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의 검사수첩 (1)] ‘허상’ 아닌 진짜검사 모습, ‘사건과 세상’ 전할 것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5.07 05:05
ㅣ 수정 : 2020.05.07 08:52
[뉴스투데이=민경철 객원기자] 사람들은 검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 정부 또한 검찰 개혁을 정권의 사명으로 여기고 검찰을 개혁하고자 한다. 국민들 중에서도 검사를 매우 정의롭고,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권력을 누리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여기저기서 접대만 받는다는 인식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검사가 되고 싶었다. 검사가 되고 싶은 것이 나 스스로의 꿈이었는지 아니면 부친의 꿈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검사가 되는 것은 당시로서는 공부 좀 하던 학생들이 많이 가졌던 꿈이었다.
그리고 검사가 되었고, 많은 사건을 다루었지만 주로 강력사건을 수사하였다. 검사로 재직할 때는 사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게 지낸 것 같다. 하루가 시작되면 어느덧 저녁이고, 한 해가 시작되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연말이었다.
그리고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를 해 보니 검사 재직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검찰의 문제점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열심히 수사하고 범죄자를 기소할 때의 뿌듯함이 그리울 때가 많다.
■ 검찰, 검사에 대한 현실과 다른 인식, 영화나 드라마 통해 형성
나는 앞으로 쓸 글에서 내가 검사였다는 이유로 검찰을 옹호하거나 변호사 입장에서 검찰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사람들은 검찰이 어떤 곳인지 검사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궁금해 하지만 잘 모르는 것 같다.
또 검찰과 검사에 대해 대부분 현실과는 많이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형성된 인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 경험을 바탕으로 검사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나의 경험을 위주로 한 것이게에 다른 검사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도 감안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리고 지금은 명칭이 다양해졌지만 전통적으로는 형사부가 있고, 특수부(현재 반부패수사부), 공안부(공공수사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강력부, 공판부로 나뉘어져 있다.
대다수의 검사는 형사부에 배치되어 일을 하고, 각 검사는 전담 사건이 정해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담 사건만 하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사건을 처리하다가 전담 사건이 송치되거나 발생하면 그 사건을 처리한다고 보면 된다.
■ 검사 대부분 형사부 배치, 경찰송치 사건 수사...고소는 검찰에 하는 것이 ‘유리’
형사부는 검찰청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 주로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을 처리한다. 경찰에서 송치되는 사건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죄명으로 보면 사기죄를 비롯한 재산죄가 가장 많다.
일반적으로 누가 고소를 하면 대체로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다가 최종적으로 검찰에 사건을 보내게 된다(이를 송치라고 한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는 경찰에서 수사한 내용이 충분하면 그 상태에서 바로 사건을 처리하기도 하고,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에 부족하다 싶으면 보강 수사 후 사건을 처리한다.
형사부라고 해서 송치사건만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송치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에 대한 단서가 나오면 그 범죄를 수사한다(이를 인지 수사라고 한다). 하지만 형사부는 기본적으로 처리할 사건이 너무 많다 보니 검사들이 새로운 사건을 인지하여 처리하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변호사를 해 보니 사람들이 종종 고소를 검찰에 하는 것이 좋을지 경찰에 하는 것이 좋을지 묻곤 한다. 검찰에 고소를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에 지휘를 내리기 때문에 수사하는 주체 면에서는 사실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수사가 만연히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검찰에 사건을 고소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경찰에서 검찰지휘 사건을 특별한 사유 없이 시간을 끌기 어려워 가급적 주어진 기간 내에 수사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검찰이 해야 할 일 중에 정확한 사실 규명과 이에 따른 처분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 규명을 하려면 증거를 충분히 수집하여야 하고 그러다보면 사건 처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사건 처리의 신속성은 정확성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 검사의 신속한 사건처리, 정확성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
만약 자기가 고소한 사건 또는 고소당한 사건이 장시간 동안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형사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항상 뒷목이 무겁다고들 한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1.2년을,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해 하면서 지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일상적인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형사부 검사들은 한 달에 150~200건 정도 처리하고 많은 경우 300건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산술적으도 하루에 거의 10건 이상 처리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쉽지가 않다.
얇은 사건기록은 50~100페이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두꺼운 경우는 몇천 페이지가 되는 사건도 있다. 형사부 검사를 하다보면 이렇게 계속 밀려드는 사건 기록과의 싸움이 어렸을 적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으면 파도가 쓸어가고 또 다시 성을 쌓는 놀이하고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특수부는 공무원 범죄, 사회 주요 인사들과 관련된 범죄를 수사한다. 뇌물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 형사부보단 평상시에는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일단 수사가 개시되면 매우 바쁘기도 하고 사회적 파장이 크기에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형사부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있다.
공안부는 기본적으로 선거, 노동관계, 대공 관련 수사를 한다. 선거철, 파업이 많은 때에는 상당히 바쁘고 24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관련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취합해서 보고해야 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공판부는 수사한 검사가 수사를 하고 재판을 청구하면 재판을 전담하는 부서이다. 과거에 비하여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공판 검사는 수사 검사가 수집한 증거기록을 파악하고 법정에서 증인신문이나 증거 제출로 기소된 공소사실을 입증하고, 입증 과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는 증인을 위증으로 인지하기도 한다.
강력부는 전통적으로 조폭이나 마약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깡패나 마약조직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출연하는 검사들은 강력수사를 하는 검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검사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긍정적 이미지로 검사가 출연하는 대표적인 영상물은 ‘모래시계’나 ‘공공의 적’이 있고, 부정적 이미지는 ‘범죄와의 전쟁’, ‘더 킹’이 있다.
■ 영화 속의 검사는 너무 한가해..."검사는 총을 소지하지 않는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영화를 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검사가 출연하는 영화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영화 속의 검사는 너무 한가하다. 한 사건만 가지고 몇 달을 수사하기도 하고 업무 시간에 사무실 밖에 나가기도 하는데 실상은 전혀 다르다.
또 어떤 영화에서는 검사가 총을 가지고 현장에서 범인 검거를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검사는 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마약수사관이나 일부 수사관들은 ‘테이저 건’이라는 전기 총을 보급받아 현장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검사에게 총기가 지급되는 경우는 없다.
공공의 적에서 검사역을 맡은 설경구는 대규모의 경찰을 대동하고 범인 검거현장에 나간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현실에서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화두가 된 이후로 검경이 상호 협력하여 수사를 할 수는 있지만 검사들이 일방적으로 경찰관에게 지시하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검찰이나 검사에 대하여 잘 아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시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검찰 개혁이 화두가 된 지금, 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적 편견 없이 검사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최대한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그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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