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용 기자 입력 : 2025.04.16 16:26 ㅣ 수정 : 2025.04.16 16:26
자산가들, 부동산 관심 떨어지고 금융상품 투자 늘려 금·해외주식·ETF·채권·코인 등 다방면으로 분산투자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금용 기자] 자산 10억원 이상을 지닌 자산가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오고 있다. 전통적인 투자처인 부동산보다 금융상품의 비중이 높아졌고, 가상자산과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도 뚜렷하게 확대되고 있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연구소가 16일 발간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들어 자산가들은 예금(40.4%)을 기본으로 금(32.2%)과 채권(32.0%), ETF(29.2%), 주식(29.0%) 등 안정성과 분산투자를 중시하는 ‘불황형 자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채권은 아직 미보유자들 사이에서도 새롭게 투자하고자 하는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에 대한 태도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2025년 자산가의 부동산 매수 의향은 전년 대비 6%p 하락한 44%로 집계됐으며, 매도 의향은 34%로 소폭 증가했다. 시장 불안정성이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때’를 기다리며 당분간 금융투자 다각화를 통해 자산을 운용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익숙했던 부동산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한편, 가상자산에 대한 부유층의 태도는 더 이상 일시적인 관심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중부유층과 10억원 이상 자산가 중 30% 이상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과거 보유한 경험이 있으며, 보유 코인 수와 투자 규모 모두 과거 대비 증가했다. 특히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이들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고, 평균 투자액은 기존 투자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투자 방식 또한 ‘몰빵’보다는 시세에 따라 수시로 매입하는 성향이 강해졌으며, 코인 종류도 4종 이상 보유한 응답자가 34%에 달했다.
가상자산 투자자 중 절반 이상이 2025년에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응답했으며, 수익률 외에도 접근성(21%→37%)과 성장 가능성(22%→34%)을 투자 이유로 꼽아 부유층이 코인을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닌 하나의 투자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산가가 가상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이 시장이 점차 성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투자 전 충분한 학습과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부의 미래를 이끌 핵심 집단으로 ‘영리치’에 주목했다. 40대 이하의 젊은 자산가들로 구성된 영리치는 최근 5년간 평균 6%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올드리치(50대 이상 자산가) 대비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자산의 42%를 투자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레버리지를 활용한 공격적인 투자 의지도 강한 편이다.
특히 영리치는 ‘주식 네이티브’로 불릴 정도로 주식투자에 적극적이다. 이들 중 25%는 미성년자 또는 취업 전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올드리치(5%)의 5배에 달한다. 주식에 대한 접근도 보다 전략적이며, 소득을 모은 뒤 투자 자금을 형성해 본격적으로 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시작한 올드리치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보유 자산군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영리치의 80%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외 주식 투자 비중은 해외 주식이 30%, 국내 주식이 70%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올드리치는 해외 주식 20%, 국내 주식 80%로 투자 성향에서 영리치와 차이를 보였다. 영리치는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 금과 예술작품 등에 대한 투자 비율은 올드리치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4년 말 기준 영리치의 실물자산 보유율은 41%였다. 가상자산 보유율 또한 올드리치 대비 약 3배 높은 29%로 나타나, ‘위험하지만 도전해볼 만한 투자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영리치는 가상자산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영역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며, 자산 증식에 있어 보다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앞으로도 자신만의 투자 신념을 바탕으로 금융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며 부의 미래를 주도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