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포비아 ②] 관세유예 가짜뉴스에 백악관 화들짝, 트럼프의 진짜 노림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대통령 3선 금지한 22차 수정헌법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 겨냥해 관세정책 포기 안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명 ‘해방의 날’에 발표한 관세정책으로 전세계는 패닉에 빠졌다. 사실상의 무역전쟁 선포와 관련, 일부 국가는 미국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상당수 국가들은 맞불관세를 발표하며 강대강 대치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관세폭탄 이후 수 천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며, 미국인들에게 '버티라'고 요구했다. 수십년간 글로벌경제를 지탱해온 세계무역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유예할 것이란 뉴스에 주가가 큰 폭 하락에서 급등세로 반등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가짜뉴스”라고 즉각 반박하자, 주가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는 등 해프닝을 겪었다.
트럼프가 발표한 전방위적 관세정책은 단순한 경제조치에 그치지 않고, 정치·전략적 다목적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관세정책을 밀어붙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차기 대선, 미·중 패권 경쟁, 그리고 내부 정치 결집이라는 세 축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선 황당하다고 일축하지만, 트럼프는 진심으로 차기 대선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 헌법에서 금지한 대통령 3선 도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현재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인 트럼프는 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1951년 제정된 22차 수정헌법에 따르면 미국은 대통령의 재선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이 법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이끈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무려 4선에 성공하고, 종전 직전에 사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종전 후에 미국의회는 특정인의 독주를 막기 위해 “어떤 사람도 두 번 이상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없다”는 조항을 만들어 3선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다만, 전임 대통령의 임기 중 사망이나 사임 등으로 부통령이 대통령적을 승계한 경우, 그 재임 기간이 2년 미만이면 예외적으로 추가로 두 번 선출될 수는 있다.
트럼프의 경우 2016년에 이어 2024년에 대통령에 선출되었기 때문에 현행 헌법 하에서는 3선 도전은 불가능한데도, 그는 차기 대선에 나설 것임을 수 차례 밝혔다.
기존 상식을 파괴하는 그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3선 도전이 전혀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닐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진짜 3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금의 관세정책은 3선 전략의 핵심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트럼프의 정치 기반 중 하나는 미국 중서부의 제조업 쇠퇴 지역, 이른바 '러스트 벨트'다.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지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결정적인 승리를 안긴 핵심 지역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들 지역에서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정치경제학자 다니엘 코언은 “트럼프는 제조업을 다시 부활시킨다는 약속으로 당선됐지만, 실제 고용 지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관세정책은 그 약속을 다시 상기시키고, 희망을 부여하려는 전략이자, 유권자들에게 ‘(나는) 아직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관세정책 발표 직후, 트럼프는 피츠버그,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등 산업도시를 순회하며 ‘미국산 부활 투어’를 진행했다. 일종의 대선 캠페인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중국을 아젠다로 다시 끄집어내 미국 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반중정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미국 내 반중 감정은 초당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고, 트럼프는 이러한 흐름을 능숙하게 포착해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는 미국 내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과 민심을 정조준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버드대 국제정치학과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중국을 제재하고 단절하려는 시도는 단지 트럼프 개인의 전략이 아니라, 미국의 장기적 전환점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다만 트럼프는 이를 매우 공격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가시화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트럼프는 연설을 통해 “우리가 지금 중국을 밀어붙이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미국이 중국의 하청기지가 될 것”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학이 아니라, ‘중국 위협론’을 정치적 레버리지로 삼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안팎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관세정책에 대해 강한 뚝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서 미국 패권을 복원하겠다는 노림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공급망을 미국으로 돌려오자”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실제로 인도, 멕시코, 동남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분산하려는 다국적 기업에 대해 강온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런던정경대(LSE) 국제경제학과 루이사 첸 교수는 “이는 단기적인 관세 전쟁이 아니라, 장기적인 세계경제 지형 변화에 대응하는 시도일 수 있다”면서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리스크를 절실히 체감했고, 트럼프는 이를 '미국 중심 재편'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본다면, 트럼프발 관세폭탄은 단지 압박 수단이 아니라, 3선 도전과 함께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유도하는 ‘채찍’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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