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칼럼] 방위산업, 생산 30조원 벽 돌파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2.07.04 17:37 ㅣ 수정 : 2022.07.04 18:25

기업 아이디어 살린 신제품 개발, 우방국과 공동개발 및 생산, 핵심 전력지원체계 개발 및 생산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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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뉴스투데이=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동유럽 폴란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무기 수입을 위한 러브콜이 쇄도하면서 방산수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지난 주 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최상목 경제수석은 “폴란드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방산협력이 심도 있게 논의됐으며 조만간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국 간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수조원 규모의 방산수출이 성사된다면 새 정부가 지향하는 향후 5년 내 ‘글로벌 방산수출 Big 4’ 진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1970년대 초 박정희 대통령의 ‘자주국방’ 정책에서 태동됐지만, 방산수출은 2010년대 초 이명박 정부의 ‘방위산업의 신경제성장 동력화’ 정책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방산수출 인프라 확대’, 문재인 정부의 ‘방위산업의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 정책을 거쳐 2022년 윤석열 정부의 ‘방위산업의 미래 먹거리 신산업’ 정책으로 비교적 일관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방사청, 2017년 제시한 올해 방위산업 생산액 30조원 목표 달성 어려워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부터 2021년까지 15년간 방산수출(계약 기준)은 2.5억 달러에서 72.5억 달러로 무려 29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최근 5년(2017~21) 기준 세계 25대 방산수출국 중 수출증가율 177%로 부동의 1위를 기록하며 ‘세계 8위 방산수출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마치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산업 등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것처럼 방위산업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신냉전’ 체제 아래서 향후 매우 촉망받는 국가 수출산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위산업 생산(매출)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점은 우려스럽다. 방위산업 생산규모를 좌우하는 국방예산, 특히 2021년 방위력개선 예산이 17조원이며 최근 5년(2017~21)간 8.6% 이상 증가했음에도 같은 기간 생산액은 14~18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17년 방위사업청은 ‘2018~22 방위산업육성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방위산업 생산액을 3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2020년 기준 방위산업 생산은 17.9조원(내수 16.1조원+수출 1.8조원)에 그쳐 금년 말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위산업의 대규모 장치산업적 특성상 규모의 경제 확보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방위산업을 새 정부가 제시한 ‘미래 먹거리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기체계의 국내 군 수요와 해외 수출을 포함하는 생산액의 실질적인 증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자동차(190조원, 2019년 기준이며 이하 동일), 반도체(134조원), 석유화학(107조원) 등은 차치하더라도 방위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철강(96조원), 기계(57조원), 조선(37조원) 산업 등과 비교해서 방위산업 생산(매출)액은 크게 뒤처지고 있다. 

 

앞으로 방위산업 생산 30조원 벽을 돌파하여 타 주력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국내 군 수요에 한정된 내수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출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먼저, 선진국 수준으로 초기단계부터 내수 및 해외시장을 함께 공략하기 위한 ‘시장지향형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국내 방산제품은 현재 자동차, 휴대폰 같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시장주도형 제품이 아니라 오로지 국내용 제품만을 생산하는 방식에 매몰되어 있다. 

 

초기단계부터 내수 및 해외시장 함께 공략할 ‘시장지향형 제품’ 개발 필요

 

반면 미국은 초기단계부터 우방국을 포함하여 세계 시장을 주도할 제품을 개발하여 생산한다. 기본형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사양과 형상, 무장 등을 포함한 소위 ‘구매국 맞춤형 제품’을 제공한다. 1979년 이후 40여년간 무려 4,600여대 이상 생산된 미국의 F-16 전투기는 구매국 요구에 맞춘 수십 차례의 성능개량을 거쳐 한국(KF-16), 이스라엘(F-16I), 이라크(F-16 IQ), 일본(F-2) 등 24개국에 판매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이스라엘은 한술 더 떠 최소한 글로벌 3위 이내 시장 확보가 가능한 제품만을 개발한다고 한다. 초기단계부터 정부와 기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전 세계 해당제품의 수요를 심층적으로 조사, 분석해 이를 고려한 글로벌 제품을 개발한다. 이스라엘이 무인기, 레이다, 미사일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생산 대비 수출비중이 70~80%에 달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철저하게 국내용 제품 개발방식만을 고집한다.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지향형 제품을 고려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국내용 제품만을 양산하게 돼 규모의 경제 확보가 불가능한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요결정이 지연되거나 사업타당성 분석 재검토, 개발 간 의사결정 지연과 시험평가 병목, 심지어 지체상금 소송과 추경편성에 따른 방위력개선 예산 삭감 등이 더해지면 실제 개발, 생산을 통해 매출을 올리기 어려워진 방산업체의 불만과 불신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방위산업이 진정한 ‘미래 먹거리 신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오랜 관행인 국내용 제품 개발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부 가성비 좋은 제품들이 수출되고 있다고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초기 소요기획 단계부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주목받는 K-9 자주포의 사거리를 획기적으로 연장하거나 인공위성, 드론과 연계하여 타격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초기단계 수출가능성(exportabililty) 검토가 어렵다면 최소한 ‘수출형 시제품’ 개발을 포함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소요결정, 사업타당성 등에서 발생되는 지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신속소요(가칭) 신설, 사업타당성 간소화 방안을 마련함과 아울러, 개발 간 수많은 의사결정 지연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무기체계개발사업 의사결정지원 위원회(가칭)’ 신설, 연간 시험평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국내 시험평가 인프라 확대 등 제도적 개선을 이뤄 나가야 한다. 

