 윤석열 집권 이후 국회해산 시나리오를 제기했다. 일부 보수진영에서 190 대 110의 국회 의석으로 보아 야당이 1년 내에 탄핵을 추진할 텐데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방위대를 설치하자는 등의 내용이 광범위하게 돌고 있었다. 시대정신연구소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대규모 부정선거 증거가 드러나면 야당 의원 상당수가 의원직을 잃게 되고, 그러면 사실상 국회가 해산이 되어 총선거를 다시 치를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윤석열의 리셋 플랜‘이다.

 

윤석열은 5월 취임 이후 자신이 믿고 있으며, 보수 진영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고 방첩사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일을 추진했다. 마침 윤석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안보지원사령부가 사령관의 지시로 조직개편TF를 구성하여 움직이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곧바로 이 TF를 확대 개편했다. 그래서 11월1일 방첩사가 출범했다.

 

새로 태어난 방첩사는 과거의 기무사 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았다. 장군 진급 및 주요 보직 예정자의 인사 검증을 위한  대통령실의 자료 요청에 응하게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차단했던 일이다. 과거 군사 정부에서는 법적 근거없이 암암리에 했던 것인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아예 법적으로 보장했다. 방위산업체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한정된 정보 수집 권한을 대폭 확대해서 주요 군 기관을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업무를 위해 문재인 정부 시절에 본대로 귀대했던 인원 1200여명 대부분이 복귀했다.

 

그래 12월부터 시작한 방첩사 시행령 개정 작업의 핵심은 ’그 밖에 국방부 장관이 정하는 군인 군무원, 시설, 문서 및 정보통신 등에 대한 보안업무‘에  사이버 암호 전자파 위성 분야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사이버 등에 대한 업무를 포괄적으로 포함시켰는데, 윤석열이 그렇게 믿고있고 믿고 싶은 북한의 선거 개입을 조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이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나 해킹 등에 대해서 국가정보원 말고도 방첩사가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방첩사의 지원 업무에 대테러 대간첩 작전 지원 조항도 신설했다. 계엄령이 발동된 군인들이 내란 범죄 등으로 조사받지 않도록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윤석열은 2023년 3월 22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31년 만에 방첩사를 비공개 방문했다. 1992년 노태우의 방문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이 방첩사를 비공개 방문한 후 약 한 달 만인 4월 18일 위와 같은 내용의 대통령령(국군방첩사령부령 대통령령 제33409호 일부개정령)이 공포, 시행되었다.

 

1년6개월 후 방첩사는  12월3일 비상계엄이 발동되자 마자  가장 많은 인원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보냈다. 유권자 명부가 있는 서버를 통째로 압수하려고 했다. 2022년 11월1일 방첩사의 부활이야 말로 12.3 비상계엄의 구체적 출발이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주간조선에 “정보·수사 국가기관 중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기관은 방첩사령부뿐이다. 게다가 방첩사 시행령 직무는 역시 시행령인 방첩업무 규정에서 규율하고 있어 법과 국회의 통제가 미치지 못했다”라며 “이 법적 미비에 기대어 보안사·기무사 그리고 방첩사까지 대부분 사령관들은 이른바 ‘통수권 보좌’라는 미명하에 대통령과 특수관계를 맺고 수없이 정치개입과 불법행위를 자행해 왔다. 이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개혁이 이번에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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