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8.28 07:27 ㅣ 수정 : 2023.08.28 07:27
청약통장 가입자 수 1년 만에 118만명 넘게 감소 쥐꼬리 이자 지적에 금리 연 2.1→2.8% 올렸지만 시장금리 대비 여전히 낮고 담보대출 금리도 상승 “재테크 성격 아냐” 청약자격 위해 해지 신중해야
서울의 한 은행 청약 관련 안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정부가 ‘쥐꼬리 이자’ 논란을 부른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통장) 금리를 올렸지만 해지 방어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시장금리 대비 낮은 예치 이자가 적용되고 있는 데다 안전판으로 여겨지던 담보대출 금리도 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선 청약통장이 재테크의 성격은 아닌 만큼 해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청약통장 금리를 올 하반기부터 현재의 연 2.1%에서 연 2.8%로 0.7%포인트(p)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6년 3개월 만에 0.3%p 인상(연 1.8%→2.1%)한 바 있는데, 현 정부 들어 총 1.0%p의 금리가 올라가는 셈이다.
청약통장은 공공분양과 민간분양에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이다.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 예치금 등이 청약 가점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공공분양에서는 얼마나 오래 유지했는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청약통장은 적금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예치하는 방식인데, 가입자들 사이에선 쥐꼬리 이자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크게 올랐지만 국민 절반 가까이가 가입한 청약통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83만7293명으로 전월 말 대비 4만4771명 줄었다. 지난해 7월(2701만9253명)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18만1960명이 청약통장을 깼다.
정부가 청약통장 금리를 올린 건 이 같은 청약통장 해지 움직임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요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연 3%대 중후반에서 4%대 초반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금리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청약통장은 소득공제가 되기 때문에 실제 얻는 건 조금 더 많다고 봐도 된다”면서도 “그래도 눈으로 보는 수치 자체가 낮아보니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다. 올해 들어 특히 모바일뱅킹에서 해지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보통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건 자금이 은행에 묶여있는 걸 싫어하거나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그동안 ‘예금담보대출’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 청약통장 예치액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라 가입 기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약통장 담보대출 금리 역시 시장금리에 맞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A 시중은행에서 청약통장 담보대출로 500만원을 만기일시상환으로 빌리면 연 4.57~5.18%의 금리가 적용된다. 지난해 7월에는 연 2%대 초중반이었는데, 1년 만에 금리가 2%p 넘게 뛰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 6월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35~6.17% 수준이다. 아직 청약통장 담보대출 금리의 상·하단이 더 낮지만, 담보가 잡힌 대출인 걸 고려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은행권에선 청약통장 금리는 정부가 정하는 것이고, 담보대출 금리는 산정 때 기준으로 삼는 시장금리가 상승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은행채와 코픽스(COFIX) 등이 기준금리로 쓰인다. 최근 금리가 뛰고 있는 지표들이다.
정부는 이번 금리 인상과 함께 소득공제 한도 확대나 부부 점수 합산 등의 혜택을 적용할 방침인데 청약통장 해지 방어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청약 시장 기대감 상승과 청약통장 인식 정립이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요즘 금리 이슈가 떠오르긴 했지만 사실 청약통장을 재테크 상품으로 삼기에는 성격 차이가 있다. 장기적으로 청약에 도전하기 위해서라도 해지하는 걸 만류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눈높이도 올랐고, 이에 맞춘 정책들이 나오고 있으니 계속 개선돼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