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출혈' 대신 '생존'...건설사들, 경쟁 아닌 수의계약 택했다

김성현 기자 입력 : 2025.04.09 06:45 ㅣ 수정 : 2025.04.09 06:45

서울 대형 사업지 연이은 '수의계약'
공사비 오르며 수익성 악화 등 원인
수주잔고지수 10개월 만에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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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4차 래미안 헤리븐 반포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대형 재건축 사업이 경쟁 대신 수의계약으로 속속 전환되고 있다. 신반포4차, 잠실우성 6·7단지 같은 조 단위 사업장에서 건설사들이 단독 입찰에 나서며 과거의 치열한 수주전은 자취를 감췄다. 공사비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선별 수주를 외치는 업계는 올해 2월 수주 잔고 지수마저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으며 생존을 위한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의 신반포4차 재건축사업조합은 지난달 30일 수의계약을 통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신반포4차는 공사비만 1조 310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지다.

 

잠실우성 1·2·3차 역시 GS건설의 단독 입찰이 유력한 상황이다. 당초 삼성물산과의 2파전이 예상됐으나 지난달 진행된 2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며 수의계약으로의 전환이 유력하다. 2차 입찰에서 계약조건을 변경해 공사비를 올린 잠실우성 1·2·3차는 같은 조건으로 3차 입찰을 한 뒤 유찰되면 수의로 전환 가능하다.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은 송파구 잠실동 일대 12만354㎡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9층, 공동주택 2680가구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약 1조 7000억원에 달한다.

 

개포주공 6·7단지 역시 현대건설의 무혈입성이 예상된다. 수주전 참여가 유력했던 삼성물산의 이탈로 1조5139억원 개포주공 6·7단지는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이 점쳐진다. 

 

용산에 위치한 한남5구역도 지난해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며 DL이앤씨와의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한남5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1일 수의계약을 위한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다. 공사비는 약 1조 7583억 규모다. 

 

수도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군포1구역 재개발사업 시행자 대한토지신탁은 두 번의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된 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지난 4일 마감된 선정에 대우건설이 단독으로 입찰하며 수주를 눈앞에 뒀다. 공사 규모는 2900억원 수준이다.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통해 준공까지 이뤄지면 원가율 등을 포함한 성적표가 나오게 되는데 최근 공사비와 인건비 인상 등으로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며 "과거에는 수주를 위한 추진비, 홍보비 등 엄청난 투자를 하며 경쟁에 나섰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는 이전 같은 공격적인 행보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대로 공사비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산하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공사비지수는 전월 대비 0.01%p 오른 131.04를 기록했다. 공사비지수는 두 달 연속으로 상승했다. 공사비지수는 지난 2020년 11월 100.97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약 30%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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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2월 및 최근 월별 건설공사비지수 동향 [표=한국건설기술연구원]

 

소극적인 수주 참여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수주잔고지수는 67.9로 10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지수는 66.1이었다. 지난달 진행된 건설사들의 주총에서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던 내실 강화, 선별수주와 같은 메시지는 이 같은 상황을 대변한다.

 

올해 유독 대형 사업지가 많은 점도 수의계약 전환에 한몫했다는 반응이다. 국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올해 서울에 유독 큰 사업지가 많다"며 "최근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곳들을 보면 조 단위 사업이 많은데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은 만큼 최대한 경쟁을 피해 출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주전에 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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