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현대차, '전기차 캐즘' 해법으로 수소 생태계 구축 가속페달

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3.25 05:00 ㅣ 수정 : 2025.03.25 05:00

현대차, 지난해 세계 수소차 판매 1위 거머줘
울산공장에 국내 최초 수소연료전지 공장 설립
W2H·P2H 통해 차량 생애주기에 탄소 배출 제로 달성
현대차 27년 수소기술 담은 신형차 '이니시움' 곧 등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축소 등 걸림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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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진행된 제57기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현대자동차가 사업 목적에 '수소'를 추가하면서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낸다. 이를 통해 수소 생산부터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사업 구상이다. 

 

현대차의 이러한 행보는 무호한 도전이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 1998년 수소 관련 연구개발(R&D)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일찌감치 수소 분야에 발을 들였다. 이후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 조성,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출시 등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주도해왔다. 

 

현대차의 수소 사업 강화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무관하지 않다.  

 

전기차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주춤한 가운데 현대차는 세계 최고 기술 경쟁력을 갖춘 수소 인프라를 자동차와 접목해 차세대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고 이에 따른 매출 증가를 거머쥐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사업 목적에 '수소' 공식화…주주대상 설명회서 사업 방향성 공유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제2호 의안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통해 '수소사업 및 기타 관련사업'을 정관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이처럼 현대차가 정관에 수소 사업을 명문화한 것은 수소 관련 사업이 다방면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꾸준히 공을 들여온 수소 사업을 더욱 핵심 사업으로 키워낼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수소 사업에 대한 주주 관심도 뜨거웠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부터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된 주제로 주주대회 설명회를 열고 있는데 올해는 수소사업전략이 뽑혔다.

 

이날 주총에는 이인아 에너지&수소MI실 상무가 연사로 나서 주주에게 수소사업 전망과 현대차 수소사업 방향성을 소개하는 등 미래 수소 전략을 공유했다. 

 

이 상무는 “현대차는 지난 30여년간 이어온 수소 사업을 앞으로도 글로벌 제반 환경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유연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현대차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서 수소 생태계를 확장하고 동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수소 사회 가속화…신형 '넥쏘' 출시로 수소차 대중화 이끈다

 

현대차의 수소사업은 단순한 모빌리티(이동수단) 제조 역량뿐만 아니라 사업 확대를 통한 '수소 사회'를 구축하는데 있다.

 

이 상무는 주총에서 그룹사 전문 역량을 모아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맟춤형 수소 솔루션을 소개하며 “(현대차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현대차는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로부터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세계 6위 자동차 부품 업체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사업과 관련된 설비, 자산은 물론 △R&D 및 △생산 △품질 △인력 등 기술력과 자원을 한 곳에 모아 기술 혁신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국내 첫 수소연료전지 공장 설립 계획도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올해안에 경남 울산공장 내 변속기 공장 유휴 부지에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공장 건설을 착공하고 2028년에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유휴 부지 규모는 4만2975㎡(약 1만2984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현대차는 이미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오는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 운행, 폐기 등 모든 단계에서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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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사진=현대차]

 

이를 보여주듯 현대차는 실제 수소 에너지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 실증 사업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차는 국내에서 충북 청주 'W2H(Waste-to-Hydrogen)'를 시작으로 경기도 파주 'W2H',  충남 당진 'P2H(Plastic to Hydrogen)' 사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폴란드, 인도네시아 등 해외 사업 개발도 동시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W2H와 P2H 등은 자원순환 수소 생산 방식"이라며 "W2H는 음식물 쓰레기, 하수 슬러지, 가축 분뇨 등 유기성 폐기물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P2H는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수소로 전환하는 방식을 뜻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올해 수소 신차를 출시해 수소차 대중화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출시한 수소전기차 넥쏘 후속 모델 '올 뉴 넥쏘'와 수소 전기 트럭 엑시언트 후속 차량 '엑시언트2'를 선보일 예정이다.

