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배당 확대'로 신창재 회장 '풋옵션' 분쟁 해소 지원
주당 1200원 현금배당…신창재 회장 447억원 받아
K-ICS 비율 220%대로 '안정적'…배당 여력은 충분
신 회장, 분쟁 마무리에 최소 4000억 추가 대출해야
교보생명, 배당 확대하며 이자비용 등 지원 나설 듯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교보생명이 2년 만에 현금 배당을 하기로 하면서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447억원 규모(특수관계인 지분 포함)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FI)와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분투 중인 상황에서 간접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달 6일 주당 12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1205억원 규모로, 배당성향은 17.2%다. 교보생명은 배당금 산정 근거로 주주 배당 니즈 부합, 회사의 재무건전성 확보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이 현금배당에 나선 것은 2년 만으로, 2022년 이후 첫 배당이다. 2022년 결산 배당 당시 주당 배당금은 500원으로 총액은 512억5000만원이었다. 배당성향은 13%였다.
신 회장은 이번 배당을 통해 약 470억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호지분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68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교보생명이 2년 만에 배당에 나선 것은 안정적인 지급여력비율(K-ICS)과 당기순이익 확대로 배당여력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69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6322억원에 비해 10.5% 증가한 규모다. K-ICS 비율은 222.9%로, 배당을 실시하면 1.9% 하락한 221.0%을 기록하게 된다. 다만 이는 경과조치 적용 후 수치로,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으면 K-ICS 비율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배당을 재개한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신 회장과 FI 간의 분쟁 해소를 위한 간접 지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 회장은 최근 풋옵션 분쟁을 지속해 온 FI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구성원 일부와 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어피니티 컴소시엄 구성원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이달 7일 각각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9.05%와 4.50%를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주당 23만4000원으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2012년 매입했던 주당 24만5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7일 다른 FI인 어펄마캐피탈(이하 어펄마)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5.33%를 주당 19만8000원, 총액 2162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는 어펄마가 그간 주장한 주당 매각가의 절반 수준이다.
어펄마는 2007년 주당 18만5000원에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2018년 11월 신 회장 측에 주당 39만79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한 어펄마는 신 회장이 풋옵션 이행을 거부하면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펀드 청산 시점까지 분쟁이 지속되면서 어펄마가 한 발 물러섰다. 신 회장은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주식을 재매입했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9.11%를 확보했다. 어피니티와 GIC가 보유한 지분을 모두 확보하면 신 회장의 지분은 52.66%로 늘어나게 된다. 지분이 확대되면서 경영권을 더욱 공고해지는 모양새이나 아직 어피니티 컨소시엄 구성원이었던 사모펀드 IMM과 EQT파트너스 등은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각각 교보생명 지분 5.23%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 측은 조만간 이들과의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IMM은 주당 31만원의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IMM이 보유한 지분을 이 가격에 매입하기 위해서는 약 3100억원이 필요하다. IMM과 EQT의 보유 지분을 모두 매입하려면 6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어펄마에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다만 신 회장 측은 어펄마, 어피니티, GIC 등 타 FI와의 형평성을 감안해 이보다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IMM 측과의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MM 측의 엑시트(투자회수) 시점이 지연된 만큼 낮은 가격에 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IMM 측이 31만원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엑시트 시점이 지연된 만큼 가격 협상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추가 대출을 받아 IMM과 EQT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인다면 연 이자비용으로 수백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배당을 확대해 신 회장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신 회장이 어펄마, 어피니티·GIC와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데다 추후 IMM·EQT와의 분쟁 해소를 위해 추가 대출을 받게 되면 이자 비용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지분 매입을 통한 신 회장의 경영권 안정을 돕기 위해서라도 배당을 확대해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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