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이 자동차 관세 대응 위해 방미한 사연은?...부품업체 임원 A씨의 '간절한 호소'가 발단이 돼
기업 애로사항 듣고, 경기도 차원의 관세 지원책 모색
10일(현지시간)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회담 예정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인천국제공항에서의 대국민 출국 보고 후 9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김 지사는 13시간을 비행해서 공항에 내린 뒤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 숙소에서 옷도 갈아 입지 못한 채 현지에 진출해 있는 자동차 부품 기업 '광진 아메리카'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번 김동연 지사의 미국행은 지난달 31일 '평택항 자동차 수출기업 현장간담회'가 발단이었다.
간담회 자리에서 미국 빅3 완성차 회사인 포드, GM, 스텔란티스에 모두 수출을 하는 부품업체 임원 A씨의 간절한 호소에서 시작됐다.
A씨는 "지금 제일 답답한 점은 (정부의) 정확한 정책방향이 안나온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알게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것들이 없이 여기까지 왔다. 저희가 4월 2일 이후부터 25% 관세를 맞게 되면 약 100억 원 정도 관세로 지출을 해야 한다. (GM은 관세를 스스로 부담하지만)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저희가 관세를 다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앉아서 100억 가까운 관세를 맞게 된다"고 호소했다.
A씨는 이어 "포드나 스텔란티스에 협상을 하기 위해서 시도는 하고 있지만 만나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작년도에 당기순이익의 거의 90%가 (고환율, 즉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익으로 났다. 실제 영업이익은 거의 없다. 이 상황에서 100억 가까운 관세를 물게 되면 저희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 중소업체들 입장에선 협상대응력도 부족할 뿐더러 자금력도 취약하다. 중앙정부에서 힘들다 그러면 경기도가 저희 고객(포드, 스텔란티스)들과 협상이 끝나기 전까지라도 일부 관세를 보조해 주신다거나 하는 조치를 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했다.
A씨의 호소는 간담회 내내 이어졌다.
A씨는 "결국 저희가 가진 카드는 납품을 안 하겠다라는 것뿐이 없는데 부품업체 입장에서 납품을 안 하겠다는 얘기는 있을 수도 없는 얘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데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금전적인 지원도 급하지만 경기도에서 나서주신다면 포드라든지 스텔란티스하고 저희 업체들 대표가 관세 협상을 할 수 있는 창구라도 만들어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꼭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A씨만이 아니었다.
또다른 업체 임원 B씨는 25% 관세부과시 600억이 된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C씨는 "영업이익 자체가 전체적으로 보면 사실 5%가 안 된다. 영업이익 내는 데도 정말 마른 수건을 짜서 하고 있는 데 앉아서 관세를 트럼프 4년간 맞다보면 어떻게 살아날까..."라고 발을 동동구르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대림대 자동차과 김필수 교수는 "도지사님이 제안한 (경제특명)전권대사가 굉장히 중요하다. 트럼프는 관세를 먼저 질러놓고 맞상대, 카운트 파트너와 딜을 하려 하는데 국내엔 패키지 딜을 할 수 있는 카운트 파트너가 없다. 일방적으로 몇 달 동안 얻어 맞을 수 밖에 없다. 1%, 2% 영업이익률 상태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부품사는 그냥 엎어진다. 아무도 못 견딘다. 경기도에서 지사님이 주관이 돼 정부의 역할을 주도해서 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지사님이 주관이 돼 나서서 해주시고, 또 중앙정부에 촉구를 하고, 산업부 장관에도 말씀하셔서 (눈덩이가 불어나듯이) '눈사람'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부총리 지낸 경제통이신 지사님이 다른 분들보다 좀더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우리 수출중소기업이 주로 납품을 하는 포드, GM, 스텔란티스는 모두 미시간주에 있다.
김동연 지사는 간담회 장소를 떠나면서 배석했던 도 간부들에게 미시간주지사와의 회동 추진을 즉각 지시했다.
지난달 31일 이후 도는 김동연 지사의 지시대로 대화채널을 가동해 미시간주와 접촉을 취했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회담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미시간주는 지난달 28~30일 1인치 이상의 얼음 강풍('아이스스톰')으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상태이다. 휘트머 주지사가 지난달 31일 주내 10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정도다.
대형재난으로 인한 긴급상황임에도 휘트머 주지사는 김동연 지사와 만나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을 이끄는 미시간주의 주지사로서 트럼프발 관세쇼크문제의 중대성을 인식해서일 것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서로의 일정을 조율한 끝에 김동연 지사는 지난 9일 출국하게 됐다.

김동연 지사는 관세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한 정부와 정치권이 "우리 경제에 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일이 있다. 대선출마선언 이후의 금쪽같은 시간이지만, 중소기업인들의 간절한 요구에 즉시 응답한 것이다.
첫 번째 일정으로 김동연 지사가 광진아메리카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한 이유는 미시간주에 진출해 있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경기도가 도울 일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광진아메리카는 GM으로부터 우수부품 공급업체로 22번이나 선정된 탄탄한 회사이다.
그런 회사의 임직원들에게서 평택항 간담회와 비슷한 톤의 대화가 오갔다.
"관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우려의 말들이 나왔다.
김동연 지사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이 "미국 경제와 국제경제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규정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공급망 체제가 흐트러지게 되면 자칫 한국산업의 공동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했다.
김동연 지사는 10일(현지시간) 휘트머 주지사와 만난다. 회담에 앞서 현지에 진출해 있는 자동차 부품기업 7개 사와 '관세 민관 공동대응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했다. 관세 공동대응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김동연 지사는 "절실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왔다. 자동차 문제에 경기도와 미시간주가 협력할 일이 많은데 제가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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