 

기업 아이디어 소요제기와 연계하고 우방국과 공동개발 및 생산 확대해야

 

둘째, 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기 개발과 연계할 수 있는 소요제기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도한 바와 같이, 향후 전 세계적으로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에 대한 방호능력 보강과 대전차, 대항공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의 다양한 소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육·해·공군만이 소요를 제기하는 일방형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무기개발 경험이 축적된 방산기업이 국내외 시장을 고려한 제품을 개발하거나 성능 개량할 수 있는 쌍방형 소요제기 방안 마련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호주에 수출 가능성이 매우 높은 레드백 장갑차는 군에서 제기한 소요가 아니다. 한화디펜스에서 자체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투자해 개발에 성공한 업체 자체 개발제품이다. 이와 같이, 향후 국내외 시장에서 수요가 예상되는 제품에 대해 국내 방산업체들이 기존제품보다 가성비 높고 품질 좋은 신제품 개발 소요를 제시하고, 이를 군과 합참에서 검토하여 소요에 반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현행 신속연구개발사업의 예산과 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거나, 업체에서 먼저 시제품을 개발한 다음 이를 검토해 소요 반영 시 업체 연구개발 비용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업체자체 연구개발 지원사업(K-IR&D)’ 신설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업체의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을 저해하는 규정들을 식별해 소요군-기업 간 쌍방형 소요제기 방식을 마련함으로써 방위산업 생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국과 유럽 우방국과의 공동개발 및 생산(제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지난 5월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MOU)과 함께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유럽 주요국과의 초기단계 공동연구개발 및 기술공유 검토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주요국들은 최근 방산강국으로 부상한 한국과 긴밀한 방산협력을 적극 희망하고 있다. 이를 글로벌 방산시장 진출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 초기단계 선진국과 중진·후발국을 구분하여 각각의 선호와 특성에 맞는 방산협력 방식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과의 초소형 인공위성이나 차세대 드론, 사이버 무기체계, 유무인 복합체계 공동개발사업에 참여하거나 신속획득 공동사업 추진 등이 가능하다. 또한, 국제공동개발 사업 유형을 현재의 단순 비용분담 방식뿐만 아니라 지분투자, 현물투자, 기술 제공 등으로 다변화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중진·후발국간 방산협력위원회 등을 통해 국방기술 및 무기체계 공동소요를 발굴하고, 국제공동개발 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법 규정 마련과 조직 신설, 전문인력 보강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 필요한 핵심 전력지원체계 소요 식별하고 개발과 생산 확대해야

 

마지막으로, 연구개발이 필요한 핵심 전력지원체계 분야 소요를 식별하고 이에 대한 개발과 생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한 시사점 중 하나는 바로 군수, 수송, 보급과 장병 보호를 위한 전력지원체계의 중요성이다. 러시아가 아무리 첨단 무기체계를 보유했다 하더라도 이에 수반되는 적시 적절한 유류 보급이나 부품, 타이어 교체, 전투식량 등의 충분한 지원이 없다면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번 전쟁은 분명히 보여주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들과 달리 전력지원체계를 무기체계와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그 성장과 발전이 더딘 게 사실이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전력지원체계는 연간 7.5~8조원의 예산으로 3만여종의 제품을 소규모 영세업체들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소량 다품종 생산구조’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일부 소총류나 군용헬멧, 무정전전원공급기(UPS) 등 20여 종을 제외하고는 연구개발이 아닌 단순 구매의 형태로 추진됨으로써 소규모 영세기업에 대부분의 전력지원체계 개발과 생산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력지원체계 중 연구개발이 필요한 주요 제품을 식별해 이를 무기체계에 준하여 개발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예산 확보와 방사청 내 전력지원체계사업팀(IPT)을 신설하거나 신속연구개발사업의 범위를 핵심 전력지원체계까지 확대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신속획득 방식을 통해 최첨단 전투용 고글(IVAS, Integrated Visual Augmentation System)을 개발하는 것처럼 전투원의 생명과 안전에 필수적인 전력지원체계의 개발과 장병 보급에도 심혈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방위산업의 미래먹거리 신산업’ 육성을 이뤄내려면 방위산업 생산(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이에 대한 꾸준한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다. 과도한 내수용 제품 개발과 단일제품에 대한 일회성 대규모 예산 편성을 지양하고 기업의 아이디어를 살린 신제품 개발,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우방국과의 공동개발 및 생산을 통한 글로벌 시장 선점, 그리고 핵심 전력지원체계에 대한 연구개발 및 생산 확대 등을 통해 지금까지 이루지 못한 ‘방위산업 생산 30조원 시대’를 앞당겨 나가길 기대한다. 

 

 


장원준 프로필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前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연구원, 前 국방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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