 

넥쏘는 출시 이후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 받아 '2019 미국 10대 엔진상', '2018 CES 에디터 초이스', '2018 CES 아시아 기술혁신상' 등을 휩쓸었다. 후속작 올 뉴 넥소는 현대차 수소차 관련 기술을 집약해 주행거리와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상품성이 강화된 후 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또한 지난해 10월 신형 넥쏘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공개했다. 이 콘셉트카는 1회 충전하면 650km가 넘는 거리를 주행할 수 있고 실내 공간이 여유로워 일각에서는 27년간에 이르는 현대차 수소 기술을 모두 담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 모델은 다음달 4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5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첫선을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수소차 대중화와 시장 선두 지키기에 나설 방침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수소차 판매량 시장점유율 1위는 현대차(29.8%)가 차지했다. 지난해 판매된 수소차 전체 1만2866대 중 3836대가 현대차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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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024 LA 오토쇼'에서 공개한 수소 콘셉트카 '이니시움' [사진=현대차]

 

이와 함께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확산하기 위해 현대차는 국내 통근버스 시장에 수소전기버스 도입을 늘리기로 했다.

 

국내 최대 통근버스 사업자 원더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차량을 수소전기버스로 전환하는데 현대차가 이를 적기에 생산하고 공급하겠다는 얘기다.  원더모빌리티는 오는 2030년까지 총 2000대 수소전기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일본 내 수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10~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방일 행사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수소 기술 국제 표준 개발·정립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등 수소 생산 기술 실증 사업 △경쟁력 있는 수소 관련 부품 도입 등 한국과 일본 간 실질적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차 보조금 축소, 수소 전기트럭 제조사 '니콜라' 파산 등 수소 관련 사업이 녹록지 않은 환경에 놓여있다는 점이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상무는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수소 사회는 가야만 하는 방향"이라며 "차량 개발·판매, 트램 등 모빌리티와 중장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적용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권역별 최적화 등 올해 전략 발표…불확실성 속 기회 발굴 

 

현대차는 미래 먹거리인 수소사업에 힘을 주고 권역별 최적화 등 전략을 펼쳐 시장 점유율 확대 등 성장 기회를 찾는다.

 

새로운 규제, 고객 선호 변화, 공급망 차질 등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회복력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신속하게 대응해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대차 첫 외국인 CEO(최고경영자) 호세 무뇨스 사장은 이날 주총에 직접 참석해 “무역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 심리 위축과 중국의 신에너지차(NEV) 해외 진출 본격화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시장 성장 불확실,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면서도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지만 현대차는 도전하는 DNA에 기반해 기회를 찾겠다”라고 발표했다. 

 

무뇨스 사장은 올해 경영 전략으로 △권역별 최적화 △EV(전기차) 리더십 강화 △상품과 서비스 혁신△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협업 확대 △조직 문화 최적화 등 5가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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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진행된 제57기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그는 “협력업체와 함께 총 126억달러(약 18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펼쳐 어떤 정책 변화에도 유연히 대응하겠다"라며 “유럽에서는 캐스퍼EV·아이오닉9 등 전기차 신모델을 출시하고 가까운 시일 내 중국을 위한 전기차를 출시하는 등 권역별 맞춤형 전략으로 시장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공급망을 최적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또한 창사 이래 첫 여성 사내이사를 선출하는 등 '유리천장(Glass Ceiling) 깨기'에도 나섰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진은숙 ICT(정보통신기술)담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진 부사장은 NHN총괄이사 출신으로 2021년 12월 현대차ICT본부장(부사장)으로 합류해 지난해 5월부터 ICT담당을 맡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진 부사장은 ICT에서 다양한 경험과 고도의 전문성을 축적했다"며 "현대차 최초 여성이자 ICT전문가 출신의 사내이사 후보자로 이사회 내 성별·전문 분야 다양성을 제고해 현대차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 부사장 사내이사 추전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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