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리천장' 여전히 높아...‘여성 없는 이사회’ 기업 절반 육박
있는 곳마저 대다수 ‘사외이사’...8월 개정 자본시장법 도입 앞두고 3월 주총서 '여성 이사 모시기' 경쟁 일듯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정부가 기업에 여성 고위 임원을 적극 활용하는 법안을 올해 8월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기업 중 이사회에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내 여성 고위 임원 채용을 막는 장벽인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 이사회를 남성 등 특정 성(性)이 독식하지 않도록 하는 '개정 자본시장법(이하 자본시장법)'이 도입된다.
이 법은 국내 기업의 이사회 구성이 남성으로 치우친 환경을 개선하고 여성 등기임원의 고용을 늘리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준비하는 기간을 고려했을 때 자본시행법 시행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가운데 국내 기업에서 여성 이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텍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 167개 기업 가운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등기임원 중 여성이 없는 기업은 절반에 가까운 77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3분기 116개 기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체 기업의 46.1%가 '남성 위주 이사회' 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8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대다수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이들 기업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여성 이사 모시기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법 시행이 예고된 후 여성 등기임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성 등기임원이 1명 이상인 기업 수가 2년간 51개에서 90개로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 등기임원은 59명에서 102명으로 증가했다.
다만 기업들은 여성을 사내이사보다는 사외이사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여성 사내이사는 △네이버 △CJ제일제당 △호텔신라 △삼성SDI △대상 △넷마블 △롯데칠성음료 △금호타이어 △대신증권 등 9곳에서 각 1명씩 있다. 이는 전체의 1.8% 수준이다.
또한 기업들이 여성을 대부분 사외이사로 채우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여성 등기임원의 91.2%인 93명이 사외이사다.
여성 사외이사가 2명 이상인 곳은 △카카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KB금융 △S-Oil △제주은행 △OCI 등 10곳이다.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에 여성 1명 이상을 채용한 기업은 롯데칠성음료 뿐이다. 이 회사는 송효진 상무보가 사내이사, 조현옥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다수 기업이 여성을 기업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내이사보다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사외이사로 채우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자본시장법을 통해 여성 이사들이 기업 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때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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