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전문기자 입력 : 2025.04.12 18:12 ㅣ 수정 : 2025.04.12 18:12
지방간 질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 57% 높여 알코올성 질환보다 비알코올성 지방이 더 위험 혈액검사‧복부 초음파 통해 지방간 조기 발견 필요 당‧탄수화물 섭취 줄이고 단백질‧채소 섭취 늘려야
지방간은 초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질병이다. [사진=freepik]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겉보기엔 이상이 없어 보여도, 체내에서는 조용히 진행되는 질환들이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지방간과 대사질환이다. 이들은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최근 세브란스 소화기내과 김승업 교수 등 연구팀은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이 지속되면 질병이 계속 없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57%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즉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과 밀접한 관련 있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지방간염, 간 섬유화, 간경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뿐더러 심혈관질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이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약 730만명을 12년간 추적 관찰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유무에 따른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파악한 결과,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지속되거나 새로 발생하면 질병이 계속 없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도가 각각 57%, 2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종래에는 지방간은 주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 한정된 질환이었지만 요즘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음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지방간 환자 수는 약 48만명. 그러나 실제 추정 환자 수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간을 피곤하게 만드는 현대인의 생활습관 때문이다. 예컨대 아침을 대충 넘기고 점심은 외식, 저녁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치맥.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운동은 ‘언젠가 해야지’란 마음으로 미루고,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며 잠드는 생활은 수면의 질마저 떨어뜨리기 일쑤다.
이러한 일상이 반복되면 신진대사 체계가 무너지고, 지방이 간에 쌓이기 시작한다. 특히 정제 탄수화물과 과당이 풍부한 가공식품, 음료수 등은 체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며 지방간을 가속화한다.
지방간은 초기에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다. 가벼운 피로감 정도만 나타날 뿐이고, 검진을 하지 않으면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심혈관질환, 당뇨, 고혈압 등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비만하지 않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실제로 지방간은 마른 비만형 체형에서도 흔하게 나타나며, 체지방 분포나 내장지방량이 핵심적인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 단순히 체중보다 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사 변화가 더 중요한 것이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 중 하나로, 영양소 대사, 해독 작용, 담즙 생성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중요한 장기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게 되는 상태가 바로 지방간이다.
정상적인 간에도 약간의 지방은 존재한다. 하지만 전체 간세포의 5% 이상에 지방이 축적되면 지방간으로 진단된다. 이때의 지방은 대부분 중성지방 형태이며, 간 세포 내에서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간 기능에 악영향을 끼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하면 대부분 빠른 시간에 회복할 수 있다. 술 대신 대체 음료를 마시는 문화를 권장한다. [사진=freepik]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셔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지방이 간에 쌓이는 것으로 금주하면 대부분 회복은 빠른 편이다. 그러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 인슐린 저항성, 고지혈증, 당뇨병 등 대사 이상이 주된 원인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간은 혈액검사나 복부 초음파를 통해 발견된다. AST, ALT 등의 간수치가 상승하지만, 개중엔 수치가 높지 않아도 지방간일 수 있어 간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정상 수치의 함정에 빠지면 조기 발견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지방간은 단순히 지방만 쌓인 상태인지, 아니면 염증이 동반된 상태인지에 따라 질병의 진행 가능성이 달라진다. 단순 지방간은 대부분 큰 문제가 없고, 생활습관 개선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염증이나 세포손상이 동반된 지방간염은 간 기능 저하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방간은 단순한 ‘지방 저장’이 아니라, 대사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이다. 지방간에서는 염증 반응이 발생하고, 이는 전신으로 염증물질을 퍼뜨린다. 동시에 간 기능이 저하되면서 지질 대사에 문제가 생기고, 혈중 LDL(나쁜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고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게 되어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방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이나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나 질높은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 [사진=freepik]
다음은 전문가들이 권하는 지방간 개선에 좋은 식습관
1.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과식 피하기
2. 설탕과 단순 탄수화물 줄이기: 흰쌀, 흰빵, 밀가루 위주의 식사는 피하고 현미, 잡곡으로 대체한다.
3. 질 좋은 지방 섭취하기: 생선류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은 간 염증과 지방 축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4.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 두부, 생선, 달걀 등 저지방 고단백 식품 중심으로 섭취하면 좋다.
5. 채소는 많이, 나트륨은 적게 섭취
6. 가공식품, 인스턴트 식품 줄이기
7. 카페인과 알코올 조절: 커피는 하루 1~2잔 정도는 지방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으나 당 함량 높은 커피는 피하기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