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ABSTB, 상거래채권 인정해달라"…전문가들은 '글쎄'

염보라 기자 입력 : 2025.03.13 08:15 ㅣ 수정 : 2025.03.13 08:15

4019억 휴지조각 위기…투자자들 첫 집단행동 나서
금감원, 전수조사 돌입…증권가, 긴장 속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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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투자금을 날리게 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이 결국 집단행동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유동화 전단채는 홈플러스의 물품 구입을 위해 우리에게 팔았던 상거래채권입니다."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투자금을 날리게 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이 결국 집단행동에 나섰다.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ABSTB(이하 '홈플러스 ABSTB')를 금융채권이 아닌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달라고 홈플러스에 요구하기 위해서다. 일찍이 홈플러스는 금융채무에 앞서 상거래채권을 우선 상환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다만 투자자들의 바람처럼 홈플러스 ABSTB가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선 홈플러스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생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전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홈플러스 ABSTB의 상거래채권 분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투자자 20여명이 참석했다.

 

홈플러스 ABSTB는 홈플러스가 납품업체 대금을 카드로 결제할 때 카드사가 갖게 되는 채권, 이른바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을 담보(기초자산)로 발행한 증권이다.

 

지난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해당 상품에 대한 변제도 중단됐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ABSTB를 금융채권으로 분류하고, 지난 7일 상거래채권부터 조기 변제하겠다고 서울회생법원에 신청했다. 비대위가 추산한 홈플러스 ABSTB 원리금(원금+이자) 규모는 약 4019억원이다. 투자자 돈 수천억원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상거래채권으로의 분류를 요구하고 있다. 담보의 실질이 '홈플러스의 물품 구입 대금'이라는 점이 주장의 근거다. 

 

대책위 관계자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홈플러스 ABSTB)는 자금의 목적이 홈플러스의 매출 대금에 있다"며 상거래채권으로 보는 게 맞다는 주장을 폈다.

 

이어 "피해자들은 카드대금이 들어오면 문제가 없다는 (증권사의) 말을 믿고 전단채를 매입한 것"이라며 "부동산이나 다른 곳에 투자한다고 했으면 자금을 넣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금융 전문가들은 해당 ABSTB의 상거래채권 분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재준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상거래채권으로 인정을 받으면 (투자금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원래(카드대금채권)는 상거래(채권)였지만, 이걸 유동화해 금융채권으로 이미 변환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뉴스투데이>에 "홈플러스 ABSTB는 상거래채권이 아닌 금융채권"이라고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이익을 기대해서 리스크가 있음에도 투자를 했을 것"이라며 "상거래채권 인정을 요구할 게 아니라, (투자 과정에서 증권사의)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소송을 걸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문제가 된 홈플러스 ABSTB는 홈플러스의 신용위험에 연동돼 신용등급은 'C'(현재는 D)로 낮지만 그만큼 연 6∼7%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만기 3개월 상품으로 설계가 됐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어디로까지 확산될지 긴장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은 현황 파악을 위해 지난 10일 각 증권사에 홈플러스 관련 ABSTB 중 개인 대상 판매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홈플러스 ABSTB는) 유동화된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금융채권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화살이 증권사를 향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제2의 라임 사태', '제2의 홍콩ELS 사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홈플러스 ABSTB의 발행 주관사 중 한 곳인 신영증권 측은 "MBK(파트너스)가 (지난주) 신영증권을 방문해 금융채무자들에게 피해를 줄 의향은 전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가능한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해결 방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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