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칼럼] ‘국방혁신 4.0’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혁신적 방안 마련하고 민간 첨단기술의 국방 전 분야 신속 적용 필요

[뉴스투데이=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바야흐로 ‘신냉전’ 시대다.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미·중 전략경쟁은 인도·태평양 권역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군사 분야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공급망 등 전 분야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1990년 이후 30여년간의 탈냉전 시대가 저물고 ‘민주주의 진영(한·미·일·NATO 등)’과 ‘권위주의 진영(북·중·러·벨라루스 등)’ 간 신냉전 체제가 이미 도래했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대만 위협 지속, 북한의 7차 핵실험 임박 등으로 당분간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안보 위협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내외 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이러한 국내외 안보환경의 불안정 속에서 대한민국 영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제2 창군 수준의 발상 전환 중요…우주·사이버·전자기 분야 역량 집중해야
이를 위해 새 정부는 국정과제(106번)에 ‘제2의 창군’ 수준으로 ‘국방태세 전반을 재설계’하고 ‘국방혁신 4.0’을 통해 ‘AI 과학기술강군’으로 도약할 것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차관을 위원장으로 ‘국방혁신 4.0 추진단’을 신설하여 1, 2차 회의 등을 통해 5개 분야 16개 과제들을 구체화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문제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앞으로 어떻게 이를 구체화하고 실천해 나가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새 정부의 강력한 ‘국방혁신 4.0’ 정책을 임기 내에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2의 창군’ 수준으로 기존의 ‘구시대적 유물(legacy)’과 ‘낡은 사고의 틀(frameworks)’에서 완전히 탈피하는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국방혁신 4.0’의 목적인 ‘AI 과학기술강군’ 육성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요구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혁신 4.0’의 목표는 ‘첨단과학기술기반 핵심능력(무기, 기반체계, 운용능력 등) 확보’라고 제시하고 있다. 추구하는 핵심능력 목표가 모호한 상태에서 제한된 국방예산과 역량만으로 이를 달성하기는 매우 어렵다.
미국은 2014년 ‘3차 상쇄전략’ 달성을 위해 무인, 장거리 공중, 스텔스, 수중 및 네트워크 통합의 ‘5대 핵심 목표(five core competency)’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북한을 포함한 주변국 대비 열위 분야로 평가되는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C4I)’, 한국형 아이언돔을 포함한 ‘미사일방어체계(KAMD)’, ‘유무인복합’ 및 ‘워리어플랫폼’,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우주’와 ‘사이버’, ‘전자기’ 분야 등에 역량 집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소요부터 전력화까지 4~5년 내 완료 가능한 ’한국형 신속획득프로세스‘ 필요
둘째, ‘국방혁신 4.0’의 성공을 위한 ‘방법론’ 측면에서도 보다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를 국방 분야에 도입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와 새로운 획득 프로세스, 이를 주도할 국방 분야 조직과 예산 지원 등이 없으면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다.
국방부가 제시하는 ‘4차 산업혁명 첨단과학기술을 접목시켜 국방 전 분야를 재설계·개조’하기 위해서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의 ‘무기획득프로세스 혁신’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1960년대 구시대 유물인 ‘전통적 무기획득방식(PPBEES)’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2010년대 후반부터 소위 ‘신속획득방식(MTA)’을 전격 도입해 최신예 전차, 장갑차, 수직이착륙기(FVL), 극초음속 미사일, 첨단가시장비(IVAS) 등에 이르는 주요 무기체계 대부분을 4~5년 만에 야전부대에 배치하고 있다.
