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출 쉽지 않겠네”...가계부채 압박에 하반기 ‘강력 규제’도 예고
銀, 2분기 가계대출 추이에 촉각
7월부터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강화 전 대출 수요 몰리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 말 가계부채 폭증으로 홍역을 치른 은행권이 올해도 강도 높은 대출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가계대출 지표는 다소 안정화된 것처럼 나오지만 이사철 수요 급증 등 변수가 산적해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차주별 한도를 더 조이는 규제 시행까지 예고돼 있어 대출 한파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8조5511억원으로 전월 말(736조7519억원) 대비 1조7992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전월(3조931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주담대)는 2조3198억원 늘었는데 직전 증가 규모인 3조3836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축소됐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된 건 금융당국이 펼치고 있는 가계부채 관리 정책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부동산 시장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폭증하며 연말 ‘대출 대란’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예년보다 낮게 잡고 월별로 쪼개 관리하고 있다.
1분기 영업을 마친 은행권은 2분기 가계대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이사철인 4월은 대출 수요가 급증하며 가계대출 잔액도 크게 늘어나는 흐름을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하는 전월 대비 은행권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지난해 3월에는 -1조7000억원을 보이가다 4월 5조1000억원 증가로 급변했다.
지난 2월 일시적으로 완화된 토지거래허가제(허가제)도 은행권의 4월 가계대출 지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일시적으로 급증한 대출 수요가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며 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예상된다. 통상 주택 계약 후 약 1~2개월 후 대출이 실행되는 걸 고려할 때 이달부터 ‘토허제 후폭풍’이 몰려올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지표가 들썩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문턱을 높여놓은 상황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서 유주택자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은 수도권 소재 2주택 이상 주택 구입 자금에 대해 취급을 제한 중이다.
이 같은 은행권의 관리 강화 기조를 봤을 때 올해 대출 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성장률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수준인 3%대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성장률을 맞추기 위해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차주들이 체감하는 대출 문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금융사의 대출 자산도 증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올해는 보다 촘촘하고 일정하게 늘려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다”며 “가계대출 잔액은 신규 실행분을 더하고 상환액을 빼 잔액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서 운영하기 위해 영업 전략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7월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2단계서 3단계로 격상된다. DSR은 차주의 소득 등 상환 능력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제도다. 여기에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반영하면 원리금(원금+이자)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도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 3단계서는 가계대출에 적용하는 스트레스 금리가 기존 0.75~1.20%포인트(p)에서 1.50%p로 오른다. 이 같은 고강도 규제 시행이 미리 예고된 만큼 2분기 중 대출을 미리 받으려고 하는 수요가 몰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간 가계대출 성장률 관리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어 보수적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가계대출 수요 및 공급 여건과 금융정책 당국의 대책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가 과열돼 급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추가 금리 인하 기대와 결합되면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 이전인 상반기 중에 가계대출의 시기적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도 올 2분기 가계대출 추이를 유심히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처럼 연중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면 추가 대책을 시행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은 지난해 2분기에 많이 뛰었고 7~8월 거의 피크를 찍었다”며 “만약 (올해) 2분기 늘어나는 부분이 있으면 연간 계획을 안분해 월별·분기별로 관리하겠다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만약 대출이 많이 느는 상황이 되면 가능한 모든 조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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