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2.27 01:30 ㅣ 수정 : 2025.02.27 09:55
한국시간 27일 오전 6시 엔비디아 25회계연도 4분기 실적발표 예정된 가운데 긍정적인 실적과 가이던스 나올 경우 침체되어 있던 매그니피센트7 향후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 예상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 현지시간 26일 뉴욕증시 장 마감 이후, 한국시간 27일 새벽 6시, 엔비디아가 2025 회계연도 4분기(11월~1월) 실적을 발표한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 온 엔비디아의 실적과 가이던스는 AI 붐을 견인해온 '매그니피센트 7'의 향후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캔터 핏저랄드의 C.J. 뮤즈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고, 가이던스 또한 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기존의 ‘비트 앤 레이즈(Beat-and-Raise, 실적 상회 후 가이던스 상향)’ 패턴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며 경계를 표했다. 매분기 기록적인 실적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만큼, 가이던스 상향 폭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주가가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스리니 파주리 애널리스트 역시 "엔비디아의 가이던스가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엔비디아의 핵심 AI 칩 생산능력이 충분히 확대되지 않은 상태"라며 공급망 이슈가 실적 전망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다면 이는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8분기 연속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는 AI 투자 붐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AI의 ‘아이폰 모멘트’로 불리는 시점을 기점으로 엔비디아의 주가는 급등했다.
[자료=나스닥 증권거래소 / 사진=네이버 금융]
현재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치가 높은 기업이며, 지난 5년간 주가가 1800%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그니피센트 7’의 평균 상승률이 3배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엔비디아의 독보적인 성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AI 관련 주식들의 하락세가 이어지며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매그니피센트 7’은 올들어 현재까지 약 4.5% 하락했으며, 그중 테슬라는 12월 고점 대비 37%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부 데이터 센터 임대 계약을 종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흔들렸고, 엔비디아 역시 중국 AI 반도체 업체 딥시크(DeepSeek)의 저가형 모델 출시 소식 이후 6%가량 하락했다.
스위스쿼트 뱅크의 시장 분석가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는 "엔비디아는 이번 주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며, "그렇지 못하면 AI 관련 주식들의 매도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ORATS 분석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평균 7.7% 변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 12분기 동안 실적 발표 후 평균 변동폭인 7.6%와 유사한 수준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가는 예상 수익의 28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1년 전 36배에서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6월 80배 이상으로 정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프리미엄이 낮아졌지만,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멀리우스 리서치의 벤 레이체스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경영진이 매분기 가이던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성장 둔화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향후 수 분기에 대한 전망을 함께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지난 1월, 중국 딥시크가 저가형 AI 반도체 모델을 공개한 후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에서 하루 만에 5930억 달러가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AI 투자 붐 속에서도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자산 및 시장 책임자는 "딥시크의 등장은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엔비디아는 여전히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고급 AI 칩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AI 주식이 시장을 주도해 온 지난 2년, 엔비디아는 월가의 최대 수혜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매그니피센트 7의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AI 시장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순간, 투자자들의 시선이 엔비디아의 발표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