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관세 파장-②] 한국 증시 어디까지 흔들릴까
46% 초고율 관세에 외국인 이탈 가속
“보수적 접근 필요” vs “저점 매수 기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는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세계 증시도 대혼란에 빠지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에 46%라는 높은 수준의 상호관세율 폭탄을 떨어트렸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역시 주가나 실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진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베트남에 생산 거점을 둔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 변동과 실적 영향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번 이슈가 국내 증시에 미칠 파장을 투자자 시각에서 짚어봤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와 함께 현실화된 초강경 관세 압박이 글로벌 증시에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베트남산 제품에 46%의 초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상장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증시에 반영되며 주요 종목의 목표주가는 줄줄이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다.
■ 닻 오른 ‘관세전쟁’…韓 증시도 패닉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이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3일부터 8일까지 코스피는 총 171.63포인트(6.85%)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26.4포인트(3.85%) 하락했다.
지난 7일에는 나란히 5% 이상 급락하며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다. 특히 장 시작 12분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돼 시장의 혼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투자 주체별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일 이후 순매도 규모는 무려 6조3265억원에 달한다.
관세 충격은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체에 더 깊게 파고드는 모습이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는 제조업에 기반을 둔 대형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에서만 약 1조5970억원을 순매도했으며, 현대차(3153억원), 기아(969억원), LG전자(962억원) 등도 매도세에 휘말렸다.
그도 그럴 것이 초고율 관세가 매겨진 베트남은 2010년대 이후 중국을 대체하는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 잡아왔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를 비롯한 다수의 상장사가 현지에 주요 생산법인을 운영 중이다.
1조원대 매도 공격이 행해진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베트남에서 조달하고 있는 만큼, 46% 관세가 적용될 경우 모바일(MX) 사업부의 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대미 스마트폰 수출분 전체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 기준 MX사업부 영업이익률이 9%에서 3%로 6%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 LG·현대차 등 일제히 목표가 하향
관세 파장은 증권가의 분석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와 LG화학,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목표주가가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대신증권은 LG전자 목표가를 12만원으로,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은 각각 10만원과 10만5000원으로 낮췄다. LG이노텍은 미래에셋증권이 20만5000원으로 조정했으며, LG화학 역시 한화투자증권이 32만원으로 목표가를 낮췄다. 세 기업 모두 베트남에서 생산법인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차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고, 대신증권과 SK증권, 현대차증권은 각각 목표가를 28만원과 27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베트남 생산 합작법인인 HTMV2공장을 완공하며, 현지 생산 능력을 연간 10만 대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역시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둔 금호타이어와 LS에코에너지도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금호타이어는 대신증권이 목표가를 7400원으로, LS에코에너지는 LS증권이 4만8000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 증권가 “보수적 접근 필요”…저점 매수론도
증권가는 관세 충격이 실물경기 침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대체로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권고하는 분위기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 충격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공포 심리를 키우며 광범위한 자산 가격 하락이 진행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기준 저점 부근이나 관세 충격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중장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대미 무역 분쟁 강도가 격해졌다”며 “현재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매력은 있지만, 주가 회복까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역발상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한국 주식은 늘 ‘끔찍할 때’ 사야 한다”며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때 살 수 있는 종목은 정해져 있다”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수출 대형주는 현재 저평가 상태이자, 주주환원 여력까지 갖춘 몇 안 되는 종목군”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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