미 국방부 국방혁신센터(DIU)는 지난 6년(2016~21)간 인공지능, 자율주행, 사이버 등 6개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불과 2~3년 만에 250여개 이상의 신속획득사업을 통한 시제품(fieldable prototypes) 개발과 30여개 이상의 후속양산(transition), 200억 달러 이상의 민간투자 유치와 8개 우방국들과의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F-35 전투기, 항공모함 내 지휘통제센터 등 핵심 무기체계 내 내장형 SW 업데이트를 위해 ‘SW 획득방식(SW Acquisition)’을 신설하여 기존에 18개월이 걸리던 함정용 SW를 불과 24시간만에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미국 신속획득 R&D 예산(OTA R&D budget)은 2020년 147억 달러(19조원)로 전체 국방 R&D 예산의 33%인 반면, 금년도 우리나라 신속획득사업예산은 약 760억 원으로 국방 R&D 예산의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Microsoft, Google, Amazon, Oracle 등 민간 IT 기업과 연합하여 육·해·공 및 우주군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합동전투클라우드체계(JWCC)’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아직도 구시대 유물인 물리적 ‘망 분리’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19년 이러한 6가지 획득방식을 포함하는 ‘맞춤형 무기획득시스템(AAF, Adaptive Acquisition Frameworks)’을 정립했고, 독일도 미국을 벤치마킹해 IT 획득, 신속획득을 포함한 5가지 획득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현행 10~20년이 걸리는 ‘전통적 무기획득방식(PPBEES)’서 벗어나 성능개량, 진화적 개발, SW 중심 무기체계와 워리어플랫폼 등 주요 전력지원체계들을 포함하여 소요부터 개발, 생산, 전력화까지 4~5년 내에 완료할 수 있는 ‘한국형 신속획득프로세스’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법령 정비와 제도/절차 마련, 조직 신설, 예산 및 규제 제거, 인센티브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려면 제 2의 창군 수준의 ‘국방 전 분야의 재설계·개조’가 필요하다.
■ 국내외 IT 기업의 첨단기술 역량 소요군에 곧바로 제공할 방안 마련해야
마지막으로, 국내 군사적 역량이 저조한 우주와 사이버 분야를 중심으로 국방 R&D 및 무기체계 개발 투자와 아울러 국내외 IT 기업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첨단기술 역량을 소요군에 곧바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 국방부는 위성 이미지 업체인 Planet Labs가 자체 보유한 200여개 인공위성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역의 지상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핀란드 아이스아이(Iceeye)사도 지난 8월 자사가 보유한 SAR 레이더 위성군 수십기를 이용한 전천후 영상 이미지 정보를 우크라이나 군에 근실시간(near real time)으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테슬라 창업자로 유명한 Ellon Musk도 자사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망인 ‘Starlinks’를 이용해 인터넷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여 전장상황을 전 세계에 실시간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이버 분야에서도 지난 1월 러시아의 70여개 우크라이나 정부 웹사이트에 대한 Malware 공격에 대응하여 우크라이나 정부와 Microsoft사 협력으로 ‘Malware 보호프로그램’을 배포해 무력화시켰다. 특히, 정부 주요자료들의 ‘클라우드(Cloud)’ 사전 이전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민간의 첨단기술기업인 카카오, 네이버, 삼성, LG, 현대자동차(보스톤 다이내믹스) 등이 보유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들을 하루빨리 국방분야 전반에서 활용이 가능하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군이 국내외 우주, 사이버 기업들과 직접 계약을 통해 우주 정보와 사이버보안 역량을 주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동맹 강화 기반 위에서 국방 전 분야에 첨단민간기술 역량 극대화해야
결론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선진국들의 국방혁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Lessons Learned)은 바로 동맹 강화의 기반 위에서 무기 및 비무기(전력지원체계)를 포함한 국방 전 분야에 첨단민간기술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가 안보고, 안보가 경제인 시대, 군사와 비군사(민간), 무기체계와 비무기(전력지원체계)의 구분이 없는 ’동맹간 총력전(Total War with allies)‘ 시대가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2015년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이 반전론자인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를 국방혁신자문위원회(DIB) 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1일 부장관 직속으로 국방 AI 차관실(CDAO, Chief Digital and AI Office)을 신설하는 등 국방분야 인공지능(AI) 혁신을 최우선순위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교훈들을 되새기고,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의 국방혁신 성공사례들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여 ‘국방혁신 4.0’의 목표와 방법을 구체화함으로써 주변국들이 군사적으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진정한 ‘AI 과학기술 강군’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 장원준 프로필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前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前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연구원, 前 국방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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