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 뉴헤드헌터 시대<1부>] ① 헤드헌팅 시장은 왜 커질까
500대 대기업의 61%, 신입채용에도 '헤드헌팅 활용'
수시채용 확대와 일자리 미스매칭의 심화가 견인해
'뉴헤드헌터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대기업의 수시채용 확산과 전문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헤드헌터’는 고용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전문직으로 부상중이다. 직업적 전문성과 안정성도 강화되는 추세이다. 뉴스투데이가 격변하는 헤드헌터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하는 심층기획을 국내언론 최초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한국의 헤드헌팅 시장이 소리 없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헤드헌터(Headhunter)는 당초 CEO, CFO, CTO 등 C레벨의 고위 임원급 인재를 발굴하고 추천하는 채용 전문가를 지칭했다. 여기까지가 '통념'이다. 최근에는 대리·과장급 중간관리자나 실무 인재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활동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신입사원 선발도 헤드헌팅을 활용할까?
한국고용정보원(원장 이창수)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 결과는 통념을 깨고 있다. 전통적인 신입사원 채용 방식은 ‘채용공고’이다. 그런데 한국 대기업의 신입 채용방식은 다각화되는 중이고, 그 중에서도 ‘헤드헌팅’이 ‘채용공고’에 육박하는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정보원이 매출 기준 상위 500대 대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신입직원 채용방법(복수 응답)을 질문한 결과에 따르면, ‘채용공고’ 88.1%, ‘헤드헌팅 활용’ 61.2%, ‘다이렉트 소싱’ 42.4%, ‘현장 면접 채용’ 40.1%, ‘산학연계 채용’ 31.3%, ‘대학협업채용’ 30.5% 등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 같은 고용정보원 조사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헤드헌터가 C레벨의 고위 임원 발굴 수단을 넘어서 신입사원 채용 창구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대리도 헤드헌팅한다”는 농담은 농담이 아니라 사실인 것이다.

헤드헌팅 시장 확대의 핵심적 이유는 고용시장의 변화에 있다. 첫째 기업의 수시채용 확대이다. 대기업들이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 체계로 전환하면서, 필요한 인재를 신속하게 채용하기 위해 헤드헌팅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해 8월 29일 발표된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의 ‘2024년 하반기 대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매출상위 500대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하반기 채용시장 트렌드 전망’으로 수시채용 증가(21.9%)와 경력직 채용확대(20.5%)를 1위와 2위로 꼽았다. 그 뒤를 컬처핏 고려 증가(15.5%), 중고신입 선호 현상 심화(14.6%), AI등 신산업/신기술분야 채용 확대(13.2) 등이 이었다. 이들 상위 5개 트렌드가 모두 헤드헌팅 시장의 확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이번 심층기획을 통해 분석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 수시채용 증가는 헤드헌터 시장 확대를 견인하는 직접적 이유에 해당된다. 삼성을 제외한 현대기아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정기신입공채를 폐지하고 필요한 시점에 필요 인재를 뽑는 수요 기반 채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성과 실무경험을 갖춘 인재를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 사내 인사팀은 ‘채용공고’를 통해 인재를 충원하는 전통적인 방식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인재충원 이외에 다양한 HR업무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정보원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500대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채용공고’와 함께 ‘헤드헌팅’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헤드헌터는 직무역량, 컬처핏 등에 대한 명확한 타깃을 설정해 맞춤형 인재를 발굴, 추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경협 조사에서, 수시채용을 활용하겠다는 응답률은 70%에 달한 반면에 공개채용만 하겠다는 응답률은 30%에 그쳤다.

둘째, 한경협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신규채용 관련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적합한 인재 확보 어려움’이 35%로 1위를 차지했다. ‘요구 수준 부합 인재 찾기 어려움’ 29.0%와 신산업/신기술 분야 인재 부족 6.5%를 합친 수치이다. ‘조기퇴사자 발생’ 26.5%, ‘채용 과정 중 이탈자 발생’ 17.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적합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일자리 미스매칭(Job Mismatch)’’ 현상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이력서 상으론 우수한데 실무 적합도가 떨어진다", "문화 적응력이 부족하다" 등과 같이 인재 선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 탐색’ 비용이 커지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구직자도 넘쳐나는 채용공고 속에서 자신의 커리어와 직무역량, 개인적 취향, 희망연봉 등에 상응하는 직장과 직무를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신기술, 고도의 전문적 직무의 경우에는 미스매치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헤드헌터는 이 같은 기업과 구직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함으로써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중개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인공지능(AI)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역량이다. 고도로 훈력된 헤드헌터의 분석력과 통찰력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이는 '뉴헤드헌터'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채용시장의 구조적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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